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석 시승기] 볼트 전 개발진, 오경석이 본 SM3 Z.E.

모클팀 입력 2018. 5. 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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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GM 출신으로 쉐보레의 볼트 개발에 참여했고 지금은 자동차 전동화 부분의 전문 커리어를 걷고 있는 오경석 객원기자가 국내 전기차 시장의 문을 열었던 르노삼성 자동차의 SM3 Z.E.의 시승에 나섰다.

과연 오경석 객원기자에게 주행 거리를 213km(공인 기준)까지 늘린 르노삼성 자동차의 EV 세단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래는 녹취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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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전기차, SM3 Z.E.

시승을 모두 마치고 난 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부족하고 또 아쉬운 부분은 많지만 SM3 Z.E.는 참 현실적인 전기차’라는 점 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일 것 같아요.

판매량은 많지 않겠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쉐보레 볼트 EV나 최근 볼트 EV를 겨냥하며 등장한 현대의 코나 일렉트릭 등은 아무래도 지원금을 모두 받더라도 2,000만원 대 후반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크게는 천 만원 가량 저렴한 SM3 Z.E.는 합리적일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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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적응’에 있어요.

지금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들은 대부분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용 설계 등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이죠. 하지만 SM3 Z.E.는 내연기관 차량인 SM3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덕분에 차량의 감성에 있어서 전기차 고유의 느낌에 치우치지 않고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 사이에 위치한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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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행을 하면 할수록 전기차 고유의 가속감, 반응 등을 제외한다면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과 가장 가까운 주행 감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특징을 무시하고 SM3의 출시 기간만 보며 ‘사골’이라는 이름으로 이건 익숙함을 모두 무시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 익숙함은 제법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 특히 나이가 지긋한 소비자 분들은 중에는 전기차를 타보고는 ‘아, 이건 차 같지가 않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젓는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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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죠.

테슬라 모델 S나 중국의 신생 기업 니오의 ‘EP9’ 등과 같이 고성능 하이엔드 전기차를 제외한 대중적인 전기차의 주된 목표는 바로 도심, 근거리 주행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라이프의 수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길수록 좋겠지만 그만큼 가격이 오르는 것 또한 유의해야겠죠.

어쨌든 르노삼성 SM3 Z.E.의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213km로 도심 속이라면 특별한 충전 없이 이틀에서 사흘 정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줄어드는 주행 가능 거리 때문에 불안한 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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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SM3 Z.E.는 70kW, 약 95마력 수준의 전기 모터를 탑재하고 적당한 수준의 주행 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하는 차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혹 출력이 낮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발진 순간부터 토크를 풍부하게 쓸 수 있는 전기 모터의 특성 상 도심 주행은 물론이고 간선도로 주행에서도 준수한 주행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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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적으로 구체화해서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SM3 Z.E.의 전체적인 반응이나 피드백 등은 모두 ‘적당한 수준’을 지키고 있습니다. 실제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며 시작되는 회생제동의 감각도 여느 전기차들의 반응과 비교해보면 ‘평범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 적당함 때문에 그래서 저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상적인 주행의 도구로서의 SM3 Z.E.는 격한 주행 성능을 요구될 필요는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 날카로운 맛이 있다거나 스포티한 성향이 드러나는 스타일도 아니죠. 그저 일상적으로, 편하고 쉽게 다루기 좋다는 것이죠.

그 이유는 구조의 특징에 있습니다.

아시는 대로 SM3 Z.E.는 SM3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이죠. 즉 전륜 부분이 무거운 기존 컴팩트 세단의 레이아웃 아래에서 무게가 제법 나가는 36.0kWh의리튬 이온 배터리가 2열 시트 뒤쪽에 위치했다는 것이죠.

이러면서 차량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무게 배분의 밸런스가 한층 좋아진 것이죠. 덕분에 연속된 조향 상황이나 빠른 조향 반응에 있어서도 차량의 전후 밸런스가 괜찮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앞서 말한대로 하체 셋업이 탁월해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참고로 이러한 구조 덕분에 거주성의 편의라는 매력도 얻게 되었죠. SM3는 기본적으로 2열 공간이 제법 넓게 구성된 효율적 패키징을 자랑하는 차량입니다. 그 덕에 SM3 Z.E. 역시 2열 공간의 거주성이 상당히 우수하죠. 다른 전기차들이 배터리를 플로어 아래쪽에 배치하는 것과 비교하자면 탑승 공간에서의 여유는 분명 SM3 Z.E.가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죠.

명확한 아쉬움, SM3 Z.E.

전반적으로 대중이 다가서기 좋은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또 단점이 명확해 소비자들에게 ‘단점’을 금방 드러내고 또 들키는 것도 SM3 Z.E.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차량의 외형에 있어서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죠. SM3의 디자인이 사실 최신 디자인이나 유니크한 스타일을 적용한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후면 디자인의 경우에도 그렇게 매끄럽거나 조화로운 모습이라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죠.

하지만 이것보다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에서의 단점이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실내 인테리어의 품질이나 시트 포지션 등은 확실히 ‘과거의 차량’을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들 수 밖에 없고, 적재 공간은 배터리 패키징 때문에 ‘트렁크 공간 형태’ 자체가 불안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구성이 이해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 내연기관 차량을 기반으로 개발했던 만큼 트렁크 공간을 제대로 설계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런 걸 이해하며 차량을 살 이유도, 의무도 없겠죠.

과도기에 필요한 존재, 르노삼성 SM3 Z.E.

르노삼성 자동차, 아니 르노는 사실 EV 개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가진 브랜드이며 이미 많은 전기차를 시판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 면모가 쉽게 보이지 않고 현재 SM3 Z.E.가 홀로 경쟁자들 사이에서 점점 좁아지고 있는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있을 뿐이죠.

그렇다고 SM3 Z.E.가 경쟁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대로 합리적이고 낮은 집입 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징검다리’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추고 있으니 전기차가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 ‘과도기적 존재’ SM3 Z.E.에 대한 요구는 아마 조금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 오경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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