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이 판을 친다'.. 반쪽짜리 '자동차 자기인증제'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2019. 1. 21. 05: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車업체 스스로 안전성 인증하는 '자기인증제'
한국 2003년 도입..자율권 줬지만 책임감은 없다
美도 자기인증제 쓰지만 강한 처벌로 책임감 부여
정부, 연구용역 등으로 개선 작업 나서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비 부풀리기와 시험성적서 조작 등의 이유로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에 과징금을 매기면서 자동차 업계의 허위인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지난해 국내 리콜 차량이 282만 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업계의 조작행위가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해 드러나고 있다. 당국이 아닌 기업 스스로 자동차의 안전성을 인증하고 신고하도록 한 '자동차 자기인증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기업에 자율권 줬지만…계속 드러나는 조작

현행 자동차관리법 30조는 '자기인증'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자동차를 제작·조립 또는 수입하는 자는 그 차의 형식이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이 아닌 제조사나 수입사가 자신들이 만들고 수입한 차가 '안전한지', '한국 규정에 맞췄는지'를 스스로 인증한 뒤 문제가 없으면 별도의 검사 없이 판매할 수 있다.

한국은 2003년 이전까지는 정부가 인증하는 '형식승인 제도'를 유지했지만 이후 자기인증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애초 자기인증 제도는 기업의 강력한 요구에 시행됐다. 한 해에도 수십 대의 신(新)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인증이 늦어질 경우 판매도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일정 규모의 성능시험 시설을 갖춘 기업은 스스로 인증을 해 차량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자율권을 준 것이다.

문제는 '조작'이 계속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율성은 높였지만 책임감은 부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지난 16일, 한국닛산이 연비를 허위로 부풀려 광고했다며 과징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했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닛산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BMW 미니쿠퍼 5도어와 푸조 3008, 닛산 인피니티 Q30 등이 줄줄이 적발됐다. 총 9,531대의 차량이 '자기인증이 실제와 다른 점'이 드러나 리콜 명령을 받았다.

국토부가 업체의 자기인증이 적합했는지 수시로 진행하는 '자기인증 적합 조사'에서 매번 수천에서 수만 대의 차량이 인증 부적합으로 적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에만 현대기아, 한국GM, 재규어, 벤츠 등이 리콜명령을 받았다.

배출가스와 소음 부문은 환경부의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곳에서도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은 환경부에 제출하는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너무나 단순한 방법으로 한국 시장을 농락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법원은 BMW코리아가 2011년부터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인증을 받은 차량 2만 9,000여 대를 수입한 혐의로 직원 3명을 법정 구속하고 벌금 145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벤츠 코리아에도 28억 원을 부과했다.

◇ 천문학적 처벌 따르는 美… 엄두 못 낸다

미국도 한국과 같은 자기인증제를 도입해 기업에 자율권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했다. 자율성을 최대한 준 만큼 허위 인증 등으로 소비자에 피해가 갈 경우 천문학적인 처벌을 가한다.

매년 무작위로 수십 종의 자동차를 골라 인증 적합 여부를 검사한다. 기업이 조작에 엄두를 못 낼뿐더러 적발되더라도 빠른 리콜과 소비자 보호에 나서는 이유다.

한국도 자기인증 제도 개선 작업에 나선 상태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자기인증 제도 개선과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업계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자기인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선 자기인증 시 시험평가 항목을 구체화하고 늘리는 것과 함께 정부의 '자기인증 적합 조사'도 미국과 같이 전문 인력을 늘리고 시험차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BMW 화재 사태 당시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실시한 자기인증 적합조사에서 BMW 주력차종이자 베스트셀링 모델인 520d는 조사하지 않았다. BMW 520d가 BMW 연쇄 화재 사태의 중심에 있던 차량이다.

결국 최근 정부가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는 등 소비자 보호엔 나섰지만 무엇보다 자기인증은 물론 허술한 정부의 사후 검사 시스템도 개편해야한 다는 지적이다 .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