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주인님 아니면 시동 안돼요"..차도둑 '꿈도 꾸지마'

2017. 9. 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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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도어·트렁크 열려하면 경보음 울리는 장치는 기본
양방향 텔레매틱스 결합 스마트폰으로 원격제어도
그래도 차 도난 당했을땐 차량위치 실시간 경찰 전송
BMW 암호코드만 1000억개, 인피니티는 시동끄면 새 암호
절도범들이 넘기엔 '철옹성' 기술

진화하는 자동차 도난방지 기술

BMW에는 보닛이나 트렁크, 도어를 강제로 열려는 시도가 있을 때 경보음을 울리는 도난방지기술이 적용돼 있다. [사진 제공 = BMW]
최소 수천만 원, 비싸면 수억 원에 달하는 자동차는 절도범들에게 매우 좋은 타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훔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자동차 도난방지기술이 첨단 기술을 만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어서다.

차 키가 단순한 쇠꼬챙이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를 훔칠 수 있었다. 차 문을 연 뒤에 전선 두 가닥을 연결하기만 하면 시동을 거는 것도 가능했다. 요즘에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무선통신기술과 첨단기술이 더해지면서 '철벽수비'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난방지 기술은 이제 자동차 키를 벗어나 양방향 통신과 텔레매틱스의 범위로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키에 도난방지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키에 내장된 암호가 확인돼야 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다. 암호는 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정교하게 생성된다. BMW의 경우 약 1000억개의 암호 코드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자동차 도난방지기술은 텔레매틱스와 결합해 정점을 찍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BMW]
차량 내부 온보드(on-board) 컴퓨터 시스템에는 비밀번호 설정 기능이 있어 누군가가 키를 훔치더라도 비밀번호를 모르면 시동을 걸 수 없도록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키를 분실했을 때는 분실 신고와 동시에 기존에 쓰던 키의 기능이 상실돼 차량 도난을 예방할 수 있다.

BMW는 차 문이 잠긴 후 도어와 보닛 트렁크를 열려는 시도를 감지할 경우 경보음이 울린다. 차 안에서 움직임이 감지될 때, 세워둔 차가 심하게 기울어질 때, 전압에 간섭이 생길 때에도 경보음이 울린다. 국내에는 X5와 X6 일부 모델과 M5, M6, 7시리즈 등에 기본으로 적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전 차종에는 글러브 박스 도어록이 기본으로 장착됐다. 발레파킹 때 키로 글러브박스를 잠그고 리모컨만 주차 직원에게 전달하면 글러브박스 안의 귀중품 분실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전 차종에 도난방지 경보 장치가 장착돼 리모컨 키가 아닌 메커니컬 키로 도어를 열면 도난방지 경보 시스템이 작동된다. 경보 시스템이 작동되면 이후 도어를 닫아도 경보는 멈추지 않아 주변에 도난 사실을 알릴 수 있다.

인피니티의 이모빌라이저는 엔진 시동을 끌 때마다 다음번 암호를 새로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저장된 암호를 복제해도 사용할 수 없다.

랜드로버에는 인컨트롤 시큐어 기능이 있다. 차량을 도난당했을 경우 첨단 추적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자동으로 도난 알림을 보내고 경찰에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전송한다. 또한 '인컨트롤 리모트 프리미엄'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차량을 원격 조종할 수도 있다.

차 안에 모션센서를 넣어두고 이상 움직임이 작동되면 알람을 울리고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차도 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옆문으로 침입하는 불청객을 막기 위해 운전석 도어만 열리는 기능도 많이 채택하고 있다.

1998년에 독일의 콘티넨탈은 무선 주파수를 통해 키 없이 문 열고 시동을 거는 'PASE(Passive Start and Entry)' 스마트키를 선보였다. 덕분에 키를 꺼내서 작동시킬 필요 없이 몸에 지니고 있기만 하면 차 문을 열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편리함이 컸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난방지 효과도 컸다. 허가된 키가 차 안에 없으면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아 훔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양방형 통신키가 등장했다. 한쪽에서만 정보를 송신해 단순히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었던 일반 무선 키와 달리 양방향 통신 키는 차의 정보를 수신할 수 있다. 도어 잠금과 실내온도, 헤드램프 점등 여부 등의 차량 상태를 키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은 자동차 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가전박람회 'CES 2017'에 참가해 무선충전·NFC 지원 디지털 키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는 쉽게 얘기해서 스마트폰에 자동차 키 기능을 담아놓은 기술이다. 스마트폰이 자동차 키가 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을 도어 손잡이에 갖다 대면 NFC 작동으로 서로의 신호를 인지하고 잠긴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운전석에 앉아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무선충전이 시작되면서 블루투스로 차량과 스마트폰이 연결된다.

차 문을 잠글 때에는 차에서 내려 도어 손잡이에 스마트폰을 대면 된다. 폰 화면에는 NFC 통신으로 주고받은 차량 상태와 주행 기록, 주차 위치 등이 표시된다. 사용자는 이러한 디지털 키를 제3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블루링크 버튼이 있는 룸미러. [사진 제공 = 현대차]
현 단계에서 도난방지 기술은 텔레매틱스 기술과 결합돼 정점을 찍고 있다. 현대차의 블루링크와 기아차의 유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012년 4월 신형 싼타페에, 기아차는 같은 해 5월 출시한 K9에 이 기능을 처음 적용했다.

블루링크와 유보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원격제어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차를 도난당했을 때 시동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고, 차의 현재 위치도 실시간으로 경찰에 통보돼 추적할 수 있다. 도난 추적 서비스는 실제 고객이 경찰에 신고 접수했을 때에만 제공된다. 차 도둑으로서는 차를 훔쳤다고 해도 이를 제어할 수 없고, 위치가 노출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는 것이다.

도둑들이 노리는 것은 자동차만이 아니다. 차에 붙어 있는 부품들도 돈 되는 것들은 타깃이 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롤스로이스 보닛에 있는 '환희의 여신상'이다. 백금으로 도금된 이 장식은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불릴 만큼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교체비용이 수백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훔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이 잠기면 보닛 안으로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시동을 켜야 비로소 환희의 여신상이 보닛 위로 드러난다. 도둑이 접근할 방법이 없다.

휠과 타이어를 노리는 좀도둑도 해외에서는 제법 많다. 일부 메이커에서는 타이어를 탈착시킬 때 사용하는 별도의 너트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일반 공구로는 휠이 체결된 볼트를 절대 풀 수 없다.

차 도둑과 자동차 메이커의 창과 방패의 대결. 철벽 방어를 구현하는 방패 앞에서 창은 날로 무뎌지고 있다.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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