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으로] 1957년식 페라리 335 S는 428억 .. 움직이는 박물관

윤정민 2017. 5. 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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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대수 많지 않아 희소가치 높아
시대를 앞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차
페라리·벤츠 등 기술 선도한 모델
1976년 이전에 만든 차가 클래식카
1913~30년 생산된 차는 '빈티지카'
단종 30년 넘은 차는 '올드 타이머'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 점점 늘어
"기술력·편의성 뛰어나지 않지만
감성·추억 담겨 그 시절 향수 느껴"

━ 몸값 치솟는 클래식 자동차

페라리 250 GTO, 페라리 335 S, 메르세데스-벤츠 W196…. 어릴 적 용돈을 아껴 자동차 잡지를 사 본 경험이 있다면 글자만 봐도 설렐 만한 자동차다. 최신형 고급 스포츠카라서? 아니다. 페라리 250 GTO는 1962년, 페라리 335 S는 57년에 만들어진 차다. 메르세데스-벤츠 W196은 더 이른 54년에 제작됐다. 차를 산 지 10년만 지나도 고물 취급을 받는 시대지만 이들은 ‘전설’로 대접받는다. 단순히 오래된 차가 아닌, ‘클래식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자동차를 모두 클래식 자동차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오래되기만 했다고 모두 비싸고 가치 있는 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치 있는 클래식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며, 시대를 앞서 나간 자동차여야만 한다.

페라리 250 GTO
페라리 250 GTO가 대표적이다. ‘클래식 자동차의 모나리자’로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차이며, 페라리 모델 전체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힌다. 1962~64년 사이 단 39대만 생산됐다. 62년 투르 드 프랑스 레이스에 출전해 2위를 기록하는 등 당시 진행된 자동차 레이스에서 애스턴 마틴이나 재규어, 포르셰를 꺾는 등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다. ‘250’은 각 실린더의 배기량을 말한다. 해당 모델은 12기통 엔진으로, 총 배기량은 3000cc다. GTO는 Gran Turismo Omologato의 약자로, 장거리 및 고속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이면서 ‘GT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차’라는 의미다. 당시 시속 254㎞의 폭발적인 속도를 자랑했다.

이처럼 시대를 앞서 나간 덕에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현재 기준 가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2014년 8월 15일 본햄스 퀘일 로지 옥션에 나온 페라리 250 GTO는 3811만5000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90억원)에 팔렸다. 공식적인 자동차 경매 사상 최고가다.

페라리 335 S
페라리 335 S 역시 당시 자동차 레이스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였고, 특히 역사상 4대만 제작돼 ‘레어 오브 레어’ 자동차로 꼽힌다. 가격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2월 프랑스 파리 경매에 등장한 페라리 335 S는 3571만1359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28억원)에 낙찰됐다.
메르세데스-벤츠 W196
그 뒤를 잇는 것이 경매가 상위 10위 안에서 유일하게 페라리가 아닌 차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W196이다. 2013년 7월 경매에 출품된 해당 차는 1950년대 전설적인 F1 드라이버인 후안 마누엘 판히오가 54년 독일 그랑프리와 스위스 그랑프리에서 직접 몰았던 모델이다. 전 세계에 단 10대만 남아 있는 해당 모델 차량 중 유일하게 박물관이나 기업이 아닌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차량이기도 하다. 경매가는 296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56억원)이다.

여기까지가 톱 3다. 그러나 이외에도 오래된 페라리 모델 중에서 경매 낙찰 가격이 2000만 달러가 넘는 차가 3대나 더 있다. BMW나 포르셰 등 주요 자동차 업체의 클래식 자동차도 몇 십억원을 우습게 넘긴다.

클래식 자동차를 가르는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976년이 기준이 된다. 75년까지 생산된 차를 ‘클래식카’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한 1913~30년 생산된 차의 경우 특별히 ‘빈티지카’로 부르고, 클래식카 반열에는 들지 못하지만 생산 종료 후 30년 이상 된 차는 ‘올드 타이머’, 생산 종료 후 30년 이내의 차는 ‘영 타이머’로 부르기도 한다.

반면 미국 CCCA(Classic Car Club of America)에 따르면 클래식 자동차는 1920년부터 48년 생산됐던 자동차들을 말한다. 또 어떤 사전에서는 클래식 자동차의 정의를 ‘1925~42년 사이에 만들어진 자동차’라고 적어 놓기도 했고, 일부에선 60년 이전에 생산된 차를 클래식 자동차로 묶기도 한다.

포니
이처럼 기준이 다양하지만 어떤 기준에 따르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 중에는 사실상 클래식 자동차라고 불릴 만한 모델이 아직 없다. 76년 처음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1세대 포니 정도가 클래식 자동차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클래식 자동차의 의미를 ‘출시된 지 오래됐고, 현재는 단종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전적인 차’로 의미를 확장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초고가의 경매에 등장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클래식 자동차의 면면을 갖춘 차가 늘고 있고 가치는 커지고 있다. 출시 당시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오래된 차가 거래되기도 한다.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도 점점 늘고 있다. 회원수가 1만8000명에 달하는 온라인 카페도 있고, 관련 오프라인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클래식 자동차 토크콘서트 ‘더 개러지’에 참가해 왔던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클래식 자동차 전문가인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77년식 포니를 소유하고 있는 한장현 대덕대 교수와 자동차 업체 관계자,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015년 9월 첫 번째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클래식 자동차 얘기로 꽃을 피운다.

황 칼럼니스트는 “세계적으로 보면 국내 클래식 자동차 문화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단계이지만 점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고 직접 클래식 자동차를 사고팔고, 고쳐서 타고 다니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인 현대차 클래식랩 권규혁 차장도 모임에 참가했다. 그는 회사에서 현대차의 역사가 담긴 오래된 차량과 관련한 정보를 정리하고 실제 차량들을 수집·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73년식 알파로메오 2000 GTV를 자신이 가졌던 최고의 클래식 자동차로 꼽는다.

“66년 처음 나와서 74년까지 만들어진 특유의 차체 스타일이 있는데, 거의 마지막 시기에 나온 모델이 2000 GTV다. 당시로선 충격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레이스에선 포르셰와 경쟁할 정도였는데도 가격은 높지 않아 ‘가난한 자의 페라리’로 불렸던 모델이다. 96년 미국 유학 시절 벼룩시장에서 샀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문에 얼마 못 가 팔아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권 차장이 말하는 클래식 자동차의 매력은 역시 감성과 추억이다. 그는 “아무리 시대를 앞서 나간 차라도 현재의 기술력보다 뛰어날 순 없고, 편할 수도 없다. 결국 클래식 자동차는 감성과 추억으로 타는 차다. 팍팍한 현실을 사는 사람 입장에선 클래식 자동차가 운전자를 다시 좋았던 시절로 되돌려 보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국산 차도 이런 감성과 추억을 담고 있는 모델들이다. 87년부터 2000년까지 제작된 기아자동차의 1세대 프라이드는 그 시절의 향수가 듬뿍 녹아 있는 차다. 당시에도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과 활용성을 인정받아 인기를 누렸다. 현재는 차를 찾기도, 부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최근 들어 중고 프라이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프라이드만이 주는 감성과 그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갤로퍼
갤로퍼 역시 인기를 끄는 한국산 클래식 자동차다. ‘멋있는 아빠’의 상징과도 같았던 갤로퍼는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91년 처음 내놓은 4륜 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출시 당시부터 인기를 끌며 국내 4륜 구동 시장을 이끌었다. 2003년 단종돼 새 차가 나온 지는 14년이 다 됐다.

■[S BOX] 단종 모델 복원하는 리스토어 확산 … 갤로퍼·프라이드 인기 「엄격한 기준에서 보면 클래식 자동차를 즐기는 것은 해당 자동차가 출시됐던 당시 모습 그대로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즉 고장이 나더라도 제작 당시 사용됐던 부품만을 찾아 정비하고, 원래 없던 기능이나 최신 개발된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채 순정 그대로 남겨둬야 진정한 클래식 자동차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클래식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도 늘었다. ‘리스토어(restore·복원)’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이 오래된 차를 구해 기능과 디자인 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리스토어해 타는 경우가 많아졌다. 리스토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차종 역시 갤로퍼다. 갤로퍼 특유의 외관을 유지한 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넣어 성능을 높이기도 하고, 외관을 더 세련되게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인기가 높아지며 리스토어를 위해 예약을 해놓고 몇 달씩 기다려야 할 정도다. 갤로퍼 리스토어로 유명한 수제 자동차 업체 ‘모헤닉게라지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50여 대를 리스토어했다. 제작 시간이 길고 복잡해 꽤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데 현재 20~30명이 추가로 작업 예약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레토나나 프라이드도 리스토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모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새로운 기능이나 부품을 추가하고 외관을 세련되게 변경한다는 점에서 순수한 ‘리스토어’가 아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방식)’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클래식 자동차 문화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선 내장 부품이나 외관을 바꾼 리스토어 차량과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 채 보존된 진짜 클래식 자동차를 구분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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