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지법의 달인 '변속기' 9단 넘어 10단으로

최기성 2018. 9.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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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BMW, FCA, 메르세데스-벤츠, 매경DB
[세상만車-101] 자동차는 축지법의 달인이다. 축지법은 구름 위를 걷듯 땅을 사뿐사뿐 밟으며 힘들이지 않고 먼 거리를 빠르게 가는 무림의 비법이다. 자동차 축지법은 변속할 때 차에 전달되는 충격이 작고 적은 힘으로 더 먼 거리를 힘차게 가게 만든다.

자동차가 축지법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변속기에 있다. 변속기는 같은 엔진의 힘에 서로 다른 기어를 맞물려 속도를 바꿔주는 장치다. 엔진과 더불어 자동차 기술의 양대 산맥이다.

변속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트랜스미션(Transmission)'은 '변환한다(Trans)'와 '전달한다(Mission)'는 두 단어의 결합이다.

같은 엔진의 힘에 서로 다른 기어(톱니바퀴)를 맞물려 속도를 바꿔주는 장치이자 기어들의 집합체다.

기어 전환은 기어 스틱이 담당한다. 변속기가 없다면 엔진이 제공하는 들쭉날쭉한 폭발력을 바퀴에 일정하게 전달할 수 없어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단수가 많아질수록 엔진 힘의 손실률이 줄어든다. 연료 효율성도 한 단 높아질 때마다 1~2% 정도 개선된다. 변속할 때 발생하는 충격도 줄어들고 가속 성능도 향상된다.

변속기는 1단부터 시작했다. 1886년 세계 최초 자동차로 특허를 받은 삼륜차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처음으로 1단 변속기를 달았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0.85마력 1기통 엔진을 얹고 16㎞/h로 움직였기 때문에 1단 변속기만으로도 충분했다.

변속기가 본격적으로 축지법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부터다. 엔진 효율성을 높이면서 운전 재미도 추구하기 위해 고단수 변속기를 경쟁적으로 장착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4단이 대세를 형성했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5·6단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를 중심으로 7·8단이 영향력을 키웠다. 절정 고수를 상징하는 '9단'은 2010년대 들어 모습을 나타냈다. 절정의 기량을 뽐낸 브랜드는 FCA(피아트·크라이슬러·지프), 메르세데스-벤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다.

FCA는 2014년 올뉴 체로키에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면서 '9단' 시대를 선보였다. 뒤를 이어 레인지로버 이보크, 지프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GLS 등도 9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9단 변속기는 고단 기어에서 보다 낮은 엔진 회전수로 주행할 수 있다. 연비도 6단 자동변속기보다 10~16%, 7단 변속기보다 7~9% 각각 개선됐다. 고속으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가 1500rpm 내외로 유지돼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도 줄었다.

혼다 올뉴 오딧세이에 장착된 전자식 버튼타입 10단 자동변속기 /사진제공=혼다코리아

9단 변속기가 나오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단수 경쟁'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다. "단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는 지적이다. 6단만으로도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없는 데다 그 이상으로 단수가 많아지면 구조적으로 복잡해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무게도 무거워지며 연비 및 승차감 개선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성능 향상보다는 기술력을 자랑해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등 마케팅 차원에서 고단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10단 이상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아 양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초절정 고수 10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10단 자동변속기를 머스탱에 탑재했다. 혼다도 미니밴 최초로 10단 변속기를 장착한 오딧세이를 지난해 국내 출시했다. 렉서스는 4단 변속기를 기반으로 10단 변속 성능을 발휘하는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트랜스미션을 적용한 LS 500h를 선보였다. 현대차도 10단 변속기 개발을 끝낸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차를 위해 고단수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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