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상용화, 윤리문제 안 풀면 어렵다"

김민선 기자 2019. 1. 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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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세미나.."음주운전죄 사라질 수도"

(지디넷코리아=김민선 기자)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는 일명 ‘누구를 구할 것인가’에 관한 윤리 문제를 선결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준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법적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인공지능 최신동향 및 입법과제 전문가 릴레이 간담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다양한 자율주행자동차 시대 법적 쟁점 중에서) 윤리 문제와 관련된 자율주행자동차 제작 기준을 먼저 설정하지 않으면 자율주행자동차는 상용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노인을 구할 것인지, 젊은이를 구할 것인지 등)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율주행차 최고 발전 단계인) 레벨5까지 못 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형준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가 16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개최된 '자율주행자동차 법적 쟁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자율주행차 시대엔 음주운전죄·위험운전치사상죄 사라질 수도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정한 자율주행자동차의 발전 단계에 따르면 레벨 1~2의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보조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 속한다. 4단계 자율주행차는 시스템에 의해 자율 주행하며 위험 상황에서만 사람 운전자에 의해 움직인다. 5단계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일체 개입할 수 없다.

김 교수는 “레벨 3~5의 자율주행차로 발생한 문제는 현재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등으로 거의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엔 현재 도로교통법 등이 규정한 음주운전죄, 음주측정불응죄, 위험운전치사상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들 법적 쟁점의 중심에는 역사적 난제인 ‘트롤리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롤리 딜레마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상황을 제시하고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문제 상황을 뜻한다.

김 교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의 관련 설문 결과를 소개했다. MIT 미디어랩은 인공지능 윤리를 다루는데 대중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판단, 지난 2016년 전세계 200여개 국가 200만 명을 대상으로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까’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 대체적인 결론은 ▲남성보다는 여성을 ▲성인 남성보다는 어린이와 임신부를 먼저▲동물 보다는 사람을 ▲소수보다는 다수를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을 ▲무단횡단을 한 사람보다는 준법자를 ▲뚱뚱한 사람보다는 운동선수를 구해야 한다는 편이었다.

김 교수의 발표를 들은 한 참관객은 “무단횡단을 했을 뿐인데 자율주행자동차에 받히는 게 마땅한가”라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율차 정보 수집시 행인에게도 일일히 동의받아야 할까?


현행 도로교통법법이 규정하는 자연인 운전자를 대체하는 개념도 새로 정립해야 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 네바다 주는 법적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의 운전자성을 인정했다. 독일 에릭 힐겐도르프 교수는 ‘e-인격’을 운전자를 대체하는 법적 개념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e-인격은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의미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관한 정보 수집도 자율주행차 시대에 예상되는 문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1호 등에 따르면 운전자 행태 정보 수집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만을 개인정보로 규정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수집한 운전자의 운전 특성, 성향, 습관 등의 정보를 차량 제조사가 취급해도 될지는 법적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

운전자나 행인을 촬영한 영상 정보를 익명처리 해 취급하더라도 익명 처리의 완전성이나 비용 문제가 또다시 제기될 수 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

김 교수는 “한국은 판례를 기록할 때 피고인의 이름을 다 지우는데, 미국은 그대로 명시하고 있다”며 “기명으로 판례를 적어도 문제가 안 생겼기 때문에 이 점을 자율자동차 영상 정보 처리 문제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 주체 뿐 아니라 정보를 관리하는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한 법적 지위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수 있다. 현행 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으로 규정하는데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엔 제조사, 지능형 교통시스템 관리자, 서비스 제공자 등으로 정해야 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 정부는 현재 2단계인 자율주행차 발전단계를 2020년 레벨3의 조건부자율주행, 2025년 레벨4의 고도자율주행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4대 영역에서 총 30개 규제이슈를 발굴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면서 “오늘 발표를 해도 이같은 법적 쟁점에 대해 아직까지 결론은 없는 상황이다. 아직 자율주행차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외에도 다양한 쟁점들이 생겨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민선 기자(yoyoma@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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