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부 인증 취소된 폭스바겐 티구안 실도로 주행 합격 못하면 재인증 않기로

김준 선임기자 2017. 8. 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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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환경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정부가 서류 조작 등으로 인증이 취소된 폭스바겐 ‘티구안’ 차량의 재인증에 실도로 주행 등 훨씬 강화된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실도로 주행에서 배출가스가 일정치 이상 나올 경우 인증을 해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구안은 폭스바겐이 골프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차량 중 하나다. 하지만 서류 조작으로 인증이 취소된데다 배출가스 저감 장치까지 임의 장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1일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티구안 등 폭스바겐 차량 4종과 아우디 8종 등 모두 12개 차종에 대한 인증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아우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이 최근 배출가스와 소음기준과 관련한 인증을 통과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신청한 소형 SUV 티구안은 아직도 인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자동차 인증 작업은 신청한 순서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늦게 신청한 Q7이 티구안보다 인증을 빨리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티구안은 실도로 주행 등을 실시한다는 지침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테스트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의 인증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인증이 한차례 취소된 모델인데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임의로 장착한 전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8월 배출가스 인증서류 조작이 적발돼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무더기 인증 취소와 판매정치 처분을 받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Q7은 신규 차량이어서 별도의 시험 절차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인증 작업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티구안은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임의 장착한 전력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제 도로주행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아우디 대형 SUV Q7.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제공

통상 신차 인증은 배출가스와 소음 관련 시험성적서가 포함된 서류 검토만으로 끝이 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인증을 신청한 티구안은 풀 모델 체인지된 차량으로 이름만 같을 뿐 사실상 Q7과 같은 신차다.

종전 같으면 서류 검토만으로 인증을 완료할 수 있는 차량인 셈이다. 이 때문에 티구안에 대한 ‘깐깐한 인증’은 불법을 저지른데 대한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환경부가 밝힌 서류 검토외 별도 평가에는 실도로 주행과 조건이 강화된 실험실 테스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도로 주행은 올해 9월부터 실시되는 ‘경유차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에 규정된 방식이 적용된다. 기존 실내 실험실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것과 달리 차량에 ‘이동식 배출가스 측정장치’를 달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오염물질을 측정, 적합 여부를 판정한다.

실도로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은 0.168g/㎞다. 현행 실내인증기준(유로 6)은 0.08g/㎞로, 얼핏 보기엔 규정이 약화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훨씬 가혹하다고 한다. 도심, 교외, 고속도로를 각각 3분의1씩 주행하고 급가속, 언덕 주행, 에어컨 가동, 고온·저온 상황 등 다양한 운행 조건에서 주행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실내 인증을 통과한 경유차가 실제 도로를 주행하면 실험실 테스트 인증기준인 0.08g/㎞보다 평균 7배 이상 더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티구안은 일반 실험실 테스트도 받아야 한다. 20분 동안 정해진 주행 패턴을 달리는 일반 실험실 평가와 달리 다양한 모드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테스트 시간도 더 길게 할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티구안에 대해 좀더 깐깐하게 인증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맞다”면서 “실도로 조건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등이 환경부 기준에 어긋날 경우 인증을 못받는다”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인증 신청에 자사 대표 모델인 골프와 제타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존 차량으로는 재인증을 받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골프와 제타는 신차가 나올 때까지 국내시장에서 판매가 불가능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인증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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