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술기운에 변속기 잘못 건드려 발진..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김태훈 2017. 7. 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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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운전자가 대리기사를 부른 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뭔가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변속기를 건드려 차가 움직였다면 이는 음주운전에 해당할까, 아닐까.

이어 △당시 B씨가 대리기사를 호출한 점 △B씨 승용차가 예열이 필요한 LPG 차량이란 점 △B씨 승용차가 M씨 승용차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B씨가 핸들을 꺾는 등 조작이 전혀 없이 그대로 후진해 충돌한 점 등을 근거로 "B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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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운전자가 대리기사를 부른 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뭔가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변속기를 건드려 차가 움직였다면 이는 음주운전에 해당할까, 아닐까.

충북 청주에 사는 B(31·여)씨는 지난해 9월10일 밤 청주시 상당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배씨를 조사한 뒤 “혈중알코올농도 0.183%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의 약식기소에 따라 배씨는 지난해 10월31일 청주지법에서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배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경제력이 넉넉치 않은 배씨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리며 털어놓은 사연은 이랬다. 당일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며 술을 꽤 마신 배씨는 대리기사를 불렀다. 배씨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LPG 차량으로 대리기사 도착 전에 반드시 예열이 필요했다.

문제는 배씨가 대리기사 도착 전에 자신의 가방을 승용차 안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가방을 뒷좌석에 놓으려고 힘껏 던졌는데 술기운 탓인지 그만 가방끈이 변속기에 걸린 것이다. 당황한 배씨는 가방을 꺼내려다가 실수로 변속기를 건드렸다. ‘주차’에서 ‘후진’으로 상태가 바뀐 차량은 배씨 의사와 상관없이 후진했다. 그러다 뒤에 주차돼 있던 M씨의 차량과 충돌했다. 화가 난 M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 이 일로 B씨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된 것이다.

배씨 사정을 들은 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 김민기 공익법무관은 B씨가 도로교통법상 금지된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없음을 입증해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로 결심했다. 재판이 열리자 김 법무관은 법정에서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을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기어 등 자동차 발진에 필요한 장치를 건드려 원동기 추진력에 의해 자동차가 움직이거나 또는 불안전한 주차 상태나 도로 여건 등으로 인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B씨가 대리기사를 호출한 점 △B씨 승용차가 예열이 필요한 LPG 차량이란 점 △B씨 승용차가 M씨 승용차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B씨가 핸들을 꺾는 등 조작이 전혀 없이 그대로 후진해 충돌한 점 등을 근거로 “B씨의 음주운전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현우 판사는 김 법무관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M씨가 차량 충돌 직후 경찰에서 작성한 ‘B씨의 음주운전 탓에 교통사고가 났다’는 취지의 진술서는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 법무관이 법정에서 펼친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검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이 사건은 현재 청주지법 형사항소부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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