중국의 '자동차 공습' 시작됐다

모종혁 중국 통신원 입력 2017. 2. 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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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성비 내세워 한국·동남아 시장 공략

1월1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2016년 운행상황’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802만 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13.7% 증가했다. 이 중 승용차는 2437만 대로 14.9% 늘어났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로컬 메이커의 판매량이었다. 전년대비 20.5%나 늘어난 1052만 대가 판매돼 역사상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돌파했고, 시장 점유율도 43.2%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8년에는 로컬 메이커 점유율이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국 시장에서 무대를 넓히는 로컬 메이커의 일등공신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었다. 526만 대가 판매돼 전년대비 무려 57.6%나 증가했다. 이 같은 파죽지세로 전체 SUV 판매량의 58.2%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로컬 메이커 중 하나인 베이징자동차(BAIC)의 중형 SUV ‘켄보 600’은 1월18일 한국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2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중국 메이커의 승용차로는 최초다.

 

중국 자동차가 국내로 들어온다. 1월18일 인천시 남구 중한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켄보 600’ 출시 행사에서 중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이 공개됐다. © 연합뉴스

 

중국 메이커 승용차 처음으로 한국 출시

켄보 600이 한국 시장의 문을 과감하게 두드린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에 있다. 모던 트림은 1999만원, 럭셔리 트림은 2099만원으로 동급 국산 SUV보다 수백만원 싸다. 켄보 600은 전장 4695㎜, 전폭 1840㎜, 전고 1685㎜로 현대차의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크기다.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147마력, 복합연비 9.7㎞/L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6개의 에어백,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후방카메라, 스마트키 등 각종 편의·안전 사양도 장착했다.

이처럼 차체와 성능은 중형 SUV이지만, 가격은 소형 SUV인 쌍용차의 티볼리 1.6 가솔린보다 저렴하다. 출시 행사에서 수입사인 중한자동차 이강수 사장은 “켄보 600의 여러 장점 중 하나가 안전성”이라며 “초고장력 강판을 60% 이상 적용했고 중국 충돌안전도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안전이 검증된 차”라고 강조했다. 제조사인 BAIC는 중국 5대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이자 현대차의 현지 합작 파트너이기도 하다.

BAIC는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충칭(重慶)의 인샹(銀翔)실업과 합작해 연간 생산규모 50만 대의 베이치(北汽)인샹을 세웠다. 베이치인샹의 주력 차가 바로 켄보 600이다. 켄보 600은 2016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됐다. 중국에서도 ‘S6’라는 이름으로 4만여 대가 팔렸다. 물론 중국 메이커의 승용차가 우리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그런데 가성비가 높다는 점에선 이견(異見)이 없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올 연말에는 소형 SUV를 추가로 출시하고 승합차도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을 노리는 중국차는 BAIC만이 아니다. 전기차의 대명사 비야디(BYD)가 2016년 10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진출을 준비 중이다. BYD는 2016년 상반기 2만2000대의 플러그인 전기차(PEV)를 판매해, 전년 동기대비 310%나 급증했다. 전기모터와 석유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도 2만7000대를 판매해 71%나 증가했다. 2016년 전체로는 PEV와 PHEV를 합쳐 10만178대를 판 것으로 잠정 집계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둥펑(東風)자동차도 1톤 트럭을 출시하기 위해 정부 산하 인증기관에서 배출가스 시험을 밟고 있다. 둥펑은 기아를 비롯해 닛산과 푸조, 시트로앵 등 글로벌 기업의 중국 합작사다. 또한 인민해방군이 쓰는 트럭의 절반 가까이가 둥펑의 차량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 둥펑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트럭을 앞세워 진출하려는 것이다. 중국에서 팔리는 둥펑의 트럭이 한국보다 20~30% 저렴한 현실을 감안할 때, 1톤 트럭은 1000만원 초반대에 출시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자동차의 한·중 무역에서 사상 최초로 역조 현상까지 일어났다.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차의 중국 수출이 93.7%나 급감해 2679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중국차의 한국 수입은 9.9% 증가해 2854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175만 달러의 적자가 났다. 아직 2016년의 전체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하반기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면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 시장에도 도전장

중국 메이커는 일본차가 70% 이상을 점유하는 동남아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1월12일 KOTRA 도쿄무역관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자동차(SAIC)는 인도네시아에 첫 해외공장을 건설해 올 하반기부터 조업을 시작한다. 태국에도 연간 생산규모 20만 대의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18년에 완공한다. 공장이 모두 지어지면, SAIC의 생산능력은 동남아 연간 신차 판매대수의 10% 이상을 갖추게 된다. 중국차는 2015년 동남아 주요 6개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0.2%에 그쳤었다.

BAIC 산하의 베이치푸톈(福田)은 올해 태국에서 연산 1만 대의 픽업트럭 공장을 가동한다. BAIC의 또 다른 계열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전기차 조립공장을 열 예정이다. 중국이 동남아를 적극 공략하는 이유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무대인 동남아에서 진행될 인프라 공사에서 필요한 차량을 직접 조달하기 위해서다.

사실 중국차의 해외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다. 2016년 70만8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전년대비 2.7% 감소했다. 하지만 승용차 수출은 47만7000대를 기록해 11.5% 늘어났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업체 PwC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고루 갖춰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속 8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한 자국 시장에서 몸집을 단련해 온 중국차가 이제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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