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하이브리드카, 과연 사라질까

박찬규 기자 2017. 6. 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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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프리우스 엔진룸. /사진=토요타 제공

차세대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건 단연 전기차(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다. 특히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 EV는 한번 충전으로 주행가능한 거리가 400㎞에 가까워지면서 내연기관차를 보조할 세컨드카에서 퍼스트카로 지위가 상승하는 중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주행가능거리가 200㎞를 넘기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면 전기차는 먼 미래의 친환경 대안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주류로 등극할 것처럼 여겨진다.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히는 FCEV도 머지않아 대중화될 분위기다.
EV와 FCEV가 대중화되면 현재의 내연기관차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HEV)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까, 끝끝내 살아남을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KAIDA 오토모티브 포럼-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전. /사진=KAIDA 제공

◆하이브리드차의 운명은

지난 21일 HEV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개최한 제2회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이 그것. 이번 포럼의 주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전’으로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가능성을 진단했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에서는 각각의 기술을 경쟁관계로 설정하고 새로운 기술이 기존 기술을 집어삼킬 것이라 예상했다. 쉽게 얘기하면 기름을 연료로 쓰는 엔진에서 HEV처럼 전기의 힘을 빌리는 전동화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EV와 FCEV 등 차세대 친환경차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 것.

하지만 이날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이 입을 모아 주장한 건 한가지 솔루션으로는 점점 강화되는 각국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하이브리드처럼 여러 기술이 접목돼야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투싼 FCEV. /사진=현대차 제공

특히 이형철 한양대학교 교수는 친환경차 기술개발을 ‘스포츠’처럼 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EV, FCEV가 HEV와 경쟁해서 이긴다거나 전통강자인 내연기관이 이길 거라는 시각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대체연료에서 얻는 에너지가 6%에 불과한 시점에 한가지 커다란 솔루션으로 환경문제를 풀려고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EV, HEV 등 여러 솔루션이 모여야 하며 하이브리드기술도 12v, 48v, 디젤 등으로 세분화된 만큼 스포츠 대신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적으로만 보면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가 더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기에 하이브리드 기술이 쉽게 사라진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만약 모든 차의 동력원이 전기차로 바뀌면 발전량이 현재보다 2배쯤 늘어나야 하는데 발전소를 줄이는 상황에서 그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전기차는 당분간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보조금이 없으면 가격경쟁력이 없는 데다 충전시간이 길고 주행거리가 짧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시스템. /사진=토요타 제공

아베 시즈오 토요타자동차 상무이사는 “어떤 방식이 주류가 되느냐는 소비자가 정할 문제”라며 “기업은 소비자가 어떤 시스템을 요구하더라도 이에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가나 정부정책에 따라 소비자의 자동차 선택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 논리로 수년 전 각광받은 기술인 디젤-하이브리드는 최근엔 업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기술 자체가 어렵거나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외부요인으로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가의 차 값이 부담스러운 데다 저유가 상황에선 보다 다양한 선택을 고민하기 때문. 최근의 디젤게이트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한 것도 한몫했다. 따라서 당분간 하이브리드 기술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쏘나타 PHEV 충전장면. /사진=현대차 제공

◆하이브리드, 생존 키워드는 '진화'

하이브리드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의 단점인 ‘배출물’을 감축하고자 전기의 힘을 빌리는 데서 시작한 ‘전동화’의 결과물이다. 전동화의 핵심은 전기모터와 배터리. 자동차회사들은 이를 중심으로 현존하는 여러 기술을 접목,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한다.

완전히 전기로만 주행가능한 EV는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지만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고 충전 인프라가 제한적이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하는 HEV는 구조상 배출가스가 일정부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자동차회사들은 HEV와 EV의 절충형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한다. 전기차처럼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기름을 써서 장거리주행이 가능해서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사진=토요타 제공

아베 상무는 “대규모 인프라투자가 필요한 EV나 FCEV와 달리 PHEV는 기존 콘셉트의 플러스 알파 개념이어서 직장과 가정 모두 활용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터리가 커지면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차 값이 비싸지는 건 걸림돌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재 하이브리드 기술의 효율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이는 시도가 이어진다. 가장 현실적인 실천방안에 집중하자는 것.

대표적인 기술이 48V 하이브리드시스템. 기존 12V인 배터리전압을 48V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효율이 15%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8V 하이브리드시스템을 개발하는 만도의 김재산 상무는 “가격 대비 효과가 좋은 방법을 고민했으며 내연기관시스템의 발전기 모터(알터네이터) 대신 용량을 키우고 전압을 높인 모터를 설치하거나 회생제동효율을 높이는 것, 구동축을 직접 돌리는 방식 또는 뒷바퀴에 모터를 장착하는 등 총 4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국제적으로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려면 그만큼 기술이 더 들어가고 내연기관은 열효율의 한계가 있어서 전동화가 필연적”이라며 “하지만 그 비용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차를 사야하는 문제가 남아 생산효율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배터리와 전기모터 등 전기차 관련기술의 발전속도가 더뎌지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술이 상호작용하며 당분간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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