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전기차 시대]① 사고 싶어도 못사는 전기차

김참 기자 2018. 9.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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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니로EV를 산지 한달이 좀 넘은 직장인 박모씨(직장인·35세)는 최근 주말마다 하는 일이 생겼다. 인근 구청에 들러 차를 충전하는 일이다. 니로EV를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박씨는 통상 주행거리가 100km 정도 남으면 구청 충전소에 가는데, 충전 시간은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니로 EV는 방전 상태에서 급속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54분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조선일보DB

박씨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짬을 내서 충전하면 배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재 구청 충전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돈이 들어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가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출시된 전기차들의 주행거리가 400km 안팍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탈만한 차’로 입소문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코나 EV와 니로 EV는 주행거리가 각각 406km, 398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할 수 있다.

주중에 출퇴근 위주로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한번 충전하면 일주일은 충분히 탈 수 있는 셈이다.

◇ 사고 싶어도 못사는 전기차

지난 7월 출시한 기아차 니로EV는 사전예약 이틀 만에 올해 물량 5000대를 모두 마감했다. 현대 코나EV도 사전 예약자만 1만6000명이 몰리면서 더이상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한국GM 볼트EV는 사전 계약을 한 지난 1월 접수 개시 불과 3시간 만에 올해 들여오는 물량 5000대가 모두 팔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61대에 그쳤던 연간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014년에 되어서야 1308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대를 넘어섰다. 이후 2015년 2917대, 2016년 5099대, 2017년 1만3724대로 해마다 2배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2만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나EV./ 현대차 제공

이들 차량 인기 요인은 정부 보조금 덕분이다. 예를 들면 2018 볼트EV의 가격은 LT 4558만원이지만, 정부 보조금(12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서울 기준 500만원)을 모두 받게 되면 2858만원에 살 수 있다. 코나EV와 니로EV도 국가·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는 일찍 살수록 남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매년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내년 전체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대폭 늘렸다. 내년 전기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4573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올해 3523억원 보다 1050억원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내년 전기차 보급대수를 3만3000대로 늘려 잡았다. 올해는 1만8633대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승용 전기차의 경우 올해 1000~1200만원 규모의 개별 보조금에서 100만~200만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보조금 및 세제혜택은 전 세계 최고수준"이라면서, "국제적인 추세와 국가 재정부담 등을 고려할 때, 매년 점진적인 보조단가 인하는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 전기차 생산·수입물량도 한정적

전기차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살만한 차는 부족하다. 1세대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르노삼성 SM3 Z.E의 주행거리는 각각 250km, 213km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한여름 에어컨을 켜고 서울 도심에서 경기도권을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조선일보DB

최근 출시된 신형 전기차들은 주행거리가 넉넉하지만 생산 물량이 한정적이다. 현재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차 니로 EV의 월 생산량은 1000대 미만이다.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셀의 공급 부족으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LG화학 측에 배터리 셀 공급 확대를 요청했으나 생산라인 확충에 시간이 걸리면서 본격적인 증산을 하지 못했다. 한국GM의 볼트도 미국에서도 물량이 부족해 잘팔린다고 수입을 대거 늘릴수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물량이 점차 풀릴 것을 보고 있다. 배터리셀 공급이 원활해지고, 추가 신차 출시도 예정됐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내년에 쏘울EV 부분변경을 출시할 계획이고, 르노삼성은 2017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르노 전기차 '조에(JOE)'를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수입차는 재규어의 첫 전기차인 ‘I-페이스(PACE)’가 오는 9월 판매를 시작한다. 이 모델은 1회 충전으로 최대 48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닛산 전기차 '리프2'도 연말이나 내년초에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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