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BMW 뉴 520d M 스포츠, 국민 수입차의 귀환

한상기 2017. 2. 2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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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7세대 520d는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조용하고 연비도 좋으며, 안락하기까지 하다. 구형 대비 진동과 소음이 감소한 게 두드러진 점이고, M 스포츠 패키지도 모든 라인업에 기본 적용된다. 기본 장비가 풍부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차는 더 잘 달리지만 BMW 특유의 스포티한 감각은 더욱 감소했다. BMW가 전통적으로 내세우던 ‘다이내믹’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다른 말로 하면 그런 변신을 통해 국민 수입차로 불릴 수 있는 상품성이 됐다.

5시리즈는 BMW 라인업의 핵심이다. 3시리즈와 함께 BMW 판매와 수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G30 5시리즈는 7세대에 해당되고, BMW 코리아의 베스트셀러이다. 그만큼 기대도 크고 관심도 많다. 7세대 5시리즈는 모든 라인업에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적용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시리즈는 세대가 진행될수록 판매가 상승 중이다. 초대 모델인 E12만 해도 판매가 70만대 정도였지만. E28은 72만대 이상, 그리고 E34(130만대)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겼다. 이후 나온 E39는 147만대, E60은 140만대였고, 이제는 구형이 된 F10은 220만대가 팔렸다. 물론 글로벌 신차 판매 전체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 모델로서는 대단한 실적이다. 이제는 대중적인 고급차로 자리매김 했고, 이는 신형의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

G30은 F10과 비슷하다. F10이 처음 나올 때 7시리즈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G30 역시 그렇다. 전면의 모습은 7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키드니 그릴의 면적은 더욱 커졌고,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면서 전면의 인상이 강해졌다. 참고로 G30은 어두운 색상일수록 강한 모습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하얀색이 가장 존재감이 없다. 액티브 셔터 그릴과 언더보디의 실링을 추가하면서 공기저항계수도 더욱 낮아졌다.

차체 사이즈는 4,936×1,868×1,479mm, 2,975mm이다. 구형 대비 각각 29×8×15mm, 7mm가 늘어났다. 얼핏 봐도 차체 사이즈가 커진 것을 알 수 있고, 특히 늘어난 전폭이 두드러진다. 전면에 비하면 리어의 변화는 크지 않다. 차체는 초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의 비율을 늘리면서 무게를 줄였다. BMW에 따르면 구형 대비 110kg의 무게를 덜어냈다.

초고장력 강판의 경우 루프 레일과 프런트 크로스 멤버에 집중적으로 쓰였고, 전면의 스트럿 타워바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거기다 대시보드를 지지하는 구조물은 마그네슘으로 제작해 무게 증가를 최소화 했다. 플랫폼은 7시리즈와 공유하지만 비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카본 파이버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도어와 보닛, 루프, 트렁크도 모두 알루미늄이다.

서스펜션도 달라졌다. 리어 서스펜션이 기존의 멀티링크에서 7시리즈와 비슷한 5링크로 대체됐다. BMW에 따르면 기존 대비 튜닝의 자유도가 높다. 참고로 서스펜션 역시 모두 알루미늄이고, 스프링 밑 질량은 9kg을 덜어냈다. 기존처럼 어댑티브 댐퍼와 액티브 안티 롤 바도 적용된다.

타이어는 피렐리 P7 신투라토, 사이즈는 245/45 R18, 275/40 R18이다. 520d는 18인치, 530d는 19인치가 적용되고 휠의 디자인은 동일하다. 멀티 스포크 타입의 18인치 휠은 디자인이 꽤나 스포티하다.

실내 디자인 역시 7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가 됐다. 안팎 모두 작은 7시리즈라는 표현이 크게 어색하지 않다. 실내의 디자인 및 분위기 자체는 구형 대비 확 달라지진 않았다. 얼핏 보면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하지만 세밀한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는 내장재이다. 내장재의 질이 전반적으로 좋아져서 시각과 촉각으로 느끼는 고급감이 강화됐다. 스티어링 칼럼 좌측에는 수납함이 있는데 안쪽에는 별도의 안감이 없다. 실내의 유일한 흠이다. 상대적인 비교지만 실내의 고급스러움은 E 클래스보다 다소 못해 보인다.
BMW 특유의 와이드 모니터는 이전보다 화질이 좋아졌다. 화질만 좋아진 게 아니라 내비게이션 맵 자체의 화질도 개선됐다. 해상도 높은 모니터는 실내의 고급스러움을 배가 하는 부분이다. 10.2인치 와이드 모니터에는 다양한 기능이 꽉 차있다. 짧은 시간에 파악하기 힘들 만큼 메뉴가 많고, 그래픽도 달라졌다. 큰 메뉴를 보여주는 화면은 최신의 핸드폰 또는 태블릿 PC와도 닮아 있다.

7시리즈에 이어 5시리즈에도 제스처 컨트롤이 적용됐다. 손가락을 빙빙 돌리는 것만으로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폼 나는 기능이다. 익숙하지 않을 때는 인식이 잘 안 될 수 있지만 오너라면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어서 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센터페시아를 덮은 고광택 블랙 트림은 너무 흔해 보이는 게 단점이다.

공조장치 패널 역시 기존의 디자인을 개선한 쪽으로 발전했다. 얼핏 봐서는 큰 차이를 못 느끼는데 구형과 같이 놓고 보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공조장치 패널의 버튼은 약간 작은 편이다. 운전 중에는 사용이 약간 불편하다.

기어 레버 앞에는 수납 공간이 마련된다. 이 부분의 디자인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컵홀더에 USB 단자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7시리즈에 이어 5시리즈에도 앞쪽에 USB 단자가 생겼다. BMW는 전통적으로 센터 콘솔 박스 안에 USB 단자를 배치했다. 좀 더 편의성을 배려했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USB 단자가 앞쪽에 있는 게 편하긴 하다. USB는 센터 콘솔 박스에도 하나 더 마련된다.

전자식 기어 레버 역시 전형적인 BMW 디자인이고, 사용이 대단히 편하다. P는 버튼만 누르면 되고 나머지 모드는 위아래로 살짝 움직이면 된다. 기어 레버 좌측에는 드라이브 모드, 우측에는 아이드라이브 컨트롤러가 마련돼 있다. 이 컨트롤러의 디자인 및 폰트도 미세하게 변했다. 참고로 5시리즈 역시 터치스크린이 지원되지만 잘 사용하게 되지는 않는다.

시승차 520d는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지만 운전대는 M이 아니다. M 운전대가 아니어도 스포티한 디자인인 것은 분명하다. BMW 특유의 두툼한 림은 손에 잘 들어오고 좌측 스포크에는 ACC와 조향 지원, 좌측에는 오디오 관련 버튼이 모여 있다. 계기판은 기존과 거의 변함없다. 아날로그 디자인의 디지털 계기판은 보기에 좋은 건 맞지만 너무 변한 게 없어 신선함은 떨어진다.

520d에서 두드러진 것은 시트이다. 시트가 대단히 안락하다. 두툼한 시트의 쿠션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몸을 지지하는 기능성이 좋고, 포지션도 낮게 내려간다. 520d의 승차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코타 가죽의 질도 좋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2열의 무릎 공간도 좀 더 넉넉해졌다. 성인 남자가 앉을 경우 무릎과 앞시트 사이에 주먹 2개 반 정도 들어간다. 앞바퀴굴림 국산 준대형차에 맞먹는다. 거기다 머리 위 공간도 넉넉해서 2열의 거주성은 충분하다고 해야겠다. 반면 대부분의 뒷바퀴굴림 차들처럼 센터 플로어가 불룩 솟아 있어서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렁크 용량은 530리터이다. 급에 맞는 트렁크 용량을 갖고 있다. 트렁크 이곳저곳에서 수납 공간을 마련한 게 눈에 띈다. 대중 브랜드처럼 세심하게 차를 만들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파워트레인은 2리터 디젤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 출력은 190마력, 최대 토크는 40.8kg.m으로 다른 BMW에 널리 쓰이고 있는 유닛이다. 공회전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줄어든 게 두드러진다. BMW의 2리터 디젤은 진동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신형 5시리즈는 많이 개선됐다. 시트와 운전대로 전달되는 진동이 최소화 돼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부분이고, 특히 520d처럼 많이 팔리는 모델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뉴 520d의 첫 느낌은 조용하고 안락하다이다. 전체적으로 많이 조용해졌다. 디젤 엔진이 이 정도니까 가솔린은 7시리즈와 비슷할 정도의 정숙성을 확보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차 시 디젤 엔진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회전수를 높이 써도 여러 단계 걸러져서 들어온다. 방음에 신경을 많이 쓴 차다. 하체의 방음도 좋아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상당 부분 차단된다.

엔진의 최대 토크는 1,750 rpm부터 나오지만 이전부터 충분한 힘이 나온다. 가속 페달을 많이 안 밟아도 부드럽게 가속하고 이는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차의 성격 자체가 고급과 컴포트로 가다보니 가속감도 둔화 됐다. 그러니까 실제보다 체감이 느리다. 0→200km/h 가속 시간은 약 39초인데 이는 같은 급의 2리터 디젤 세단으로는 가장 좋은 수준이다.

1~6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35, 65, 95, 120, 155, 195km/h이다. 6단까지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가고 7단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7단으로 4,000 rpm을 조금 넘은 시점에서 220km/h에 도달한다. 520d의 2리터 디젤 엔진은 4,500 rpm 이상까지 매끄럽게 돌아가고, 변속기도 고회전에서 미끄러짐이 거의 없다.

하체의 세팅은 예상한 대로다. 부드럽고 컴포트하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특성이 스포티보다는 컴포트다. M 스포츠 패키지라고 해서, BMW라고 해서 하체가 단단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릴 때가 지났다. 5시리즈의 하체가 부드럽게 바뀐 시점이 10년 정도 된다. 아주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하체에서 두드러진 점은 충격의 흡수 능력이다. 크고 작은 충격을 깔끔하고 빠르게 처리한다. 거친 노면에서도 승차감 저하가 최소화 돼 있다. 부드러운 E 클래스보다 더 부드러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적인 운동 성능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가속과 회전 모두 빨라졌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느슨하게 느껴지는 스티어링이지만 코너에서 조향할 때는 꽤나 정확한 감각을 제공한다. 하체 역시 부드럽지만 롤이 많지 않고, 코너에서도 차체를 잘 지지한다. 거기다 전자장비의 작동도 물 흐르듯 부드럽다. 헤어핀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뒤의 흔들림이 거의 없다. 뒤를 돌게 할 만큼 엔진이 강하지 않지만 뒷바퀴굴림으로 헤어핀에서 급가속하면 뒤가 흔들리기 쉽다. 520d는 전자장비가 아주 깔끔하게 처리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고속에서도 변함없고 안정성도 뛰어나다. 20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물론 예전처럼 노면에 착 달라붙는 감각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안정성은 뛰어나다. 이렇듯 뉴 520d는 가속과 회전을 포함한 동적인 운동 성능이 다시 한 번 발전했다.

단, 운전의 재미는 없다. 실제로 빠른 것과 감각은 다른 얘기다. 과거의 5시리즈는 천천히 달려도 스포티했지만 지금의 5시리즈는 빠르게 달려도 부드럽다. 지금은 렉서스 F 스포츠 버전의 하체가 BMW M 스포츠 패키지보다 탄탄하다. 이 역시 실제로 빠른 것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과거에 비해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520d에도 부분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됐다. ACC와 차선유지장치를 모두 사용하면 잠시 동안은 자율주행 모드가 된다. 520d의 시스템은 7시리즈보다 낫다. 사실 7시리즈는 BMW의 기함답지 않게 차선유지 능력이 떨어졌다. 그에 반해 520d는 차선 가운데로 가는 능력이 한결 좋다. 90km/h 정속 주행에서는 40초 이상 기능이 유지된다.

신형 5시리즈는 파격 대신 안정적인 완성도를 꾀했다. BMW는 더 이상 특정 고객층을 겨냥하는 낮은 볼륨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대중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됐다. 실제로 BMW는 웬만한 대중 브랜드보다 더 많은 차를 판다. 뉴 5시리즈가 눈길을 모으는 변신은 아니지만 내실은 알차다. 거기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국내 출시된 뉴 520d는 마치 한국 소비자를 위해 개발된 것 같다.

[디지털뉴스국 한상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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