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세대 K9, 대형세단의 품격에 세밀한 감성을 더했다

진상훈 기자 2018. 4.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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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은 기아자동차(000270)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 차다. 지난 2002년 단종된 엔터프라이즈 이후 기아차가 10년만에 내놓는 대형세단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과 달리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매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아차 신형 K9/진상훈 기자

절치부심하던 기아차가 마침내 지난 3일 완전변경한 신형 더 K9을 출시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1세대 K9 이후 6년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2세대 모델이다.

K9은 그동안 CEO나 고위급 임원들이 뒷좌석에 탑승하는 고급세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숙성과 안락함 등 기본적인 기능에는 충실한 편이었지만, 대형세단치고는 애매한 차체의 크기와 특색없는 성능으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외관 디자인 역시 고급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1세대 모델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기아차는 2세대 K9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고품격 대형세단에 걸맞는 내·외관 디자인을 적용했고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했다. 특히 까다로운 대형세단 시장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세밀한 성능 개선에도 신경을 썼다.

신형 K9의 전면부/진상훈 기자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강원도 춘천을 왕복하는 150km 구간에서 2세대 신형 K9을 시승했다. 시승차는 3.3 가솔린 터보 그랜드 마스터즈 모델로 풀옵션이 적용된 차량이었다.

◇ 고품격 세단 지향한 디자인 변화…차체 키우고 축거 늘려 웅장한 멋 강조

1세대 K9은 첫 선을 보였을 당시 외관 디자인이 대형 고급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가운데가 움푹 파이고 여러 개의 수직선이 도드라진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동물의 치아를 연상시킨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부분변경을 통해 그릴의 모양이 격자 형태로 바뀌었지만, 판매실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신형 K9의 측면부/진상훈 기자

이같은 점을 의식해 기아차는 2세대 신형 K9을 고급세단의 품격에 맞게 중후한 멋을 드러내는데 외관 디자인의 중점을 뒀다. 전면부에는 이중 곡면 디자인으로 세련된 느낌의 볼륨을 강조한 쿼드릭 패턴 그릴을 붙였고 주행등과 방향지시등 2개층으로 나눈 듀플렉스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측면부는 축거의 길이를 늘려 시각적인 안정감과 대형세단 특유의 웅장한 느낌을 강조했다. 후면부에도 헤드램프와 동일한 디자인 그래픽의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해 고품격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차체도 커졌다. 신형 K9은 전장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축거 3105mm로 설계됐다. 1세대 K9에 비해 전장은 25mm, 전폭 15mm이 각각 늘어났고 축거는 60mm 확대됐다.

신형 K9의 후면부/진상훈 기자

실제로 탑승해 보니 넓어진 실내공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CEO를 포함한 고위 임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세단은 주로 뒷좌석의 안락함을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 뒷좌석은 앉아서 다리를 교차해도 앞좌석 등받이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실내공간 역시 고급세단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시트 뿐 아니라 앞, 뒷좌석 도어 트림부에도 세련된 퀼팅 패턴을 적용했고 데시보드는 길게 뻗은 수평적 형태로 설계해 안정감을 높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12.3인치 풀터치 대화면 내비게이션을 얹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형 K9의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모리스 라크로와’의 아날로그 시계가 부착됐다. 플로어 콘솔 등 실내 16곳에는 기아차가 미국의 팬톤 색채 연구소와 협업해 들여온 ‘앰비언트 라이트’ 무드 조명을 조명해 야간 주행에서 한층 고급스러운 플래그십 세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신형 K9의 뒷좌석/진상훈 기자

◇ 더 똑똑해진 K9…터널 진입시 스스로 창문 닫고 실내공기 정화까지

신형 K9은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 등 4가지 주행모드로 구성된다. 주행모드를 컴포트로 설정하고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밟자 은은한 엔진음을 내면서 매끄럽게 치고 나갔다. 차체가 단단히 중심을 잡고 흔들림이 거의 없어 묵직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고속도로에서 주위 차량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거친 구동음과 함께 신형 K9은 빠르게 박차고 내달렸다. 고급 대형세단으로 제작됐지만, 스포츠 모드에서의 소음과 진동, 가속력은 마치 스포츠카를 운전할 때처럼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신형 K9의 내부/진상훈 기자

시승차인 3.3 가솔린 터보 모델은 트윈 터보차저 시스템을 적용해 출력과 토크를 향상시켰다. 최고출력은 315마력으로 1세대 K9 3.3 가솔린 모델에 비해 15마력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40.5kg·m으로 35.5kg·m이었던 1세대 모델보다 성능이 개선됐다.

최근 신차들은 대부분 수준급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출시된다. 신형 K9 역시 지능형 주행안전기술(ADAS)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등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췄다. 차로유지보조(LFA)와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의 기능이 포함된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도 모든 트림에 기본적으로 적용됐다.

신형 K9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주행 중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봤다. 차체는 차선과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주행을 지속했다. 곡선주로에서의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었다. 다만, 차선을 이탈할 때 다소 급하게 차체 움직임을 제어해 승차감이 흔들린 점이 ‘옥의 티’였다.

신형 K9의 스티어링휠 안쪽 계기판 /진상훈 기자

신형 K9은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서도 거의 보기 힘든 특색 있는 기능을 갖췄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점을 고려해 터널 진입시 자동으로 모든 창문을 닫고 자동으로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터널연동 자동제어’ 기능이 적용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 주행 중 터널 진입을 50m 정도 앞두고 열어뒀던 창문이 닫혔고 에어컨에서는 내기순환 모드가 자동으로 활성화됐다. 차선유지 등 기본적인 반자율주행 기능은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차가 스스로 탑승자의 건강까지 챙긴다는 점에서 신형 K9이 최근의 자율주행 기능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E클래스·5시리즈 가격으로 살 수 있는 플래그십 대형세단

신형 K9의 운전석 차문 안쪽 손잡이와 조작버튼/진상훈 기자

신형 K9의 가격은 트림별로 3.8 가솔린 모델이 ▲플래티넘I 5490만원 ▲플래티넘 II 5950만원 ▲플래티넘 III 6890만원 ▲그랜드 플래티넘 7750만원이다. 3.3 터보 가솔린 모델은 ▲마스터즈II 6650만원 ▲마스터즈III 7370만원 ▲그랜드 마스터즈 8230만원으로 결정됐다. 5.0 가솔린 퀀텀은 9330만원이다.

신형 K9은 최고급 모델인 5.0 가솔린 퀀텀을 제외하고는 수입 중형세단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다. 1세대 K9이 다소 어중간한 포지션에 위치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확실히 수입 중형세단의 고객층을 주요 타깃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시도 대신 고품격 대형세단에 걸맞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완전히 변경하고 최첨단 편의사양을 적용한 K9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큰 단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비슷한 가격대에 차체는 훨씬 크다. E클래스, 5시리즈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제3의 선택지’로 부각될 만하다.

신형 K9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진상훈 기자

문제는 브랜드의 가치다. 고급 대형세단 시장의 주요 소비층은 기업의 임원이나 자산이 많은 중·장년층이다. 게다가 대형세단은 주로 성공한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차라는 인식도 강하다. 경차에서부터 중·소형차, 트럭까지 거의 전 차종을 판매하는 기아차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신형 K9에게 남겨진 숙제다.

가성비보다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브랜드의 가치와 품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큼지막한 기아차 엠블럼이 박힌 신형 K9이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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