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전기車 시대에도..내연기관 '조용한 진화'

입력 2018. 1. 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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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환경오염 주범 지목뒤 기업 배기가스 줄이면서 주행성능 유지에 안간힘..하이브리드엔진에 힘 쏟아
BMW 물 사용한 엔진 개발..닛산, 열효율 60%로 높여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인 BMW 530e 아이퍼포먼스. 2.0ℓ 4기통 가솔린엔진과 9.2kwh 용량의 배터리, 83㎾의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사진 제공 = BMW]
내연기관 엔진의 진화는 계속된다.

자동차 산업 초기 내연기관 엔진은 배기량을 늘려 더 멀리, 더 빨리 가려는 경쟁을 통해 발전했다. 20세기 초 자동차 회사들은 차를 팔기 위해서는 자동차 경주에서 이기든가, 아니면 최소한 좋은 성적이라도 내야만 했다.

이로 인해 끝없는 속도 경쟁이 이어졌고 배기량도 덩달아 증대했다. 1910년에는 배기량이 무려 22ℓ에 달하는 블린쳇 벤츠가 시속 211.94㎞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년 뒤 배기량 경쟁이 전환점을 맞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푸조 7.6ℓ 차가 피아트 14.1ℓ 차를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1926년 그랑프리 레이스에 참가한 경주차는 배기량이 1.5ℓ 이하, 차체 중량이 600㎏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석유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된 미국이 자동차를 산업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자동차 덩치는 커졌고 덩달아 배기량도 커졌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모든 지갑과 목적에 맞는 차'를 내세우며 대배기량의 고급차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미국은 자동차 대국이 됐다. 1950년대까지 세계 각지에서 운행되는 자동차의 80%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됐다. 그러나 1970년대에 환경 문제가 부상하면서 미국에서 '가솔린 금지법'이라고 일컬어졌던 머스키법(Muskie Act)이 등장하자 자동차 시장의 방향은 또 틀어졌다.

혼다 CVCC 엔진은 머스키법을 통과한 첫 번째 엔진이다. [사진 제공 = 혼다]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을 7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저감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의 주요 골자였다.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 저감 문제는 혼다가 CVCC 엔진으로 해결해 주목을 끌었다. 반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완전 무공해법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1998년부터 완전 무공해차를 전체 판매대수의 2% 이상 팔아야 한다는 규제가 등장했다. 이때 에너지 안보에 더해 환경 문제 관심도 고조되면서 배터리 전기차가 주목받았다.

배터리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부상시킨 것은 2009년 버락 오바마의 '미국을 위한 신에너지 선언'에 근거한 그린 뉴딜 정책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의 계기는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다. 이로써 규제는 더 강화됐고 내연기관은 배척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대신 배터리 전기차가 부상했다. 그러나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 판매대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해 76만1000대에 불과했다.

세계 신차 판매대수가 9369만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점유율은 1% 이하다. 2035년 전동화 자동차의 점유율이 15~30%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애매한 전망도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전기차가 대세로 여겨지는 분위기와 달리 현재도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 엔진 개발에 많은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대부분의 엔진들이 전동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을 기본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만든다는 의미다.

자동차 회사들마다 방향은 다르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직분사와 터보차저 기술을 통해 저비용, 저연비, 고출력을 중시한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을 제외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출력 경쟁을 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든 최고 속도를 강조하고 가속 성능을 앞세운다. 자동차의 심장을 어떻게 바꾸느냐와 별도로 사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주행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BMW가 개발한 물 직분사 엔진. [사진 제공 = BMW]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열효율과 고압축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용 가솔린엔진의 열효율이 40%를 넘는다고 공개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내연기관 엔진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기모터를 통해 추가로 배기가스를 줄이고 연비 성능을 높인다는 것이다.

닛산은 가변압축비 엔진을 개발해 현재 40% 수준의 열효율을 2025년에는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금의 배터리 전기차와 같은 수준의 효율에 해당한다. 물론 이 역시 전동화에 대응하기 위한 엔진이다.

이 밖에도 주목을 끄는 엔진과 기술들이 있다. BMW가 시작한 모듈러 엔진은 500㏄ 실린더 하나로 3·4·6기통 엔진을 같은 공장에서 생산한다. 과거에는 기통 수에 따라 실린더의 크기가 달랐고 설계도 달랐다. 그러나 모듈러화하면 그만큼 금형 설계와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줄고 생산 유연성도 향상된다.

BMW는 2015년 연비 성능을 크게 높인 물 직분사 엔진을 내놓기도 했다. 연료와 물을 혼합해 사용하는 것으로 이미 실차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소형 엔진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안은 예혼합압축자기착화(Homogeneous Charge Compression Ignition) 엔진이다. 가솔린엔진도 스파크 플러그 없이 디젤엔진처럼 압축착화하는 것이다.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보다 효율성이 높고 가속성이 좋은 것은 압축착화 때문이다. 가솔린엔진에서도 이것을 가능하게 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디조토(Disauto)'라는 별칭으로 2010년 출시를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2017년 마쓰다가 먼저 실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6기통 엔진인데 상황에 따라 3기통만 작동돼 연비 성능을 높이는 '기통 휴지 기술'도 배기량이 작은 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정속 주행 때는 엔진 회전이 자동으로 공회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기술을 채택한 차도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연비 성능이 좋아지고 배기가스도 줄어든다.

12V(볼트) 전기 네트워크에 48V 전기 시스템과 부품을 추가하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채택하는 자동차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에 다양한 전기전자 장비가 들어가면 전력 소모가 많아져 기존 12V로는 한계가 발생한다. 12V를 그대로 사용하면 엔진을 통해 발전된 전기를 더 사용해야 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연비 성능도 향상시킨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IHS오토모티브는 2023년 전동화차 판매대수 2044만대 중 절반가량인 1060만대가 48V 시스템을 채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 전기차 중심의 뉴스와는 달리 지금도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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