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차 시장 '나는 왜 자꾸 작아지는가'

우제윤 2017. 7. 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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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큰 차 선호 겹쳐 상반기 점유율 11% 그쳐
신형 프라이드·클리오, 빼앗긴 시장 되찾아올까
한때 국민차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호령했던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등 소형차들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면서 국내 소형차 시장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저유가로 인해 소형차는 물론 경차까지 매력이 사라지는 데다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트렌드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완성차 업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GM 아베오 등 소형차 3개 차종 판매량은 5528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승용차 시장 전체 규모 64만5405대에 비하면 비중이 0.9%도 안 되는 셈이다.

소형차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97년만 해도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7.7%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에 들어서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2008년부터는 5% 밑으로 떨어졌다. 2012년 4.2%, 2013년 3.8%, 2014년 3%, 2015년 2.1%, 2016년 1.4%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올해는 상반기 기준으로 1% 미만까지 떨어진 것이다.

경차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17.3%, 2013년 16%, 2014년 15.4%, 2015년 13.1%, 2016년 12.9%에서 올해 상반기는 10.9%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두 차급을 합쳐서 조만간 10% 벽이 깨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경차·소형차 시장이 쪼그라든 것은 저유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차와 소형차는 높은 연비가 장점인데 낮은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이 대거 등장하면서 높은 연비는 더 이상 경차와 소형차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대대익선'으로 표현되는 큰 차 선호 현상도 소형차 시장 부진의 원인이다. 과거에만 해도 소형차나 경차를 생애 첫 차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준중형 혹은 중형차로 이동했다. 국내의 이런 트렌드는 준대형 현대차 그랜저IG 돌풍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랜저는 올해 6개월 내내 1만대 이상 팔려 이변이 없는 한 판매량 연 10만대를 돌파하는 올해의 베스트셀링카가 될 전망이다.

경차와 소형차는 자동차를 이미 보유한 가정에서 추가로 구입하는 세컨드 카에서도 준중형차에 밀리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세컨드 카조차도 경차 대신 준중형을 선호할 정도로 큰 차 선호 현상이 심하다"며 "올해는 모닝이 신차로 출시됐는데도 오히려 경차 점유율이 작년보다 떨어진 이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도 이런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생애 첫 차로 소형 SUV를 찾는 국내 소비자가 늘면서 이 시장은 5년간 10배 이상 규모가 커졌으며 벌써 연간 11만대 규모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현대차는 코나, 기아차는 스토닉을 출시해 국내 완성차 업체 5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소형차에는 고난의 시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엑센트와 프라이드 단종설까지 나오고 있다. 소형차가 안 팔리다 보니 업체들이 신차를 내놓지 않고 모델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또 판매가 부진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하반기에 나올 4세대 프라이드와 9월 출시될 르노삼성의 클리오가 소형차 부진을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세대 프라이드는 이미 유럽에서 판매 중이며 미국에서도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한 후 4분기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해치백인 클리오는 유럽 시장 베스트셀링카 중 하나로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클리오를 9월 출시해 올해 4000~5000대 정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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