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차값 200만원 오르면 수입차만 더 팔려"

강현우 2017. 12.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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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협력금 도입, 국산차 판매 10%↓ 수입차 5%↑
국산차 수요, 가격에 민감
인상 땐 구입 포기하거나 차급 낮은 수입차로 선회
"환경 규제로 가격 오르면 수입차 판매만 부추길 수도"

[ 강현우 기자 ]

정부 규제로 자동차 가격이 똑같이 오르면 국산차 판매는 감소하는 반면 수입차는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소비자 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차는 가격 인상으로 수요가 크게 줄고, 이 중 일부는 수입차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200만원 오르면 국산차 10%↓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시장분석업체 컨슈머인사이트를 통해 지난 7~11월 향후 2년 내 신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31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협회는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이 100만~500만원 오를 경우와 100만~200만원 내릴 경우 각각 국내 자동차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국산차 수요는 차값이 △100만원 인상 시 3.4% △200만원 인상 시 10.4% △300만원 인상 시 22.4% △500만원 인상 시 37.6%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차 수요는 △100만원 오를 때 1.3% △200만원 오를 때 4.8% △300만원 오를 때 1.6%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차값이 100만원 오르면 국산차는 2.8%가 구입을 포기하고 0.6%가 수입차로 이동해 전체적으로 3.4%의 수요가 감소했다. 반면 수입차는 구입 포기가 1.6% 발생하지만 국산차 이전효과로 전체적으로는 수요가 1.3% 늘어난다. 판매량으로 보면 국산차 판매는 4만3000여 대 줄지만 수입차 판매는 3500대 늘어난다.

차값이 300만원 오르면 국산차는 5명 중 한 명꼴인 19.9%가 구입을 포기하고 2.6%가 수입차로 이동해 28만여 대의 수요 감소가 발생했다. 반면 수입차는 구입 포기(10.6%)보다 국산차에서 이동(12.2%)이 많아 결과적으로 4322대가 더 팔리게 된다.

차량 가격이 내리면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가격 인하로 수요가 늘어났다. 국산차 소비자 가운데 일부가 수입차로 이동하지만 국산차 가격 인하 효과가 커 전체 수요는 증가했다. 차값이 200만원 내릴 때 국산차 소비자는 수요가 7.1% 늘어나고 수입차로 0.4% 이동해 총 수요가 8만4000여 대 증가했다. 수입차 소비자는 수요 증가 1.6%, 수요 이전 1.8%로 총 수요가 9381대 늘었다.

보고서는 “수입차보다 가격이 낮은 국산차는 가격 인상에 따른 탄력성이 높아 구입 포기가 많이 발생했다”며 “오른 가격과 비슷한 가격에 차급이 낮은 수입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입차는 가격이 올라도 구입 예정자의 포기 정도가 낮았다.

◆환경규제 효과로 수입차만 혜택

자동차협회는 정부의 산업 정책에 의한 차량 가격 변화는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특히 환경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친환경차 협력금은 배출가스가 많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걷어 배출가스가 적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를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 등을 담은 ‘자동차 등의 대기오염 저감에 관한 법률안’(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상정돼 있다. 2015년 강화된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도입되면서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이 비슷하게 오른 것처럼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시장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게 국산차업계의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는 정부가 개별 자동차 구매행위에 직접 개입하면서 소비자 수요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국산차 수요를 수입차로 이전시켜 국내 산업 발전에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의 시행 방안과 시기를 2019년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친환경차 협력금의 모태가 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프랑스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프랑스 자동차 기업들이 이 제도에 맞춰 소형차 개발에만 집중하다가 독일, 일본 등에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분석했다.

김용근 협회장은 “정부는 국산차와 수입차 간 수요 영향을 고려해 정책 목적 달성과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이 조화되도록 규제 및 지원 수준, 도입 시기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업계와 충분히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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