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은..차에서 사라져버린 것들
비싸고 무거운 스페어 타이어 펑크나도 80km 주행 가능한 런플랫타이어 탑재 추세
시거잭·카세트 플레이어 다양한 수납공간으로 활용
라디오 안테나는 차 유리에..지프 랭글러만 여전히 고집
■ 신기술로 대체되는 車부품
전기와 모터를 이용해 시동을 걸게 되면서 엔진 크랭크축에 연결해 잡아돌려 시동을 걸던 쇠막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스타트모터를 돌려주던 시동키는 이제 스마트키와 버튼 시동장치에 자리를 물려줬고, 앞으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알게 모르게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자동차의 부품들이 제법 많다. 다음 세대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는 우리네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동차의 세계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엔진이다. 자동차의 심장으로 불리며 기계 기술의 최고점을 찍은 엔진이지만 이제 더 이상 엔진이 필요 없는 자동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쉐보레 볼트 EV의 엔진룸에는 엔진이 없다. 전기차인 볼트 EV에는 엔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모터와 인버터 등의 전기장치들이 밀고 들어와 있다. 엔진이 없는 엔진룸. 이제 엔진룸을 대체할 다른 말을 찾아야 할 때다. 전기차에선 연료탱크의 역할도 배터리가 대신한다. 휘발유와 디젤도 사라지는 셈이다.
초크 밸브를 기억하는가. 추운 겨울날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을 때 연료를 더 많이 실린더에 집어넣기 위해 한동안 잡아당겨야 했던 작고 동그란 밸브다. 카뷰레터와 함께 자동차에서 '디졸브(dissolve)'된 장치다.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주행모드 변경장치들이 밀고 들어온 그 자리에는 원래 오버드라이브(OD) 버튼이 있었다. 그것도 어느 정도 고급 모델에 적용되던 버튼이다. 변속기의 오버드라이브 기능을 선택할 수 있었던 장치다.
변속 패턴을 조절해 연료를 아낄지 혹은 연비는 잠시 잊고 조금 세게 달릴지를 결정하던 버튼. 요즘 차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파워스티어링이 아니면 차를 조금씩 움직이면서 있는 힘껏 핸들을 돌려야 아주 조금 겨우 돌아갔다. 그 시절 파워 핸들 대신 '파워 핸드'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S)에 자리를 내주고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엔진룸 안에 자리했던 유압장치가 사라지고, 대신 스티어링의 힘을 조절해주는 모터가 어디에 있느냐를 따지는 시대가 됐다. 요즘 유행처럼 적용되는 조향 보조장치, 자동주차 보조장치들은 모두 전자제어식 스티어링을 전제로 한다. 유압식 스티어링에는 이런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 많은 자동차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이유다.
스페어 타이어가 꼭 필요할까. 펑크날 때를 대비해 여벌로 가지고 다니는 스페어 타이어는 가격이 비싸고 무게도 만만치 않다. 과감하게 이를 제거하는 메이커들이 늘고 있다.
BMW와 미니는 거의 모든 차종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없앴다. 그 대신 차에 장착된 타이어를 런플랫 타이어를 사용한다. 이를 이용하면 펑크가 나도 80㎞ 정도를 이동할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를 생략하면 원가 절감은 물론 차량 경량화에도 도움이 된다. 런플랫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펑크 수리 키트를 차에 배치해 스페어 타이어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 더 이상 스페어 타이어는 꼭 있어야 할 부품이 아니다.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다.
유리에 내장된 안테나는 초기에는 전파수신이 일반 안테나에 비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었으나 갈수록 성능이 개선되면서 일반 안테나를 몰아내고 있다. 지금도 철사처럼 노출된 안테나를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차가 있기는 하다.
지프 랭글러다. 랭글러는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지프 브랜드의 대표 모델인 만큼 외부에 노출되는 안테나를 어색해하지 않는다. 랭글러에 언제까지 안테나가 살아남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안테나 시대의 마감은 랭글러가 맡게 된 셈이다.
카세트 테이프를 밀어낸 건 CD 플레이어였지만 이조차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신세다. CD와 MP3 플레이어의 시대가 오래갈 것 같더니 불과 몇 년 만에 USB 포트와 블루투스 장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방법은 앞으로도 빠르게 변해갈 것이고 그에 따른 자동차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스마트키로 도어록을 해제하지도 않고 운전석에 올라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차선 유지 조향보조시스템을 이용해 잠깐 핸들에서 손을 떼고 반자율 운전을 즐기며, 사라져 버린 것들을 추억한다. 초크 밸브 당기고 시동을 걸며 수동식 손잡이로 차창을 내려 담배 한 대 피워물던 그 시절. 그땐 그랬지. 아쉬울 건 없다. 다만 가버린 연인처럼 가끔 기억날 뿐이다. 아주 가끔 그리울 뿐.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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