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디지털의 끝은 결국 아날로그

2018. 4.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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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집중된 계기판 주변..디스플레이 고해상도·대형화
버튼 없애고 터치스크린으로 첨단 기술이 실내 단순하게 해..갈수록 아날로그 감성 물씬

자동차 인테리어 트렌드

장방형의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한 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의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확산으로 자동차들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실내 거주성을 강조하는 생활 공간이자 방(房)과 같은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돼 운전자가 운전에서 완전히 해방되면 운전하는 재미 대신 휴식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주요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현재도 자동차 기술 발전으로 비슷한 가격대라면 성능이 엇비슷해지면서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인테리어를 중요한 구매 조건으로 여기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는 자동차 인테리어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이용 시간이 증가하는 것도 차체 외형 스타일보다는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더 높이고 있다.

오늘날 차량들은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전체적인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달리 인스트루먼트 패널(instrument panel)을 필두로 하는 실내 디자인은 디지털보다는 실질적인 질감을 강조하는 아날로그적 경향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차량 실내 여러 부분에서 디지털이나 전자 기술 적용에 의한 변화가 나타나고는 있다. 이를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운전석을 중심으로 하는 계기판 주변이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운전에 필요한 다양한 기기와 기능 부품들이 집중된 곳인 데다 운전자나 승객들의 시각 집중이 이뤄지는 곳이다. 자동차 전면부의 라디에이터그릴처럼 실내 공간의 디자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심지이자, 실질적으로 실내의 대표적인 스타일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에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택한 아우디 A8. [사진 제공 = 아우디]
하지만 운전자와 차량이 어떻게 적절히 의사소통을 하느냐가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디자인 이미지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운전자에게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수단으로 디스플레이 장치가 대거 채택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는 또다시 자동차 실내 디자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LCD(Liquid Crystal Display·액정디스플레이) 패널이나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해상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그래픽으로 표현 가능한 형태와 색상이 자유로워진 데다 곡면 디스플레이 패널이 등장하며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디스플레이 장치를 적극 채택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

기술적 측면 외에도 운전자가 표시장치를 판독할 때의 직관성을 향상시키는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소프트웨어적 디자인 개발 역시 디지털 디스플레이 발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써 운전석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윗부분에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부착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적용에 따라 필연적으로 고도의 광택을 가진 유리 질감의 적용 면적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차량 인테리어에서 운전자 시야에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한 무광택 처리가 주류를 형성하던 경향과 정확히 대조를 이루는 특이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한 쌍용 SIV EV 콘셉트의 개방적이미지. [사진 제공 = 쌍용자동차]
이와 함께 간결한 디자인의 개방적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아늑한 공간 이미지를 가진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양분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오디오도 변화시켜 이제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장착한 모델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CD플레이어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MP3플레이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을 조작하기 위한 컨트롤 패널의 디자인 역시 터치스크린 채택으로 간결해지고 있다.

여기에 내비게이션으로 대표되는 정보장치와 오디오 등을 통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nfo-tainment system)이 보편화하면서 오늘날 자동차는 기계이기보다는 '전자제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 에어컨이나 히터 등의 공조장치도 모두 디지털화한 뒤 터치스크린으로 통합시키고 있다. 복잡하게 배열된 버튼을 누르는 대신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각종 장치를 조작할 수 있게 되면서 인스트루먼트 패널 형태는 더 단순해지고 동시에 질감을 대비시켜 감성을 강화하는 디자인을 채택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도 정보 표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주요 조작 행위를 인식해 기능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표시하는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써 운전자가 직접 터치하지 않고도 조작이 가능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부에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한 기아 K9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사진 제공 = 기아자동차]
BMW가 선보인 동작 인식 기술은 운전자가 미리 약속된 동작을 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작동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운전 중에 패널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디지털화로 내비게이션이 일반화되면서 지도책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자 실내 공간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도를 넣어뒀던 도어 포켓의 크기가 줄어드는 대신 보다 조형성을 강조하면서 카본이나 3D프린팅 공법을 활용한 트림 패널이 연구되는 등 디지털 기술이 실내 공간 스타일을 바꿔놓고 있다.

또 디지털 기술로 물리적인 버튼의 숫자가 감소하는 단순화 경향에 따라 형태를 강조하는 대신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비롯한 실내 트림 부위에 다양한 질감의 재료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질감 자체도 고급화하며 표면에 입체적 패턴을 적용해 풍성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동차가 수행하는 기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기능을 운전자가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디자인도 보다 더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변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감성을 가진 고급화된 소재를 적용해 질감을 통해 더욱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어필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조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앞으로 대세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기술이 진전될수록 자동차 인테리어 중 인터페이스에서는 직관성 향상을 위해 단순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실내 주요 부위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재 고유의 질감을 강조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감각적 미니멀리즘' 경향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구상 국민대 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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