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운전자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2019. 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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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 수단 조종하는 직업 사라져
 -운송 제도 개편,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을 구분할 때 사람이 타면 여객, 물건이 실리면 화물로 분류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사람의) 탑승'과 '(물건의) 탑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실내 공간이다. 사람이 편하게 이동하도록 설계하면 여객이고 화물적재가 쉽도록 하면 화물이다. 항공기 또한 사람이 탑승하면 여객기, 화물을 실으면 화물기로 나누고 선박 또한 사람이 타면 여객선, 화물이 실리면 화물선으로 구분한다. 이동하는 모든 것의 가장 기본적인 구분이 바로 사람을 태울 것인가 아니면 물건을 적재할 것인가로 구분된다. 
2019 CES에 자동차부품 기업 보쉬가 선보인 전동형 자율주행 셔틀 컨셉트.

 그리고 오랜 시간 교통과 관련된 모든 제도는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기준 삼아 발전해왔다. 따라서 이동(Mobility)을 크게 분류하면 이동하는 공간(하늘, 바다, 땅), 그리고 무엇이 이동하는가(여객, 화물)가 핵심이다. 이를 기준으로 법적 제도는 사람이든 물건이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왔다. 이동에 관한 모든 규제의 초점은 '안전(Safety)'이었는데, 이유는 이동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어서 고정된 것보다 사고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에 대한 규제는 이동 수단 뿐 아니라 이동 수단을 조종하는 사람도 중요했다. 이런 이유로 운전자, 조종사, 선장을 포함한 항해사 등에 자격증을 부여하고, 필요하면 정기적인 교육 및 기능 수행 검사 등을 통해 운전 능력을 평가해왔다.  
2019 CES에 등장한 ZF의 자율주행 트럭 이고 무버(e.go Mover) 컨셉트.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제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안전성' 면에서 점차 우월한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어서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2030년 이후는 운전자 없는 이동 수단이 거리를 활보할 가능성이 높다. 지구 전체 자동차가 모두 자율주행으로 바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분적으로 자율주행이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는 시대로 점차 변모해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여기서 최대 화두는 운전이라는 직업의 사라짐이다. 공장의 자동화만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은 '조종하는 직업' 자체를 없애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일부는 마차 시대에서 내연기관으로 전환된 것과 같은 혁신을 언급하지만 이동 수단의 변화는 동력 전환을 의미할 뿐 사람의 역할은 유지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인류 이동의 역사에서 운전자는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 과거 가마를 떠올리면 가마를 든 사람이 바퀴에 해당되고 앞서 걸으며 수레나 가마를 덮는 가리개인 '안롱(鞍籠)'을 든 사람이 일종의 운전자였다. 그런데 가마꾼은 바퀴가 역할을 대신하며 사라졌지만 말(馬)이 수레를 끌면서 운전자는 마부로 전환됐다. 일종의 직업 변신이다. 이후 내연기관 등장으로 마차 시대가 끝나자 마부는 채찍 대신 스티어링 휠을 잡고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운전자로 바뀌었다. 이동 수단 자체가 변했어도 여전히 '운전'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닌 셈이다. 
토요타 자율주행 사고 위험 회피 시험 장면.

 하지만 자율주행은 이제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를 없애자고 요구한다. 사람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이 다양한 센서로 입력된 정보를 계산해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조절하는 역할이다. 운전이라는 직업이 다른 것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직업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물건의 구분도 없애자고 제안한다. 물건과 사람을 동시에 이동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이동 수단을 만들어 공유 공간으로 쓰자고 말이다. 쉽게 보면 운전자 없는 택시로 사람도 태우고 물건도 나르자는 개념이다. 컨테이너를 연결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트레일러를 운전자 없는 버스 형태로 바꾸면 사람도 타고 물건도 나르는 복합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운전자 없는 화물트럭 10대에 앞차만 보고 따라가는 플래투닝 기술을 넣으면 10t의 이동 비용으로 100t을 나를 수 있다. 이 경우 결국 사람과 화물의 구분 없는 이동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고 지금의 운송체계는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이동 방식(시간, 공간의 편리함 등등)을 요구하는 사람과 어떤 물건을 이동시킬지 기능에 따라 이동 수단만 구분할 뿐 운전자 영역은 구분 자체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그러니 운전자를 위한 별도의 자격증도 필요 없고 안전 교육 등도 불필요하다. 규제의 초점이 사람이 아니라 이동 수단의 완벽성으로 옮겨 간다는 뜻이다.  
볼보의 자율주행 트럭을 연결한 플래투닝(platooning) 이동 방식.

 이런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막을 수도 없고 막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 경험 데이터가 쌓이는 중이며, 찰나의 순간마다 정확한 계산을 하기 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계산에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 문제도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사회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의 교통 체계를 다시 짜는 것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 모든 미래전략에서 기술만 집중될 뿐 제도는 고민하지 않아 걱정이다. 기술과 사람의 생활 양식은 변하는데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제도 변화는 기존의 것을 고치고 개선하는 게 아니라 없애고 다시 짜는 게 핵심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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