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이동(Mobility) 수요에 대한 환상(幻想)

2018. 10.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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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는 늘지 않되 공급 넘쳐 모두가 '패배자'

 이른바 카풀로 불리는 '승차 공유(ride sharing)'에 반발하며 택시 업계가 목소리를 내자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반갑지 않다. 자가용 보유자 입장에선 새로운 부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고, 이용자는 택시보다 저렴한 자가용 택시(?)를 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시각일 뿐 카풀 활성화로 택시가 몰락하면 그 이후 겪어야 할 불편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온다.    

 그럼 택시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간단하다. 자가용 보유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IT 사업자가 승용차 기반의 이동 시장을 독점하고, 이들은 요금을 대폭 높여 결국 지금의 택시보다 모두에게 월등히 비싼 경제적 부담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명분이 뒤따른다. 이른바 '파트너' 또는 '크루'로 불리는 운전자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요금을 올린다고….


 그런데 요금의 일정액을 거래 수수료로 떼어가는 IT 기업의 속성 상 요금이 높을수록 수수료도 많아지니 이들도 이익이다. 다시 말해 진입 초기에는 택시와 경쟁하기 위해 저렴한 요금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지만 경쟁자가 사라지면 비용 부담은 더 늘게 된다. 그런데 IT 사업자는 택시 사업자가 아니어서 요금 규제를 받지 않는 게 맹점이다. 그러니 요금을 대폭 높여도 소비자는 비싼 요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경쟁 과정에서 택시가 요금을 높이면 그것도 IT 기업에겐 호재다. 이동 수요가 카풀로 몰려들 수 있어서다. 반대로 택시가 요금을 내리면 IT 기업은 그보다 요금을 더 내리면 된다. 어차피 승차 공유 이용을 원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저렴한 이용료'가 주된 이용 배경이기 때문이다. 택시 요금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어차피 요금 경쟁으로 가면 택시는 카풀을 결코 이길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택시는 본업인 반면 카풀은 부업이라는 속성이 결코 달라질 수 없어 승차 공유 전면 허용은 곧 택시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럼 그 이후 택시는 어디로 갈까? 사람을 태우던 것에서 탈피해 소형 화물 택배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택배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마찬가지로 사람 탑승을 요구하고, 전세버스는 일이 없는 날 광역버스 역할을 하고, 시내버스도 필요하면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대여될 수 있다. 굴러가는 모든 이동 수단이 유료 탑승 또는 화물 운송에 차별 없이 동원된다는 뜻이다. 실제 승차 공유를 시작으로 그렇게 흘러가는 중이고, 그에 따른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궁극은 대중교통이 붕괴해 사회적으로 교통 약자의 이동권이 제한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둘이 서로 경쟁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교통도 유지되고 카풀도 생존한다. 그리고 운동장을 바로 잡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택시도 소비자 기반의 합승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 물론 이 때는 기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합승을 허용하거나 골라야 한다. 또한 다양한 기능 택시가 등장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요금 체계가 갖춰지도록 허용해야 한다. 


 동시에 카풀 쪽으로 올라가 있는 운동장은 몇 가지 방법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만큼 본업 외에 부가 수입이 생기면 그만큼 세금도 부과해야 하며, 카풀 요금과 IT 기업의 수수료를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 이유는 카풀 또한 이동 서비스로 진출하면 전체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이동에 비용이 들어간다면 부담은 이용자가 하는데, 여기서 IT 기업의 수수료가 기존 택시 요금은 물론 카풀 운전자 수입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다시 말해 IT 기업의 '수수료'가 전체 이동 서비스의 비용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이다. 만약 규제에 넣지 못한다면 택시 요금처럼 자치단체가 카풀 요금의 범위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카풀 참여자의 수입도 보장되고 택시 요금에 비해 과도하게 저렴하지 않아 택시도 공존하게 된다. 나아가 자가용 파트너의 사용 기름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장기렌탈로 이용하는 LPG 엔진 차를 가지고 카풀에 뛰어들면 이는 곧 택시나 다름이 없어서다. 게다가 이 경우 정부의 유류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은 경쟁과 공존 측면의 접근일 뿐 그 이후 다가올 보다 심각한 환경 문제는 감수해야 한다. 카풀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자가용 출퇴근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우버가 활성화 된 뉴욕시가 경험하는 중이고 런던 또한 마찬가지다. 경쟁의 마당을 만들어 놓으면 전체 이동 수요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차장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것에서 벗어나 어차피 출근길에 기름 값을 벌 수 있으니 편하게 가려는 경향이 짙어져 교통량은 지금보다 월등히 늘어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우버가 성공적으로 진출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택시비가 과도하게 비싸거나 인구 대비 자가용 보유율이 낮은 나라들이다. 높은 택시 요금 덕택에 진입에 성공한 런던이나 파리, 뉴욕 등과 함께 자가용 보유율이 비교적 낮은 동남아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보유율이 낮아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개 둘 중의 하나는 활성화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등록대수만 2,300만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8월 기준으로 승차 공유에 활용 가능한 승용차만 1,835만대다. 이론상으로는 한 명의 운전자가 두 명을 태우고 한 번을 이동하면 5,500만명이 이동할 수 있으니 자가용 보유율이 낮아 카풀이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요금 수준에 따라 경쟁력이 만들어진다는 뜻이고, 카풀 요금이 저렴하면 소득이 하향 수렴할 수밖에 없어 문제로 떠오른다.

 가뜩이나 최저 생계비가 오르는 마당에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불평등한 공존'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단순히 택시를 비난할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 수준이 오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방법이고, 그 이후 카풀은 전면 허용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지금의 '승차 공유' 허용 여부는 원래 승차 공유의 본질적인 취지인 교통량 감소를 그저 '환상(幻想)'에 머물도록 만드는 공유이기 때문이다.  

박재용(한국미래자동차연구소장, 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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