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관세 9월에 때린다, 13만 일자리가 위험하다

류정 기자 2018. 6. 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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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최악의 겨울' 눈앞에]
-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거센 압박
美 상무부 결과 9월 발표 유력.. 25% 관세 부과 현실화되면 한국車 400만원 넘게 비싸져

한국 자동차 산업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5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현실화한 트럼프 정부의 다음 타깃이 자동차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사할 것을 미 상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19일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에 중간선거(11월) 전에 결과를 내라고 압박 중이고, 상무부가 형식적 절차를 거쳐 9월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게 미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만약 25%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85만대에 달하는 미국 차 수출길이 완전히 막힐 수 있다. 최악의 경우 13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11조원의 부가가치가 허공에 날아간다.

/그래픽=박상훈

"트럼프 11월 선거 전 결론 원해"

현지 언론들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지난 14일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정부 고위 관료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를 중간선거 전략의 일부로 보고 있다"며 "상무부에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232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처음 적용했을 때는, 작년 4월 상무부가 조사에 착수한 뒤 올 1월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하기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 국내외 반발을 감안해 법에서 정한 기한(270일)을 꽉 채우는 등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무역전쟁을 공식화한 트럼프가 선거를 앞두고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오는 22일까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서를 받고 7월 19~20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절차를 밟은 뒤 선거 시작 전인 9월쯤 조사 결과 발표가 유력하다. 이후 3개월 이내에 관세를 부과하도록 돼있는데, 이 기간 동안 각국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지난번 철강 관세를 유예받을 땐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는 카드가 있었지만, 이번엔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독일·일본과 연대해 대응하고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85만대 끝장

미국에 수출하는 국산차는 대부분 중소형차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관세 25%가 부과되면 미국 수출이 완전히 막히면서 국내 13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차업체들은 총 84만5319대의 자동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145억2721만달러(15조5441억원·환율 1070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는 제네시스·쏘나타·아반떼·싼타페·스포티지·K5 등, 한국GM은 트랙스·스파크,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차량 90%가 중소형차로 1대당 수출 금액은 1만7185달러(1838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대당 4296달러(460만원)가 추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중소형차 딜러 할인은 최대 200만원 수준인데, 이 돈의 2배가 가격에 반영되면 경쟁이 불가능해진다"며 "미국 생산을 늘리거나,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나라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5만대 수출이 막히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행이 5년마다 발표하는 산업연관표(2014년)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은 생산유발계수·부가가치유발계수·취업유발계수 등이 우리나라 6대 수출 품목(조선·반도체·휴대폰·철강·석유화학) 중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지수를 활용해 단순 계산한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85만대의 자동차 국내 생산이 사라지면, 약 39조원의 생산이 감소하고, 11조원의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13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생산 감소액 39조원은 작년 우리나라 정부 예산 400조원의 10% 수준이고, 고용 감소(13만명)는 지난 5월 현 정부가 2022년까지 목표로 한 민간 일자리 11만개를 훌쩍 넘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일방적인 무역전쟁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 산업이 초토화되고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하루빨리 실질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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