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고장인 줄 알았더니 '배려'였네

박찬규 기자 2017. 5. 2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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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6 M. 화려한 외관과 뛰어난 성능을
갖췄지만 본드카는 아니다./사진=박찬규 기자

각양각색의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본드카’.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맹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건 엄청난 성능보다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숨겨진 기능이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영화 속 주인공 차의 매력에 흠뻑 젖었다가 주차장에 세워진 내 차를 바라보면 괴리감이 느껴진 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평범하다고 여긴 내 차에도 숨겨진 기능이 많다는 사실. 특히 본드카의 고향 ‘유럽’에서 태어난 차들에 숨은 기능이 많다. 한국에서는 고장인 줄 오해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배려인 기능들을 알아보자.
유럽산 자동차들은 파크램프 기능이 탑재된 경우가 많다. 사진은 푸조308GT. /사진=박찬규 기자

1) “후미등 한쪽이 안꺼졌어요~”

평행주차가 일상인 유럽에서는 길가에 세워진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정확히 주차선 안에 들어간 경우엔 큰 문제가 없지만 불가피하게 정해진 주차공간을 벗어나는 경우엔 주차된 차의 폭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어두컴컴한 골목에 세워둔 경우엔 사고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의 자동차회사들은 평행주차를 염두에 둔 작은 기능을 집어넣었다. ‘파킹램프’라고 부르는 이 기능은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켠 채로 시동을 끄면 해당 방향의 후미등(테일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이를테면 인도를 오른쪽에 두고 주차한 경우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고 시동을 끄면 왼쪽 후미등을 제외한 모든 램프가 꺼진다. 최근엔 LED가 적용돼 밤새 점등돼도 방전위험이 없다. 내 차의 위치를 ‘은은히’ 표시함으로써 안전을 챙길 수 있다.

혹시 일반적인 주차장에서 시동을 껐는데도 한쪽 후미등이 계속 켜져있다면 이 기능을 의심해보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키. /사진=박찬규 기자

2) 창문 열고 시동 껐을 때 ‘잠금’ 버튼 활용

자동차 창문을 열어놓고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보통은 다시 시동을 걸거나 ACC모드에서 창문을 닫는다. 하지만 스마트키가 적용된 요즘 차엔 창문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차의 창문과 선루프를 모두 열어뒀더라도 스마트키의 ‘잠금’ 버튼을 약 3초간 누르면 한꺼번에 닫힌다.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유용한 기능이다. 반대로 햇살이 강해 차 안이 찜통으로 변했을 거라 예상될 때는 ‘열림’ 버튼을 누르자. 창문이 모두 열려 뜨거운 차 안의 온도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

주로 유럽차에 적용된 기능인데 국산차 오너들 중 해당 기능을 별도로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 차종엔 벨트 클립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사진은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2열. /사진=박찬규 기자

3) 안전벨트 클립 정리 자석이 있다?!

SUV나 해치백 차종에서 뒷좌석(2열 이후) 폴딩시트를 이용한 다음 안전벨트 클립이 시트 사이에 끼는 경우가 있다. 뒷좌석 시트 등받이를 접어 넉넉한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했지만 등받이를 급하게 원위치하다보면 안전벨트 클립이 시트와 함께 접히기도 한다.

자동차제조사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소소한 기능을 집어넣었다. 시트 위 차체의 벨트고리에 자석을 설치, 철 소재의 벨트 클립이 달라붙도록 만들었다. 클립이 위에 고정되니 시트를 접었다 펴도 벨트가 꼬일 일이 없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의 매뉴얼을 읽다가 발견한 기능인데 현대 싼타페에서 시도했더니 마찬가지로 달라붙었다. 이후 다수 SUV에서도 클립 정리 자석을 체험할 수 있었다. 자석이 없는 경우엔 클립을 정리하는 고리가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아주 오래된 차종에서의 가능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운전대를 돌리면 해당 방향의 안개등이 켜지는 기능이 적용되는 추세다. /사진=박찬규 기자

4) “저 차, 안개등 한쪽이 안들어오네?”
주차장에서 안개등이 한쪽만 켜졌다가 꺼지는 차를 종종 볼 수 있다. 램프가 망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저속에서 진행방향의 안개등을 켜서 길을 비춰주는 ‘저속코너링램프’ 기능이다. 국산차에선 잘 쓰이지 않은 기능이어서 이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안개등은 빛이 넓게 퍼지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의 눈부심을 유발한다. 따라서 유럽운전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안개등을 켜지 않는다. 제조사들은 이런 점에 착안, 안개등의 또 다른 용도로 활용한 것이다.

주차장이나 일반 도로에서 서행할 때 운전대를 돌리면 해당 방향의 안개등이 진행하려는 길을 수초간 비춰준다. 반대로 돌리면 또다시 해당 방향의 램프에만 불이 들어온다. 안개등을 일부러 켠 경우가 아니라면 이처럼 한쪽만 들어오는 건 고장이 아니다.

후방안개등이 장착된 차종은 후진등이 1개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사진 볼보 XC60 D3 /사진=박찬규 기자

5) “후진등이 왜 한쪽만 들어오지?”
야간운전을 하다 보면 후미등의 한쪽이나 특정 지점만 유독 밝은 차가 있다. 보통은 후방안개등을 켠 채로 주행하는 차다. 고장이 나서 한쪽이 아예 켜지지 않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는 안개등과 연관이 있다. 유럽형 차엔 전방안개등 외에 후방안개등이 있다. 차종에 따라 후방안개등 위치가 다르지만 보통은 한쪽에 후진등을, 반대편에 후방안개등을 설치한다.

후방안개등은 안개가 낀 도로에서 뒤따라오는 차에게 내 위치를 알리려는 목적의 램프여서 특수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후방의 차에게 상향등을 켠 것과 마찬가지여서 오히려 충돌우려가 있다.

또한 이처럼 후방안개등이 장착된 차는 후진할 때 후진등이 하나만 들어올 수 있다.

연료게이지를 잘 살피면 주유구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계기반. /사진=박찬규 기자

6) 주유구 방향이 헷갈린다면…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광고에 등장한 캐릭터 ‘가필드’가 푸념하면서 던진 한마디. “주유소 간 게 언제였더라.” 굳이 아이오닉이 아니더라도 요즘 나오는 고효율차는 한 번 주유로 1000㎞쯤 주행이 가능하니 주유소 방문횟수를 크게 줄여준다.

게다가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 운전자거나 차를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운전자거나 여행지에서 렌터카에 주유할 일이 있다면 방향이 헷갈릴 수 있다. 이런 운전자를 배려한 자동차회사의 작은 기능, 주유구 방향표시 그림을 확인하자.

연료게이지의 주유기 모양 그림 옆에는 작은 삼각형이 그려진 차가 많다. 해당 삼각형이 표시된 쪽에 주유구가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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