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시승기] 모하비 6년차 오너, G4 렉스턴 시승하다

최민관 2017. 7.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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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의 드림카, 쌍용 G4 렉스턴의 이모저모
우람한 G4 렉스턴. 보닛은 모하비보다 높고 풍채는 한층 당당하다. 사진 김위수

다리와 도로를 연결하는 금속 이음매를 지날 때였다. '쿠쿵' 진동에 그가 갑자기 "클클클" 웃기 시작한다. 호기심에 이내 물어보니 "무쏘 몰고 다닐 때의 감각이 확 살아나는 게 신기해서"란다. 맞다. 그는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쌍용 무쏘를 탔던 사내다. 2.9ℓ 구형 엔진을 2.7ℓ 커먼레일 디젤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 5단 자동변속기로 바꾸고 탈 정도로 쌍용차 마니아였던 그는 이후 2012년 모하비로 차를 바꾼 이력을 갖고 있다.

모하비 오너가 G4 렉스턴을 몰았다. 그 느낌은?

"힘은 적당한 거 같아. 일상적인 주행 위주로 쓰도록 만져놨네." 2톤에 가까운 덩치에 2.2ℓ 엔진을 얹은 G4 렉스턴에 대한 가장 궁금했던 포인트를, 그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선수를 쳤다. 모하비를 6년 동안 몰던 오너가 바라보는 G4 렉스턴의 엔진 평이 무척 궁금했는데, "힘은 충분하다"는 의외의 대답이 나온 것.

부쩍 의구심이 들어 서로 차를 바꿔 모하비 운전석에 올랐다. 출발부터 V6 3ℓ 엔진의 존재감이 훅 느껴진다. 나직한 음색에 잡진동 없이 매끈하고 두툼한 토크가 일품이다. 오너가 아닌 내가 판단하기에 엔진만 놓고 본다면 모하비의 압승이 당연해 보인다.

G4 렉스턴은 일상적인 주행에 어울리는 엔진 튜닝을 거쳤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사실 모하비는 발만 얹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힘이 나와. G4 렉스턴은 ‘적당히’ 잘 나간다고. 굳이 비교한다면 뒤에서 뭔가 잡아 끄는 듯한 답답함은 있어서, 그게 V6 디젤 엔진에 익숙한 사람들은 살짝 피곤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2000rpm 이하 초반 토크 위주로 세팅해서 급가속도 괜찮아. 일상적인 쓰임새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야. 물론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감각은 모하비와는 완전 달라.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로 달릴 때 추월을 하려는 의지 자체가 무색해 보여."

그는 의외로 내 예상과는 달리 G4 렉스턴의 동력 성능에 합격 점을 줬다. 정리하자면 강력한 파워는 없지만, 그렇다고 약한 엔진도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궁금했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나왔으니 다음 논의는 당연히 당당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시선이 향한다.

옆에서 바라보면 동사의 소형 SUV 티볼리가 연상된다.

"중후한 맛은 있어. 특히 앞뒤 펜더가 두툼해서 상대적으로 20인치 휠이 작아 보여. 웅장해 보이지만 균형미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다리가 짧아보이는게 꼭 웰시코기 같아. 반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마음에 들어. 국산 SUV 가운데 이 차보다 커 보이는 차는 없었던 것 같아. 안정감 뛰어나고 당당해. 뉴 코란도 320 LX 기억나? 쌍용차의 최고급 SUV는 항상 그랬지."

기자가 보기에 G4 렉스턴은 티볼리와 아주 흡사한 실루엣을 지녔다. 특히 사이드 캐릭터를 비롯한 프로포션은 판박이다. 반면에 볼드감을 살린 전면 헤드램프를 포함해 웅장하고 남성미가 넘친다. 기교를 부린 티볼리와는 디테일이 다른 셈이다. 티볼리가 세밀한 부분을 제대로 터치해 좋은 평가를 받았듯 G4 렉스턴은 웅장한 남성미로 주 타깃 층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모양새가 틀림 없다.

가죽으로 마감한 인테리어 트림.

"내장재 질감이 모하비보다 훨씬 뛰어나. 내 차는 대시보드에 겹치는 플라스틱 부품의 색깔이 서로 다르거든. 허허허. 반면에 가죽 스티치의 고급감이 다소 떨어지고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꾸민 내장 가죽은 지나치게 화려해."

고급스럽지 않다고? 아차, 그는 모하비와 더불어 BMW 335i 컨버터블의 오너이기도 하다. 가만 보면 대형 SUV 오너들은 세단 한 대는 별도로 갖고 있는 듯하다. 계속해 시트에 앉아 요모조모 체크하며 그는 "G4 렉스턴이 모하비보다 체감 공간이 훨씬 넓다"고 호평했다.

"레일의 작동 범위가 길어 훨씬 뒤까지 움직일 수 있고 머리 공간도 충분하다"고. 사실 189cm의 장신인 그가 모하비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꼽는 게 공간의 협소함이었다.

스티어링 휠에는 각종 조작 버튼이 빼곡하다.

"뒤쪽 차축에서 잡소리가 많이 올라오네. 그건 쌍용차 고유의 특징 같아. 앞유리는 이중 접합이 아닌가 봐? 고속 주행 때 소음이 좀 있어. 풍절음도 상당하고." NVH 대책 가운데 소음(noise)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감동 받았던 터라 그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자 그는 기준의 엄격한 잣대를 설명했다.

"이런 차는 국산차 중 최상급 모델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기 마련이야. 이를 테면 모하비는 신형이 나오면서 사이드미러가 풍절음을 줄여주는 설계로 바뀌었거든? 그래서 구형 모하비 오너들은 가격은 다소 비싸도 대부분 신형 사이드미러로 바꾸기도 하지. 이 차는 최신형 모델이니 풍절음 같은 건 신경 써서 잡고 나와야 해. 누가 뭐래도 쌍용의 기함이잖아."

화려하고 감각적인 그래픽으로 가득한 계기판.

여기서 잠깐, 풍동 테스트 시설이 없는 쌍용차는 G4 렉스턴을 개발할 때 마힌드라 파트너사인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의 윈드터널에서 테스트를 했다. 실제 타보면 고속도로 정속주행 조건에서 풍절음은 아주 매끈하다. 승용차의 공기저항계수를 참고 삼아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아주 잘 틀어막았다. 정작 내 불만은 소음보다는 진동이다. 승용차만 타던 오너라면 프레임 보디 SUV의 승차감에 적응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도어를 열면 스르르 밀려나오는 사이드 스텝은 선택 장비로 제공된다.

"섀시가 아주 믿음직하네. 오프로드에 넣으면 차가 버텨주겠어. 모하비는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 주차하면 트렁크가 닫히지 않아. 트렁크의 '소프트 클로즈드' 기능이 먹통이 되는데 마지막은 손으로 쾅 내리치듯 닫아야만 하지. 정리하자면 캐빈의 비틀림 강성 자체가 약해. G4 렉스턴은 뼈대를 무척 튼튼하게 만들었다더니 잠깐의 비포장도로 주행에도 신뢰감이 드네. 제대로 된 오프로드에 가보고 싶어."

그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고속도로를 향했다. 이미 비포장도로는 달려봤거니와 시승차로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달리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캠핑 파트너 중 G4 렉스턴을 견인용으로 주문한 지인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체크할 수도 있거니와 섀시 강성은 G4 렉스턴 픽업 모델이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장거리 주행을 테스트해볼 수밖에.

G4 렉스턴은 웰시코기?

"중저속에서는 별로였던 승차감이 신기하게도 시속 100km 언저리에서는 무척 쾌적하네. 거친 노면을 가다 서다 달릴 때는 뒤뚱거렸는데 고속주행에서는 무척 매끈해져. 쌍용차는 무쏘 시절부터 엔진을 프레임 아래쪽으로 세팅하려 노력했는데 무게 중심은 예상보다 높다는 느낌이야. 고속주행 안정감은 괜찮았지만 코너에서 슬쩍 무너지는 시점은 모하비보다 빠른 듯해."

마지막으로 모하비 오너에서 G4 렉스턴의 상품성에 대해 물었다. 그와 나는 쌍용차에서 밝힌 타깃 오너에 완벽하게 부합하니까.

모하비 오너는 모하비에 만족했고, 예비 오너는 G4 렉스턴 SUT를 기다린다.

"라이벌? 글쎄. 무척 독특한 자동차니까 어떤 차도 경쟁 모델은 없는 듯하네. 덩치는 포드 익스플로러 크기인데 출력은 쏘렌토와 엇비슷하니까. 프레임 없는 최신 SUV와는 경쟁 자체가 아닌 듯하고, 내 생각에는 라이벌이 없어. 프레임을 갖춘 SUV가 필요해 울며 겨자 먹기로 모하비를 사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그런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하리라고 생각해. 나? 무쏘를 타고 있다면 살 텐데 모하비를 갖고 있으니 그리 끌리지는 않아. 우리 또래 ‘아재’가 출퇴근에 쓰고 주말에 가족들과 놀러 가는 용도로 추천하고 싶어."

쌍용은 오는 10월부터 조립 3라인에서 7인승 G4 렉스턴을 양산할 예정이다. 트렁크 하단을 세심하게 살펴보니 7인승 시트 배열이 어떻게 나올지 보인다. 진검승부는 G4 렉스턴 픽업이 나올 때가 아닐까? 기아는 모하비 기반의 픽업 트럭을 거의 완성했고, 쌍용은 코란도 투리스모의 후속 모델과 주행거리 300km 이상의 순수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래저래 소비자는 좋겠다. 저들의 경쟁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최상의 혜택 아니던가?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mailto: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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