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2019년 자동차산업, 국적 다양성과 로봇

2019. 1. 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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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 다양성과 자동화, 고비용 구조가 오히려 생산 줄여

 흔히 한국차, 독일차, 일본차, 미국차 등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의 태생지를 떠올리지만 산업 측면에선 R&D와 생산 지역을 주목한다. 그러니 미국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쏘나타는 미국차이고, 한국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랙스는 한국차인 셈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는 한국에서 생산된 것도 있고 현지에서 만들어진 차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생산 지역과 무관하게 '현대차'라는 단일 브랜드로 인식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수입된 토요타 캠리와 BMW X5 등을 미국차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에겐 그저 일본차 및 독일차로 다가올 뿐이다. 만약 토요타가 한국에 공장을 설립해 생산, 판매해도 '한국차'가 아닌 '일본차'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자동차는 해당 국가 브랜드와 연결된 대표적인 제조물이다. 한국 내 현대차를 비판하는 사람이 해외여행에서 한국차를 보면 반가움을 표현하는 것도 '현대차=한국'으로 인식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을 수입차와 구분하며 국산차로 여기지만 해외에선 모두 한국차다. 우스갯소리로 지금도 '해외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라는 말이 통용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쉐보레 트랙스를 보며 미국차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해외여행에서 본 한국차의 상당 비중은 체코, 미국,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다. 이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도 조만간 중동 지역에 투입될 전망이다. 과거 한국에서 전량 생산돼 수출되던 것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현지 판매' 전략이 자리 잡은 결과다. 소비자가 브랜드 국적에 민감한 것은 마케팅에 활용하되 생산은 다양한 곳으로 분산시키는 게 작금의 글로벌 자동차 흐름인 만큼 제품과 생산을 별개로 보자는 시각이다. 그러니 국가, 소비자, 기업은 각각의 관점에서 자동차를 바라본다. 당연히 소비자는 생산 지역과 관계 없이 오로지 자신이 구매해 이익을 누려야 할 제품에만 집중한다. 반면 국가는 생산 확대를 노리며, 기업은 둘을 동시에 고려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면 어떤 국가에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뜻이다.   

 한국 소비자 시각에서 한국차는 과거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이뤄온 게 사실이다. 국내에선 한국차와 수입차의 제품력 차이가 크게 좁혀졌고, 일부 한국 프리미엄 브랜드는 수입차 점유율 상승 억제에 남다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쉽게 보면 대등한 지위에 올라섰다는 것으로, 이는 숫자에 반영된 결과여서 부인하기도 어렵다. 제품 개발의 목표 지향점을 보면 수입 경쟁 차종과 비교해 효율과 성능 부문에서 오히려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의 접근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고비용 구조는 해마다 한국 생산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를 경우 국내 판매 물량만 생산하라는 법도 없다. 그나마 지켜오던 연간 400만대 생산이 내수에 걸맞은 160만대로 축소되는 것 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런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그간 로봇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 한국 내 자동차공장의 지능화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 새로운 고용을 만들 필요도, 기존 생산 인력을 오랜 시간 유지할 이유도 없애는 중이다. 그러니 한국 내 새로운 공장 설립은 오히려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도록 만든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여러 산업기관의 자동차산업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다고 일갈하며 한국 또한 내수 성장이 쉽지 않다는 사실도 주목하라고 입을 모은다. 정책적 지원으로 자동차산업을 독려해도 더 이상 커지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2019년 한국차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는 소비자가 구매할 제품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 완성차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국내 소비자에게는 한국차 외에 수입차 등 다른 선택지도 많지만 생산의 다른 선택지는 한국을 떠나는 것이어서 차원이 다르다. 특히 생산 부문에서 노사 간 충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협화음의 조기 화해로 단기간 이익은 될 수 있지만 자동차산업 측면에선 갈등의 고착화로 비쳐질 수 있다. 자동차산업 스스로 '대립'에서 '대화와 타협'의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차는 진짜 한국산이 아니라 브랜드만 한국산일 수 있어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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