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넓혀라" 빅 밴들의 경주가 시작됐다

김준 선임기자 2019. 1.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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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대차 ‘쏠라티’, 르노 ‘마스터’,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위부터).

‘빅 밴’들의 영토 확장이 시작됐다. 카니발이나 스타렉스 같은 미니 밴으로도 앰뷸런스, 의전용 차량, 유치원 버스를 만들 수 있지만 빅 밴은 차원이 다르다. 6m 안팎의 ‘덩치’에 걸맞게 샤워 부스나 욕조가 딸린 호화 캠핑카로 변신할 수 있다. 운전석을 제외한 적재 공간은 중형 트럭만큼 넓어 소형차도 들어간다. 버스로 컨버전(개조)하면 20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급스러움이 배어나는 ‘스프린터’, 현대차가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쏠라티’, 유럽 상용 밴의 상징 르노 ‘마스터’가 국내 상용 밴 시장의 선두를 잡으러 나섰다.

■ 상용 밴의 롤모델 르노 ‘마스터’

유럽 상용 밴의 상징, 르노 ‘마스터’- 연비 높고 착한 가격 장점…화물용 염두 넓은 짐칸

르노 마스터는 세미보닛(엔진룸이 승용차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스타일) 형태로 만들어진 상용 밴의 ‘상징’이다. 1980년 1세대 모델이 나온 이래 전 세계 43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수입하는 모델은 2014년 페이스리프트 된 3세대 마스터로, 주로 화물 수송용으로 사용되지만 특장업체를 거쳐 버스나 앰뷸런스처럼 다양한 용도로 개조된다. 영화 속에서는 CIA나 MI6 같은 첩보기관의 도청장비 등을 탑재한 작전용 차량으로도 곧잘 등장한다. 그만큼 쓰임새가 넓다.

국내에는 기본형인 마스터 S와 롱 버전인 마스터 L이 판매된다. 쏠라티, 스프린터와 견줄 수 있는 ‘덩치’를 갖춘 모델은 롱 버전인 마스터 L이다. 전장 5550㎜, 전폭 2020㎜, 전고 2485㎜ 사이즈를 가졌다.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길이)는 3685㎜로 쏠라티보다 약간 길다. 화물 적재 공간은 10.8㎥다.

엔진은 2.3ℓ 4기통 트윈 터보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34.7㎏·m를 낸다. 여기에 수동 6단 변속기가 조합된다. 쏠라티나 스프린터보다 출력은 낮지만 대신 연비가 높다. 마스터 L의 복합연비는 ℓ당 10.5㎞다. 앞바퀴 굴림 방식을 채용한 것도 두 차량과 다르다. 눈이 오는 겨울철에 후륜구동보다 좀 더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르노삼성차 측 설명이다.

마스터는 주로 화물 상용차로 사용되는 만큼 짐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광고 영상을 보면 이 차의 적재함 크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두 남성이 그랜드피아노를 들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이 공간이 마스터 실내임을 보여준다. 또 다른 광고 영상에는 한 여성이 천장에 막대(폴)를 설치하고 ‘봉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공간 역시 마스터 실내다. 운전석을 제외한 공간이 그만큼 넓고 화물을 옮기기에도 용이한 차량임을 강조한 것이다.

운전석과 적재 공간 사이에 칸막이 역할을 하는 메탈 벌크헤드(분리대)를 설치했다. 벌크헤드는 충돌이나 전복 시 화물이 운전석으로 쏟아져 승객에 부상을 입히는 사고를 막아준다. 바닥에는 레진 우드를 깔아 적재함에서 화물이나 작업자들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뒷문은 무선 리모컨으로 쉽게 잠글 수 있어 도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수입차지만 고장 수리 등에 유리하다. 450곳에 이르는 르노삼성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소모품과 파워트레인 부품 보증기간은 3년/10만㎞다. 차선이탈 경보시스템과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트레일러 흔들림 조절기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장점은 가격이다. 기본차량은 스프린터나 쏠라티의 절반이 못되는 3000만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 유럽서 인지도 높이는 현대차 ‘쏠라티’

인지도 나날이 높아지는, 현대차 ‘쏠라티’ - 승용차 못잖은 편의장치…개조되는 특장모델 다양

현대차 쏠라티는 국산차 최초의 세미보닛 스타일로 만들어진 상용차다. 2014년 9월 독일 하노버모터쇼에서 먼저 선보인 뒤 이듬해 4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전주공장, 해외에서는 터키공장에서 ‘H350’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다. 2015년 판매를 개시한 이후 지난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1만7321대가 팔렸다. 마스터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 2015년 1680대, 2016년 4439대, 2017년 5102대, 지난해는 6100대가 팔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에서만 5305대가 팔려 처음으로 5000대를 넘겼다. 국내에 마스터와 스프린터 같은 경쟁 차량이 수입되고 ‘빅 밴’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다.

쏠라티는 전장 6195㎜, 전폭 2038㎜, 전고 2665㎜의 사이즈를 가졌다. 휠베이스는 3670㎜다. 버스로 컨버전하면 16인이 앉을 수 있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3㎏·m를 내는 2.5ℓ 디젤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가 붙는다. 상용차지만 차선이탈 경보장치, 언덕길 발진 보조장치, 4륜 디스크 브레이크, 주차보조시스템, 전·후방 감지센서, 후방 카메라, 테일게이트 열림경고 등 승용차 못지않은 편의장치를 갖췄다. 인테리어도 열선 가죽 스티어링 휠에 4.2인치 컬러 멀티 디스플레이, 8인치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실렸다.

올해부터는 마스터나 스프린터처럼 앞좌석만 설치된 기본차량을 보디빌더(특장업체)에 넘기고 있다. 고객은 원하는 용도에 맞게 보디빌더를 통해 컨버전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개조되는 특장 모델도 다양하다. 캠핑카, 앰뷸런스, 유치원용 버스, 장애인 차량, 냉장 밴으로 만들 수 있다. 캠핑카에는 샤워부스가 설치된 화장실, 가스레인지가 포함된 싱크대, 2층 침대도 수납할 수 있다. 와인 보관함과 19인치 모니터, 시동을 걸지 않아도 물을 데울 수 있는 무시동 히터도 들어간다.

해가 있는 동안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충전판과 보조배터리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어 전기기구 사용에도 유리하다. 유치원 버스는 어린이 전용시트와 전동 발판이 추가된다. 장애인 차량은 휠체어를 최대 4개까지 실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천연가죽 등 최고급 소재로 시트를 꾸민 리무진, 녹음 작업이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이동용 스튜디오, 연예인들이 대기하거나 수면을 취하고 메이크업, 식사를 할 수 있는 무빙 호텔로도 제작된다.

■ 프리미엄 빅 밴 벤츠 ‘스프린터’

고급스러움이 배어나는,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 - 3세대 모델 국내 출시…단단·정교한 만듦새 돋보여

스프린터는 마스터와 함께 유럽지역 상용 밴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1995년 1세대 모델이 나온 이래 유럽을 포함한 130여개국에서 360만대가 팔렸다. 지난 16일 13년 만에 완전변경된 3세대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다. 독일 뒤셀도르프 공장과 루트비히스펠데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스프린터는 다임러트럭코리아가 기본차량을 수입해 보디빌더(특장업체)에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캠핑카, 앰뷸런스, 푸드트럭, 의전차량 등을 보디빌더에 주문 제작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스프린터는 해외에서도 50% 넘는 차량이 보디빌더 제작 형태로 판매된다고 한다. 국내는 스프린터 판매 딜러인 와이즈오토를 비롯한 보디빌더사들이 기본차량을 컨버전한다.

기본차량은 전장과 전고, 중량(3~5.5t)이 다른 투어러, 패널 밴, 섀시, 더블 캡 섀시 등 4가지 모델이 나오는데, 국내에는 ‘투어러 319 CDI’와 ‘519 CDI’ 2가지 모델이 들어온다. 519 CDI는 차체 길이가 다른 ‘롱’과 ‘엑스트라 롱’ 2가지 모델로 나뉜다. 319 CDI는 전장 5932㎜, 전폭 2020㎜, 전고 2376㎜ 사이즈에 휠베이스는 3665㎜다. 519 CDI 엑스트라 롱 모델은 전장이 7367㎜나 된다.

이런 제작 방식이다 보니 기본차량 보증과 수리는 수입업체인 다임러트럭코리아가 맡는다. 보증 및 수리기간은 등록 시점부터 2년/20만㎞다. 하지만 개조 부분에 대한 보증과 수리는 보디빌더 업체가 책임진다.

전체적으로 ‘벤츠’의 명성에 걸맞게 단단하고 정교한 만듦새가 돋보인다. 파워트레인은 3ℓ V6 디젤엔진에 7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리며, 엔진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4.9㎏·m다. 상용차지만 고급스럽고 안전·편의장치가 많다. 최근 출시되는 벤츠 승용차에 사용되는 다기능 운전대도 그중 하나다. 운전대 스포크에 터치스크린을 붙여 차량 컴퓨터, 멀티미디어 등을 작동시킬 수 있다.

차선이탈 방지장치, 능동형 브레이크 보조장치가 적용되고, 올 하반기 수입되는 차량부터는 레이더 기반의 차간거리 조절기능도 제공된다. 여기에 다른 메이커에서는 보기 드문 측풍보조장치도 추가된다. 시속 80㎞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이 강한 옆바람에 밀릴 경우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차량 제어장치가 운전대를 제어 차선으로 유지하거나 진로를 자동 보정해준다. 앞유리에 끼인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와이퍼, 상용차에서는 보기 드문 전동 접이식 사이드미러,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319 CDI)도 경쟁 모델과 차별화되는 장치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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