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가격' 쉐보레 크루즈 디젤 시승기

조회수 2017. 11. 3. 07: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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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크루즈 디젤

쉐보레가 크루즈 디젤을 출시했다. 2세대 크루즈는 그동안 1.4리터 가솔린 한 가지 엔진만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에 1.6리터 디젤을 더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간 가솔린 크루즈의 흥행 성적이 워낙 저조했던 터라, 디젤 크루즈의 투입이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내일 밤 기자의 ‘칼퇴’ 여부만큼 불투명하다. 더구나 디젤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어찌 됐건 디젤 엔진 자체가 지닌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준중형 세단 시장의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도 크루즈 디젤 탄생은 의미 있다. 크루즈 디젤과 함께 반나절을 달린 소감을 간단히 전한다.


쉐보레 크루즈 디젤의 복합연비는 15.5km/l다

외부로 보이는 크루즈 디젤만의 차이는... 트렁크 모서리에 붙은 ‘TD’ 뱃지와 뒷문 조각창에 붙은 연비 스티커가 전부다. 크루즈의 복합공인연비는 리터당 15.5km. 17인치 휠 아반떼 디젤은 17.7km/L를 기록했으니, 크루즈의 18인치 휠을 감안해도 수치상 불리하긴 하다.


실내에서 차이는 세 가지다. 5천부터 시작하는 RPM 게이지, 1열 시트 바닥에 추가된 에어컨 송풍구와 콘솔박스 뒤통수에 달린 2열시트 ‘엉뜨(열선)’ 스위치다.


중형차 수준으로 넓은 뒷좌석 공간
1열 시트 아래에 뒷좌석용 송풍구가 추가됐다
뒷좌석 열선시트도 추가됐다

바닥에 숨기듯 장착한 2열 송풍구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볼품없고 급조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없던 공기통로를 새로 설치하는 게 나름 ‘대공사’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다. 2열 열선은 작년 말리부를 출시하며 빠뜨렸다 얻은 교훈이 작용한 것 같다.


차에 오르기 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트렁크 해치다. 여전히 안쪽에 손잡이가 없어 닫을 때마다 덮개 바깥쪽에 손을 대야 한다. 늘 손에 먼지를 묻혀야 하는 셈. 비록 손잡이 하나 다는 데 비용이 더 들겠지만, 차 값을 수십만원 높일 수준의 부품은 아니다.


트렁크 해치 안쪽에 손잡이가 없어 닫을 때마다 손에 먼지를 묻혀야 한다

디젤 소비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소음과 진동이다. 크루즈 디젤은 이를 잘 처리했다. 다시 시동이 걸릴 때 전해지는 ‘부르르’떨림은 미세하다. 가속페달을 짓밟아 엔진을 화들짝 놀라게 해도, 엔진음이 ‘날 것’이긴 하지만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아반떼 디젤보다 소폭 나은 정도?


134마력, 32.6kg.m 힘은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1,340kg의 크루즈를 이끌기 적당한 힘이다. 기어비는 간격이 촘촘하지 않지만 여유로운 토크 덕분에 답답하지 않게 가속할 수 있다. 가속 페달 급조작에도 아래 기어를 제법 잘 찾아 들어간다.


하체 감각은 곧바로 크루즈 가솔린을 떠올릴 만큼 비슷하다. 크루즈 가솔린은 차급을 뛰어넘는 코너링과 고속주행 안정성이 인상적이었는데, 크루즈 디젤도 이를 잘 물려받았다.


시승 코스 후반에 접어들자 연이은 굽잇길과 과속방지턱이 등장한다. 크루즈의 하체는 짧은 스트로크와 비교적 단단한 설정이 돋보인다. 승차감보다 운동성능에 조금 더 신경 쓴 듯하다. 18인치 휠까지 신어 요철에서 툴툴대기도 하지만, 대신 안정적인 몸놀림을 얻었다.


랙타입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은 자연스러운 반응이 장점이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도 초반부터 강하게 설정했다. 정확한 제동성능은 짧은 시승 중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시승한 쉐보레 모델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운 제동성능을 보였기에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크루즈 디젤의 계기반 평균연비는 리터 당 12.5km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보다 3km 낮다. 시승 중 고속도로 출구를 놓쳐 일행을 따라잡느라 속도를 자주 높였고, 급경사 굽잇길을 거친 것을 고려하면 수긍할 만한 수치다.


아반떼 디젤이 7단 DCT를 맞물려 동력손실과 다단화에서 모두 이점을 챙긴 반면, 크루즈 디젤은 기존에 사용하던 6단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적용했다.


두 모델 간 성능(2마력, 2kgm)과 무게(40kg) 차이를 감안했을 때, 공인연비 차이 2.2km/L는 변속기와 차체 무게를 주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쉐보레에 따르면 자체 비교 시승 결과 실제 연비는 경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크루즈 가솔린은 1월 출시 이후 10월까지 8,687대를 팔았다. 굳이 판매량을 들추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쉽사리 만나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쉐보레의 까맣게 타 들어갔을 속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크루즈의 참패 요인을 상품성에서 찾고 싶지 않다. 아반떼가 한국인의 입맛에 더 잘 맞을지는 몰라도, 딱 잘라서 ‘더 좋은 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크루즈는 분명 우수한 주행성능을 지녔고, 디젤 엔진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격은 오는 6일 사전계약 시작과 함께 공개된다. 크루즈에게 승패의 요점은 ‘기승전가격’이다. 쉐보레도 이를 결코 모를 리 없다. 아직 주사위는 쉐보레가 쥐고 있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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