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아니다 쿠페다! 메르세데스-AMG GLC 43 4MATIC 쿠페 시승기

조회수 2017. 11. 28. 12: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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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X6를 통해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라는 장르를 개척한 이후 SUV에도 쿠페화 바람이 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도 GLC 쿠페와 GLE 쿠페 등 쿠페형 SUV 라인을 확대하는 중이다. 

쿠페형 SUV의 시작이 BMW였을지는 몰라도 고성능 SUV 쿠페 시장은 벤츠가 선도하고 있다. 이미 국내시장에도 AMG 브랜드를 통해 메르세데스-AMG GLE 63 S 4MATIC 쿠페와 메르세데스-AMG GLC 43 4MATIC 쿠페가 판매되고 있다. 반면 BMW는 일관된 모습으로(?) SUV 쿠페도 디젤 모델만 고수한다. 다양한 상품군과 소비자층을 가진 벤츠, 디젤 엔진을 바탕으로 엔트리 모델 중심으로 판매량을 이끄는 BMW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메르세데스-AMG GLC 43 4MATIC 쿠페는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SUV+쿠페+고성능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AMG는 이를 해냈다. 이런 차에도 AMG 모델이 있었나?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간단히 국내에서 판매중인 AMG 모델을 정리해 본다.



이 정도다. 사실상 모든 라인업에 AMG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가장 작은 A-클래스부터 가장 큰 S-클래스까지, SUV 역시 모든 라인업에 AMG 모델이 포함되며, AMG 전용 모델인 GT까지 있다. 서브 브랜드라고 하지만 어지간한 제조사보다 많은 모델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AMG다. 또, 그런 AMG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앞으로 더 다양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입이 절로 벌어진다.

판매량 면에서도 인상적이다. 최근 다양한 벤츠 모델이 판매되면서 남들과 다른 벤츠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했다. 이 때문에 AMG 판매량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



메르세데스-AMG GLC 43 4MATIC 쿠페는 SUV지만 쿠페의 스타일리시함을 어필하며,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모델이다. 조금은 독특한 소비자군을 겨냥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세세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구성을 갖는다는 얘기다. 

아무튼 AMG GLC 43 4MATIC 쿠페는 독특하다. 디자인도 독특하다. SUV인데 쿠페이며, 여기저기서 고성능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면부는 AMG 전용 그릴을 중심으로 실버 크롬 장식이 범퍼에 추가돼 있다. 최상위 모델인 만큼 헤드라이트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을 사용한다.



측면의 엔진룸부터 루프라인을 지나 트렁크까지 지나는 곡선은 그야말로 쿠페다. 거대한 사이즈의 휠과 지상고가 일반 차량보다 높다는 점에서 SUV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한 만큼 지상고 조절도 가능하다.



후면부는 벤츠의 다양한 쿠페형 모델에 적용된 리어램프 디자인을 사용한다. 사실 디자인적으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벤츠의 쿠페형 모델이라는 점을 쉽게 알게 해준다는 점이 좋다. 이외에 날카롭게 솟은 스포일러를 비롯해 범퍼에는 실버 크롬과 AMG 전용 머플러팁이 추가된다.

C 클래스를 닮은 실내…공간적 매력은 충분


실내는 C-클래스와 유사하다. AMG 모델인 만큼 센터페시아 전체를 카본으로 덮였다. AMG 전용 스티어링 휠의 소재도 일반 모델과 다르다. 전용 계기판에는 AMG 모드를 별도로 넣었다. 엔진오일과 변속기 오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과 중력가속도 표시기, 랩타임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큰 사이즈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모델에서 봐왔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체감적으로 약 5~6인치 정도의 크기로 느껴졌다. 하지만 AMG GLC 43 4MATIC 쿠페는 거의 10인치에 육박할 정도의 크고 넓은 영역에 정보를 띄운다. 시야 속에 꽉 차게 들어오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만족도 역시 높다.



다만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터치 기능을 지원해주면 좋겠다. 그쪽이 사용자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GLC 모델 중 최상위에 속한 만큼 13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도 기본이다. 저음은 물론 섬세한 고음 출력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쿠페형 모델인 만큼 뒷좌석이 조금 희생됐다. 하지만 키가 180cm 정도인 성인이 앉아도 레그룸과 머리 공간이 답답하지 않다. 

쿠페형 모델인 만큼 트렁크에 짐을 높게 쌓아 올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모난 곳 없이 반듯한 수납공간과 완전하게 평평하게 접히는 뒷좌석이 만회시킨다. 특히 뒷좌석을 원터치로 폴딩 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에어 서스펜션에는 지상고를 유지시켜주는 셀프 레벨링 기능도 담긴다. 무거운 화물을 적재시켜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이다. 트렁크 모양을 보면 쿠페지만 이럴 땐 SUV다.

시동을 걸면 의외로 조용한 사운드가 전해진다. 아무래도 AMG의 막내(?)격 모델인 만큼 너무 과하지 않은 사운드 튜닝이 이뤄져 있다. 아이들 때 측정된 수치는 약 38.5dBA. 정숙성이 좋았던 현대 그랜저 IG 3.0 모델이 동일한 38.5dBA을 보였으니 상당한 정숙성임에 분명하다.

참고로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켜 가변 배기 시스템을 작동시켜도 수치는 변함없다. 대신 가속페달을 밟으면 한층 우렁찬 소리와 ‘퍽’하는 파열음을 내뿜는다. 시속 80km의 속도에서 측정된 정숙성은 약 60.5dBA, 일반 승용차 평균치인 60dBA보다 소폭 높지만 체감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의외로 조용했던 AMG GLC 43 4MATIC 쿠페.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성격이 돌변한다. V6 3.0리터 바이터보 엔진에서 만들어지는 367마력과 53.0kg.m의 토크가 멋스러운 배기음을 뿜어내기 때문. 무지막지한 가속감보다 여유 있게 쭉쭉 뻗어나가는 감각이다. 배기 사운드는 6기통 특성상 부드러움이 부각되는데, 억지로 걸걸하게 만들기보다 차라리 시원한 배기 사운드를 느끼도록 튜닝한 모습이다.

다소 부담스러운 휠과 타이어


우리 팀이 측정한 AMG GLC 43 4MATIC 쿠페의 차량 중량은 1,912kg 수준. 성인 남성 1명만 타도 2톤에 가까워진다. 여기에 무려 21인치 크기의 휠과 전륜 255mm, 후륜 285mm 너비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가속 및 제동 성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5.4초였다. 제원상 성능은 4.9초. 역시 21인치 휠과 앞뒤에 장착된 거대한 타이어가 순간 가속력을 하락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21인치 사양이 기본이지만 해외에서는 19인치 휠과 전륜 235mm, 후륜 255mm 사이즈의 타이어가 기본이다. 이 스펙이면 4.9초 혹은 그 이하도 가능해 보인다.

제동 테스트에서도 휠 타이어의 영향을 받았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8.15m. 지금까지의 벤츠 모델들의 데이터를 보며 대략 35~36m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대한 휠과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관성을 이겨내긴 어려웠다. 하지만 제동 반응과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 제동 안정성 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제동 테스트 5회 모두 동일한 38m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브레이크 시스템이 상당히 높은 신뢰도를 가졌음을 확인시켜줬다. 



앞서 언급했듯 차량 무게가 1.9톤을 넘지만 운전을 시작하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스티어링 휠 돌릴 때의 차체의 반응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 움직임은 SUV가 아니다. 아니, SUV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나올 수 없다.

우리 팀은 미니 컨트리맨, 푸조나 시트로엥 SUV들의 핸들링 성능을 좋게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깔려있다. ‘SUV 그룹 내에서’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AMG GLC 43 4MATIC 쿠페는 SUV라는 그룹이 아닌 세단이건, 쿠페건 어떤 그룹 속에서도 최고 수준의 주행감각을 전달한다. 신기하면서도 놀라운 경험이다.

서스펜션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에어 서스펜션은 SUV라는 장르에 맞춰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스포티한 성능을 기대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AMG GLC 43 4MATIC 쿠페는 일상에서 부드럽지만 댐퍼의 압력을 조절해 주면 튜닝용 서스펜션에 버금갈 정도로 탄탄한 지지 능력을 보여준다. 매우 탄력적이다. 이 서스펜션은 3개의 챔버를 갖춘 에어 서스펜션으로 보다 빠르고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AMG GLC 43 4MATIC 쿠페는 순정 사양으로 네거티브 캠버를 적용한다. 물론 대부분의 차가 그렇지만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는 적극적인 코너링 성능을 위한 셋업이다. 

서스펜션은 전륜 4링크, 후륜 멀티링크 구조를 갖는다. 전륜에 멀티링크 구조를 적용했다는 것. 자칫 잘못하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가 완전 틀어질 수 있는 위험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AMG는 이를 극복하며 이상적인 성능을 이끌어 냈다. 

구동방식은 4바퀴를 굴리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후륜 구동 차량에 가까운 주행 특성을 보인다. 덕분에 코너 진입 때는 뉴트럴한 성향으로 코너 탈출 때는 약한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주행을 이어나간다.



과거 벤츠는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한 셋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공식도 허물어졌다. SUV임에도 쿠페와 같은 주행감각을 가지며 심지어 후륜구동의 주행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 차의 차별성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후륜의 특성을 보인다고 오버스티어까지 발생하지는 않는다. 4륜 시스템이 안정적인 제어를 해내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량 거동 자체에서 발생하는 불안함도 없다. 이를 위해 4륜 시스템은 AMG에서 다시금 손봤다. 전륜과 후륜은 각각 31:69의 구동 배분을 갖는다. 상황에 따라 더 많은 구동력을 후륜으로 보낼 수도 있다. 

AMG GLC 43 4MATIC 쿠페에 대한 많은 칭찬이 있었지만 우리 팀이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9단 자동변속기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AMG 모델임에도 벤츠의 9단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한다. 소프트웨어만 AMG에서 튜닝한 정도다. 과거 7단 변속기처럼 AMG 전용으로 만들어지며 별도의 강화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 자체로 AMG 모델의 모든 토크를 소화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 역시 상당하다. 절도감 있는 변속감도 물론이다. 마치 듀얼 클러치 변속기라도 된 듯 기어 단수를 내릴 때마다 엔진 회전수 보상까지 해준다. 이는 더블 디클러칭(Double-Declutching) 기능이라고 부른다. 기어를 올릴 때는 뒤에서 팍팍 밀어주는 모습을 띈다. 물론 연비를 위한 배려에도 힘썼다. 에코 모드로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변속기가 중립으로 전환되며 관성 주행이 가능한 글라이딩 모드로 바뀐다. 

지금까지 주행 테스트로는 뭔가 아쉽다. 조금 더 이 차량의 잠재된 성능을 끌어내야겠다. 궁극적 달리기를 지향하는 전인호 기자가 이후 테스트를 담당했다. 잠시 서킷 테스트에서 정리된 리포트 내용을 엿보자.

Mecedes-AMG GLC 43 Coupe의 서킷 테스트



“V6 3리터의 AMG 엔진은 엔진의 회전 질감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섬세한 회전 질감과 빠른 순발력을 보여주는 스마트한 반응이 장점이다.

브레이크 페달의 감각은 AMG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AMG가 아닌 다른 벤츠 모델들과 매우 흡사하다. 약간은 깊게 밟히는 감각에, 밟는 만큼 성능이 발휘되는 성격이다. 유격이 적고 잘 짜인 구성이다. 일반 모델의 페달 감각을 그대로 스포츠 모델에 적용했음에도 위화감이 없다.

차체 무게와 SUV라는 차량의 성격을 고려해도 핸들링은 놀랍도록 날렵한 편이다. 세단에 비해 높은 차고로 인한 눈높이가 아니라면, 차량의 날렵한 반응은 세단 모델을 타고 있는 듯, 기대 이상으로 민감하고 빠르다.

4륜 구동이지만 후륜을 주로 기반으로 한 구동 배분도 운동성능에 도움을 준다. 코너 진입 시에는 뉴트럴한 감각, 스티어링을 감고 가속페달을 밟아 탈출 가속을 진행하면 전륜 구동이 보여주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코너에서 탈출 가속시 뒷 타이어가 움찔거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조율됐다.

하지만 차체 중량으로 인해서 스포츠 주행 시 전륜 타이어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특히 타이어 트레드의 가장자리(Edge 혹은 Shoulder) 부분의 마모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트레드의 중간 부분 블록에서는 뜯어짐(Tear) 현상도 심했다. 참고로 ContiSportContact 5P의 중앙 트레드 블록(Central rib)은 타이어의 전체 트레드 구조 중 가장 그루브(Groove)가 적은 부분으로, 직진 안정성과 종방향 접지력에 기여한다.

서스펜션이 매우 단단하지는 않다. 일반 도로에서 Sport+ 모드를 사용해도 어느 정도 타협할 수 있을 수준이다. 인제스피디움의 높은 연석에 대해 폭력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밟고 노면에 착지할 때 감동(?)을 받았다. 너무나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 때문이었다. 단순 부드러운 서스펜션이라고 이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스포츠 주행에 알맞은 성능을 추구하면서, 안락한 승차감까지 잘 잡힌 밸런스가 마음에 들었다. 차체의 기울어짐도 묘할 정도로 적절했다.

굉장히 높은 습도임에도 냉각 성능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엔진 온도와 변속기 온도도 적절했다. 최근 과급 방식을 선택한 차량들이 서킷 주행 중 초반 세션과 후반 세션 사이에서 극단적인 성능 저하가 발생하는 것에 비하면, 이 부분도 AMG가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ESP가 차의 운동성능 대비 보수적인 편이다. 횡 가속도는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후륜 타이어가 슬립할 정도가 되면 적극적인 개입을 해온다. 개입이 시작되면 랩타임의 상당 부분을 손해 본다. 운전자로부터 통제권을 바로 빼앗고, 출력 제어를 약 2~3초 정도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ESP의 개입이 이뤄지고 나면 곧장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데 차량이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시스템의 개입 제한 수준보다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차량의 높은 포텐션을 감안했을 때 조금의 아쉬움이 되었다.

때문에 서킷 랩타임을 계측은 ESP의 눈치를 보면서 진행했다. 그럼에도 1분 58초 12를 기록했다. 습도가 높은 더운 여름이란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기록이다. 11~12월 정도,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면 약 2초가량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1.9톤의 무게를 가진 SUV의 기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9단 자동 변속기의 기어비도 서킷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속도 영역별로 적절한 기어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수동 모드로 주행을 진행하면, 차량이 운전자의 기어 선택에 개입하지 않는다. 변속기 만큼은 확실하게 운전자의 요청에 응했다. 그리고 이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였다. 적절한 변속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스포츠 주행 시의 엔진 회전수의 실용 영역에 도달하면 인디케이터를 통해 안내를 해준다.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한 칸씩 증가하는 모습이다. 인디케이터의 모든 칸이 다 차오를 때 변속하면 늦고, 붉은 칸이 한 칸 점등 됐을 때 변속할 때가 가장 이상적이었다.

배기량 대비 적정 수준의 연비


성능을 추구한 모델인 만큼 연비는 어느 정도 양보했다.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13.3km/L, 80km/h 정속 주행 시 15.3km/L의 효율을 보였다. 도심 속 정체구간인 평속 15km 연비 테스트 결과는 6km/L 수준이었다. 조금만 신경 써 주행을 한다면 의외로 좋은 연비를 만들 수 있다. 반면 가속페달을 밟아 성능을 끌어내면 연비는 빠르게 떨어진다. 종합적인 연비 테스트 이후의 수치는 대략 7~8km/L 수준이었다. 1.9톤에 4개의 21인치 바퀴를 굴리는 367마력짜리 SUV로는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 팀에게 AMG GLC 43 4MATIC 쿠페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좋다’, ‘나쁘다’가 아닌 ‘놀랍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했다. 팀의 리더인 김기태 PD는 이차의 셋업에 대해 ‘미쳤다’고까지 말했다. 한마디로 SUV의 탈을 쓴 쿠페다. SUV로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매우 좋은 것이다. 그보다 좋은 것을 뛰어넘어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놀라움도 컸다. 서킷에서 타이어의 한계가 나타나긴 했지만 서킷을 가기 위해 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극소수일 것이다. 

사실 AMG GLC 43 4MATIC 쿠페 테스트 이전, 큰 기대까지 하지는 않았다. 운전 재미에서 본다면 얼마 전 테스트한 볼보 폴스타 모델이나 캐딜락 ATS에서 충분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SUV도 아니고 쿠페도 아닌 모델, 어쩌면 어정쩡한 모델이 될지 모른다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벤츠는 이번에도 완벽하게 걸출한 물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가격을 책정했다. 어떻게 보면 참 얄미운 것인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적어도 그만한 값을 하기 때문이다.

오토뷰 | 정리 김선웅 기자 ( startmotor@autoview.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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