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익스플로러는 왜 잘 팔릴까?

조두현 입력 2017. 7. 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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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중인 익스플로러의 매력 포인트와 아쉬운 점 찾아내기
포드 익스플로러는 현재 수입 SUV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사진=조두현 기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미국차가 있다. 지난달 포드 익스플로러는 790대가 새로 등록되면서 월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익스플로러는 1996년 국내에 출시된 이래로 지난달까지 총 1만9,667대가 팔렸다.

익스플로러는 국내에서 포드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익스플로러는 총 4,739대 팔리면서 포드 전체 판매량의 55%를 차지했다. 올해 익스플로러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상반기에만 3,288대 팔리면서 포드 전체에서 73%를 장악했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이 중 에코부스트 2.3ℓ 엔진을 얹은 모델은 3,063대 팔리면서 상반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등록된 수입차 단일 모델 중 6위를 차지했다. 10위권 모델 중 SUV로는 유일하다.

그 덕에 포드 코리아는 월 판매량 기록도 새로 갈아치웠다. 포드 코리아는 지난달 총 1,173대를 판매하면서 2015년 6월 1,120대의 판매 기록을 깼다.

2열과 3열을 접으면 눕고 싶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 덩치 큰 차는 왜 잘 팔리는 걸까? 포드 코리아는 그 원인이 캠핑 등의 아웃도어 활동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자료를 통해 밝혔다. 커다란 차체에서 비롯하는 넓은 공간과 부담 없는 오프로드 성능, 안락한 승차감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이 여행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승승장구의 비결이 궁금해 2.3ℓ 에코부스트 리미티드 모델을 시승했다.

길이는 5,040㎜, 휠베이스는 2,860㎜에 달한다

익스플로러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간의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총 2,313ℓ에 달하는 공간이 생긴다. 3열 시트만 접어도 1,240ℓ의 평평한 공간이 나타난다. 당장에라도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테일게이트를 그늘막 삼아 누워서 쉬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3열 시트를 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순식간에 넓은 테이블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3열 시트는 버튼으로 손쉽게 펴고 접을 수 있다. 3열 시트를 펴고도 뒤에 594ℓ의 적재 공간이 남는다. 테일게이트는 키를 갖고 뒤범퍼 밑에 발만 대면 자동으로 열린다. 이 공간 활용성은 익스플로러를 단순한 이동 수단의 개념을 넘어 아웃도어 레저 활동의 전진 기지로 만들어준다.

2.3ℓ 에코부스트 엔진. 최고출력 274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지금껏 경험해본 에코부스트 엔진은 ‘에코’보단 ‘부스트’에 방점이 찍혀 있는 느낌이다. 연비는 탁월하다고 할 수 없으나, 힘은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지난 2012년 1.0ℓ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은 포뮬러 포드가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에서 7분 22초라는 전설적인 랩타임을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어 레버는 묵직하고 굵다. 변속은 스티어링휠에 달린 패들 시프트로도 할 수 있다

익스플로러의 2.3ℓ 에코부스트 엔진도 그러하다. 출력은 강하고 부드럽게 끓어오른다. 5,500rpm에서 최고출력 274마력을 발휘한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하나인 듯 합이 잘 맞는다. 기어 레버를 ‘S’에 두고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질주’라기보다 ‘돌격’에 가까운 박력을 보인다. 고속 구간에서 2톤이 넘는 거구의 가벼운 몸놀림을 경험하고 나면 ‘2.3’이란 숫자가 의심스러워질 정도다. 작은 터보차저는 언제나 성실하게 일한다는 느낌을 준다. 엔진의 매력은 오프로드에서도 느낄 수 있다. 2,500rpm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41.5㎏.m의 강한 토크가 터져 나오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꾹꾹 밟을 필요가 없다.

익스플로러의 앞좌석. 시트 포지션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강한 강성의 모노코크 보디에 차대는 포드 토러스와 링컨 MKS 등과 공유한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로 구성됐다. 각 잡힌 외모의 이미지와 달리 하체는 물렁물렁한 편이어서 롤링도 심하고 댐퍼도 예상보다 단단하게 조인 느낌이다. 포드는 익스플로러의 승차감이 안락하고 부드럽다고 주장한다. 이견은 없으나 혼다 파일럿이 좀 더 푹신하다.

온로드에선 편안하고, 오프로드에선 든든하다

오랜 시간 검증된 할덱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흠잡을 것 없이 우수하다. 지형 관리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알맞은 파워트레인과 네바퀴굴림 설정을 자동으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진흙에선 더 높은 토크를 발휘하고 높은 단으로의 변속을 제한하며, 모래 위에선 허둥대지 않고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휠에 강한 토크를 전달한다. 눈이나 자갈, 풀밭 등 미끄러운 길에선 변속 시점을 빨리 가져가고 토크를 낮춰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접지력을 유지한다.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힐 디센트 컨트롤(HDC)을 사용해 보시라. 속도만 지정하면 스스로 그립을 잡으며 안정적으로 내려간다.

외모에서도 과거 랜드로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설정을 바꾸는 다이얼에 그려진 아이콘을 보니 과거 포드가 랜드로버를 품고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포드는 2000년 BMW 그룹으로부터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했지만, 금융 위기 여파로 2008년 인도의 타타모터스에 재규어 랜드로버를 매각했다. 지금의 익스플로러 모습에서 랜드로버의 유전자가 살짝 비치는 이유다. 2년 전 서울 강남의 모 포드 전시장에서 영업 직원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그때도 익스플로러가 인기 있을 때라 그 비결을 물었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근처에 재규어 랜드로버 전시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랜드로버를 보고 온 고객이 익스플로러를 보고 나면 거의 계약을 하시더라고요.” 가격 대비 가치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으로 들렸다.

다양하고 유용한 장치 역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USB 포트의 충전 속도는 빠르고, 220V 전원 소켓의 존재감은 캠핑할 때 빛을 발한다.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동원된 주차 보조 시스템은 생각보다 정확하게 움직인다. 자동으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덕에 고속도로 주행이 부담스럽지 않다. 1열 시트에 들어간 마사지 기능은 강렬하진 않지만 플라세보 효과와 더불어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준다. 음성명령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싱크®3 (SYNC®3)’는 예전보다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다.

그런데 오토 홀드의 부재는 아쉽다. 길이 꽉 막힌 도심에서 운전할 때면 ‘진짜로 없나?’ 하며 변속 레버 근처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미국에선 옵션으로 제공하는 토잉 패키지도 선택할 수 없다. 2.3ℓ 에코부스트 모델의 경우 1,361㎏의 트레일러까지 끌 수 있다. 대시보드와 문 사이의 단차 등 꼼꼼하지 못한 마감도 볼 때마다 거슬린다.

넓고 편리한 2열 시트의 공간을 보고 있으면 당장에라도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비 또한 단점으로 꼽힌다. 익스플로러의 복합연비는 7.9㎞/ℓ, 도심 연비는 6.8㎞/ℓ다. 고속 연비도 10㎞/ℓ를 채 못 넘는다. 어디 멀리라도 나가면 70ℓ의 연료통은 금방 바닥을 보인다. 지능적이라고 자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게 가속 페달을 맡겨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195㎏에 달하는 몸무게를 생각하면 용서는 할 수 있으나 도심에서 출퇴근용으로 끌고 다니기엔 적지 않은 부담이 든다.

시승한 익스플로러 2.3 리미티드의 가격은 5,790만원이다. 익스플로러가 잘 나가는 이유는 어쩌면 이 가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가격에서 이런 공간과 성능, 기능을 갖춘 차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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