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에 '신의칙' 적용이 대세..기아차도 포함될까

백진엽 기자 입력 2017. 8.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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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현대중공업·아시아나 등 원심깨고 회사 勝
기아차 패소시 적자전환 등 위기..신의칙 적용될까
대법원© News1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적용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원고와 소송가액 규모가 가장 큰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통상임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신의칙 적용 여부'다. 이 중 최근 더 큰 변수로 떠오른 것은 '신의칙'이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해도 신의칙이 적용되면 피고인 회사측이 승소하게 된다.

최근 관련 소송에서는 법원이 '기업 경영상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이나 대법원 및 각급 법원에 쌓여 있는 200여개의 관련 소송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조 勝' 원심 뒤집고 '신의칙 적용' 증가

지난 18일 광주고법 민사1부(구회근 부장판사)는 금호타이어 노조원이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노조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으로 인한 추가임금 청구는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신의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거쳤고, 이후에도 경영 사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한 판결로 해석된다.

금호타이어뿐 아니라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 승소로 끝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에서 '신의칙 적용'을 이끌어 낸 갑을오토텍을 비롯해, 한국GM·현대중공업·한진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현대로템·아시아나항공 등이 관련 재판에서 승소했다.

이 중 갑을오토텍과 한국GM은 회사측 승소로 최종 확정됐고, 나머지는 2심 또는 1심 결과다. 하지만 최종심은 아니더라도 법조계에서는 몇년전과 달리 법원에서 기업의 경영 사정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은 1심에서는 패했지만 2심에서 승소한 경우다.

◇기아차 소송 1심, 신의칙 적용 여부 주목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소송금액이 가장 클 뿐 아니라, 인원도 최대규모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질 경우 최대 3조원(회계평가 기준)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소송 역시 관건은 신의칙 적용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법원의 '신의칙 적용' 추세에 따라 기아차도 승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면 각 기업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는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과거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 인정을 위한 요건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해야 하며, 추가 임금 청구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해야 한다.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발생'의 판단 근거로는 초과근로가 상시 발생하는지, 일정비율 이상의 상여금을 지급하는지, 기업의 재정 및 경영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질임금인상률이 교섭 당시 인상률을 상회하는지 등으로 판별한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과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하는 등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월평균 20∼50시간 가량 초과근무와 750%의 높은 상여금 지급률, 급감하는 영업이익률로 인한 적자전환 우려 등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 흑자라도 패소시 경영상황 고려해야"

노사합의와 초과근무 시간, 상여금 지급률 등은 객관화된 사실이므로 크게 논란이 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관건은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을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신의칙을 적용받은 기업들은 워크아웃이나 대규모 적자 등 판결 시점에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재판부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통상임금과 관련된 막대한 비용이 추가될 경우 회사의 존립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신의칙을 적용한 것이다.

기아차는 살짝 다르다. 상반기 사드 배치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44%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자는 아니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패소할 경우 회사의 사정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7870억원인데,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할 금액은 3조원이 넘는다. 판결 즉시 충당금 적립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엔 현 회계기준으로 당장 3분기부터 영업적자가 불가피하게 된다. 이는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쳐 유동성 부족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기아차의 사정 악화는 협력업체들의 악화로 이어지고, 국내 차 산업은 물론 전체 산업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동분야 한 전문가는 "기아차의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보느냐 마냐에 따라 판결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며 "현재 상황뿐만 아니라 소송 이후의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한 후 합리적인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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