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시장 부진 부메랑' 렌터카 물량 줄인다

김준 선임기자 입력 2018. 1. 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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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판매 전략 전면 수정…20만대 → 10만대 축소 “가격 경쟁력 제고”
ㆍ내년 SUV 2종 투입…이경수 법인장 “올 판매량 71만대 넘을 것”

2015년 76만대를 넘었던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는 약 6년 전 수준인 68만대선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몸집부터 불리려고 렌터카를 적극 늘렸으나 중고차 값 하락→신차 가치 하락→수익성 감소→딜러 이탈→판매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에 빠졌다.

현대자동차가 올해부터 미국 시장 판매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중고차 가격을 떨어뜨리는 렌터카 판매를 약 절반으로 축소하고, 재고 물량도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는 미국 시장의 대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을 투입한다. 제네시스는 독립 브랜드로 재정비한다.

현대차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국 시장 판매 전략을 내놓았다. 먼저 렌터카 등 물량 위주의 판매를 대폭 줄인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가 줄어들자 ‘고육책’으로 렌터카 판매를 늘려왔다.

2015년에는 20만대가량 렌터카를 미국 시장에서 팔았지만 ‘독’으로 돌아왔다. 판매한 렌터카가 6개월 뒤에는 중고차 시장에 쏟아지며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중고차 값 하락은 딜러들의 이익을 떨어뜨렸고, 다른 메이커 딜러로 옮겨가는 상황을 초래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는 렌터카 판매를 2015년에 비해 50%가량 떨어뜨린 10만대로 줄이기로 했다. 중고차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신차 가격도 높이고, 딜러 수익도 개선하는 방법이다. 또한 재고차량도 대폭 줄인다.

미국 판매가 부진한 상황인데도 한국 본사가 계획한 판매 수량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니 재고가 쌓여 미국 판매법인과 딜러에 부담이 됐다.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장(부사장·사진)은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운틴밸리 미국법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재고 부담을 더 이상 오래 갖고 갈 수 없으니 6개월 만이라도 생산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년 7월부터는 한국에서 들여오는 물량 재고를 없애 차량이 수입되는 즉시 딜러에 제공, 판매되는 구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이 같은 ‘극약 처방’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71만6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보다 4.5%가량 판매량을 늘여 잡은 수준이다.

판매 전략도 일부 수정해 올해 5월이나 6월쯤 제네시스를 현대차와 분리시켜 독립 브랜드로 만들고, 판매망도 재정비한다. 제네시스가 분리되면서 플래그십 모델(최상위 모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대차는 아제라(한국명 그랜저) 신형을 다시 투입한다.

올해 기초 체력을 회복한 뒤 내년부터는 SUV 라인을 대폭 강화해 본격 판매량 회복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에는 혼다 파일럿, 도요타 하이랜더와 경쟁할 대형 SUV ‘LX2’(프로젝트명)를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

코나보다 크기가 작은 소형 SUV ‘QX’(프로젝트명)도 추가한다. 미국 승용차 시장은 SUV가 65%, 세단이 35%를 차지하는데, 현대차는 세단 위주로 고수하다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 시장 특성에 맞춰 픽업트럭도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법인의 요청에 현대차 본사가 픽업트럭을 개발하는 쪽으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인장은 “현대차 미국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바닥을 쳤고, 올해부터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과 딜러 등 판매망을 정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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