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달리고 돌고 멈추는 車, 이젠 보고 생각하고 이동하는 車로

2017. 11.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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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자동차산업 스마트폰산업처럼 바뀔까
구글과 애플은 거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자동차산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구글의 웨이모가 크라이슬러와 협업해 미니밴 퍼시피카에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 테슬라는 배터리 전기차를 바탕으로 솔라시티라는 새로운 사회 창조를 추구하고 있다. (오른쪽)
등장한 지 130년이 넘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자동차는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으로 시간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해 주며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놨다. 이동성(Mobility)이 주는 자유는 물물교환 속도를 가속화했고 교역을 촉진시켰으며 국가 간 장벽을 허물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산업은 거대해졌다. 시작은 포드가 도입한 대량 생산 기법이다.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해 '더 적은 투자로, 더 큰 이익'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꽃을 피우게 했다. 이를 '포드주의'라 부른다. 포드주의를 더 발전시킨 것은 GM이 완성한 '슬론주의'다. GM에서 23년 동안 CEO를 지냈던 알프레드 슬론의 이름을 딴 것으로 자동차산업을 크게 생산과 판매 부문으로 분리해 시장 공략을 쉽게 만들었다.
이런 틀에 변화가 생긴 것은 크라이슬러 위기 때였다. 리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해 그때까지 자체 개발에 의존해 오던 대부분의 부품을 외부에서 70% 조달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실행했다. 이를 통해 비용 부담을 덜고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한 크라이슬러는 구사일생했다.

다른 한편으로 도요타는 '적기 생산' 등의 구호로 외부 부품의 적절한 공급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부품회사를 최대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것이다. 이로써 생산라인 고용인원을 GM의 8분의 1로 줄였다. 이를 '도요타주의'라고 말한다.

이 같은 혁신을 통해 도요타, 폭스바겐, GM, 르노닛산 등 연간 1000만대를 생산·판매하는 공룡들이 탄생했다. 현대차그룹도 800만대를 넘었다. 포드도 공룡 그룹에 속한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직접 고용인원이 현대차와 기아차에만 10만명이 넘으며 그룹 내 부품회사까지 합치면 30만명에 달한다. 다시 하위 부품업체들까지 포함한 간접고용까지 더하면 400만명에 달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동차회사는 '조립회사'가 됐다. 더불어 부품회사들은 이들 복수의 거대 기업들에 납품하며 역시 거대화됐다. 부품회사는 크게 1·2·3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볼트와 너트 등 기초 부품을 생산하는 3차 부품회사와 한 단계 위인 2차 부품회사, 2·3차 부품회사에서 납품받아 시트나 대시보드 등을 완성된 상태로 만들어 완성차회사에 납품하는 1차 부품회사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완성차회사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됐다.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완성차회사의 힘은 막강하다. 완성차회사는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하며 마케팅과 판촉활동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세계 최대 단일 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도 자동차산업 공룡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가속화한 전동화 흐름과 자율주행차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그동안 자동차 덕분에 누렸다고 여겼던 혜택이 이제는 환경파괴, 교통정체, 사망사고처럼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는 시각에서 기인했다.

이 같은 사회적인 변화에 적극 대응한 테슬라는 전동화 바람을 촉발시켰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지만 여전히 배터리 전기차 시대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솔라시티'라는 회사가 말해 주듯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를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려 기업가치가 사상 최초로 8000억달러, 원화로 900조원 수준을 돌파한 애플과 검색 엔진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현금 보유액이 2500억달러에 달하는 애플이지만 새로운 자동차 조립회사는 설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회사들과 같은 생산 및 판매 구조를 갖추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려야 하고, 새 모델 하나 개발하는 데만도 5년 전후가 걸린다. 애플은 아이폰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대만의 팍스콘에 위탁생산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회사들과 인수·합병을 위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등에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아예 인수할 수도 있다.

인텔은 모빌아이를 인수하고 BMW, 컨티넨탈 등과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애플과 구글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은 밝혀진 게 없다. 당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곳은 인텔, 모빌아이, 엔비디아 등 반도체·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이다. 이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등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운영체제와 같은 자동차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실현될지와는 별개로 기술개발 경쟁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가 대두된 것이다.

미래 자동차에 대한 지금의 그림은 배터리 전기차를 바탕으로 하는 자율주행차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동차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자율주행차는 기계적인 조작에 따라 구동되지 않는다.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 LiDAR 등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으로 5G 통신망 내에서 자동으로 이동한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자동차의 본질이 달라진다. 카메라와 센서 등으로 주변을 확인하고 슈퍼 컴퓨터를 통해 이를 해석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이동한다. 그래서 자동차의 본질이 '보고 생각하고 이동하기'로 바뀌게 된다.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것이 이동하기라는 한마디로 요약돼 버린다.

당연히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에도 변화가 생긴다. 차를 구동하는 장비, 즉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는 운영체제 기술을 장악한 소프트웨어회사들은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자동차회사들을 지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자동차산업은 복잡한 생산 공정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 체계를 통해 제품이 완성되는 프로세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드웨어의 노하우가 더 많이 축적된 제품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통과 역사, 성능 등을 내세운 독일차들이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유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미래 자동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체다.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스마트폰산업이 그랬듯이 소프트웨어회사들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 포드가 자동차 시장이 아닌 서비스 시장에서 승부한다고 선언하는 등 자동차업체들이 자세를 바꾸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놓지 않고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얘기다. 누가 최종 소비자와의 접점을 장악하느냐는 싸움이 시작됐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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