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전기차 다음은 수소차다..넥쏘 앞세워 한국도 질주

2018. 3.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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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인 1991년 일본 도쿄 모터쇼에서 수소자동차를 처음 봤다. 일본 마쓰다가 선보인 HR-X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나오고, 이를 연료로 사용하고 나면 물이 배출되고, 다시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나오기를 무한 반복하는 친환경 자동차 개념의 콘셉트카였다.

콘셉트카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 말 대잔치'인 경우가 있다.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상관없이 우리가 이런 차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그럴듯한 차를 시험용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HR-X가 그랬다. 당시에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을 듯한 자동차를 콘셉트카란 명목으로 전시했던 것이다. 실제로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수소를 자동차 연료로 생각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그것은 조금 과장하면 물로 가는 자동차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꿈이었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느니 그 전기로 직접 모터를 돌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세상 어디에서나 쉽게 수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는 그리 많지 않고, 가격도 싸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두 번째 만난 수소차는 2008년 BMW의 하이드로젠 7(H7)이었다. 7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수소 엔진 자동차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이천까지 직접 차를 몰고 시승했다. HR-X가 무대 위의 차였다면 BMW H7은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온 수소차였다. 여기까지는 연료전지가 아닌 수소 '엔진'차였다.

2013년에는 현대차의 투싼 수소차를 마북리 연구소에서 잠깐 운전해볼 기회가 있었다. 엔진이 아닌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시스템이었다. 투싼 연료전지차는 유럽에서 시험 운행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뒤 이제 넥쏘에 바통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현재 양산 판매되는 수소차는 현대차 넥쏘, 도요타 미라이, 혼다 클라리티가 있다. 벤츠도 GLC EQ를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이며 시장 투입을 예고했다. 모두 수소연료전지차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얻어 모터를 돌려 차를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나오는데 이를 역으로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다고 보면 된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게 연료전지스택이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연료전지 스택은 수백 개의 셀을 직렬로 연결해 하나로 묶어 구성된다. 엔진룸의 엔진 자리에 있는 게 연료전지스택이다.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면 수소가 갖는 에너지의 80~90%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내연기관효율 40%의 두 배 이상의 효율이다.

수소를 저장하는 고압 탱크도 매우 중요하다. 현대차는 낙하충격시험, 파열시험, 환경시험, 상온압력 반복시험, 투과시험, 수소가스 반복충전시험, 극한온도 반복시험, 화염시험, 총격시험, 인공결함시험, 가속응력시험을 통해 수소 탱크의 안전성을 검증했다.

넥쏘의 수소 탱크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을 넘어 가장 가혹하다는 유엔의 세계 통합 규격까지 통과했다. 파열압, 반복충전압, 화염시험, 낙하시험 등 수소탱크 인증에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1개의 수소탱크로 견뎌야 하는 인증을 통과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수소폭탄이 연상돼 수소를 위험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수소는 발화점이 낮고 폭발력이 크지만 공기 중에서 빠르게 흩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폭발 위험은 크지 않다. 하이브리드카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때 고압 배터리로 인한 감전 위험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수소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산 판매에 나섰다는 것은 모든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수소차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기차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어서다. 전기차는 완속 충전을 하려면 4~5시간 걸린다. 급속 충전을 해도 30분 전후의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3~5분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차 넥쏘는 6.3㎏ 용량의 탱크를 채우는 데 5분이면 된다. 도요타 미라이는 3분 충전으로 4.6㎏의 탱크를 채운다. 전기차와 비교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충전을 마치는 셈이다.

충전 시간은 짧지만 충전소가 전국 12곳에 불과하다는 점은 수소차의 큰 약점이다. 서울에는 상암동과 양재동 두 곳밖에 없다. 충전소 1곳을 짓는 데 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무작정 충전소를 확대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수소 가격은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 현대차는 ㎏당 7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다. 영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에 따르면 수소 1㎏의 영국 현지 가격은 10파운드로 1만5000원 정도다. 7000원보다 더 비싸질 수 있다. 수소 수요가 아직은 많지 않아 정부의 정책 의지, 수소차 보급 대수 등에 따라 수소 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의 숨은 매력은 공기청정 기능이다. 넥쏘에는 3단계의 공기 정화 시스템이 적용된다. 공기필터를 통해 먼지와 화학물질 등 초미세먼지 97% 이상을 제거하고 막 가습기(가습막을 통한 건조공기 가습)의 막 표면에서 초미세먼지가 추가적으로 제거된다. 마지막으로 연료전지스택 내부에 탄소섬유 종이로 된 기체확산층(공기를 연료전지 셀에 골고루 확산시키는 장치)을 통과하면 초미세먼지 99.9% 이상이 제거된다. 달리는 수소차는 그 자체로 공기청정기가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수소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수소차 기술을 국내 자동차 업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서 추격자였던 국내 자동차업계가 수소차 시대에서는 시장을 리드하는 선두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수소차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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