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세계의 진주들]이글 E-타입

조회수 2019. 7. 21. 14: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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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명차는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되며 세대를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팬을 만든다. 단순한 유산에서 그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기능한다. 전 세계에는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이들을 통해 다양한 명차들의 생명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명차의 생명을 잇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나의 차를 출고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것을 들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현대의 기술을 접목시켜서 아예 새롭게 다시 만드는, 이른 바  복각판을 만드는 것이다. 정교한 복제품(Replica)을 만드는 것 또한 이러한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만들어지는 차종 중 하나가 바로  재규어의 E-타입이다. 재규어 E-타입은 초기 XK시리즈의 뒤를 잇는 쿠페/컨버터블 모델로, 재규어 역사 상 최고의 명차로 손꼽힌다. 항공기 엔지니어 출신인 말콤 세이어(Malcolm Sayer)의  미려한 스타일링을 비롯하여 C-타입, D-타입 등 50년대 르망 레이스를 호령하던 선조들의 피를 이어 받은 주행 성능, 그리고  안락한 승차감까지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GT였다.


재규어 E-타입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총 7만 2,500여대가 팔려 나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재규어 E-타입은 그 아름다운 외양과 놀라운 성능으로 영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를 장식한 자동차로서 오늘날에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클래식카 경매 등에도 적지 않은 수가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그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잉글랜드  동남부의 이스트 서식스에서 재규어 역사 상 가장 기념비적인 모델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들의 이름은 이글(Eagle). 1982년 세워진 이글은 E-타입을 복원하여 판매하는 사업을 주로 벌여 왔다.


이글이 판매하는 재규어 E-타입은 수 십년 간 같은 차를 복원해 오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력을 통해 사소한 등화류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복원된다. 이글의 E-타입에 대한 집념은 이후, 아예 자동차 하나를 새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역량을 쌓아 올린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단순히 E-타입의 복원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E-타입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이글 스피드스터(Speedster)다.


 


이글의 첫 복각판  E-타입인 스피드스터는 재규어 E-타입 컨버터블 모델에 대한 이글의 오마주이자, 현세의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난 E-타입이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는 것과 같은 대대적인 현대화를 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E-타입은 말콤 세이어가 디자인한 그 당시의 형상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오리지널과는 사뭇 다른 터치를 통해  오리지널과 차별화를 이룬다. 첫째로 지붕이 아예 없다. 오리지널  E-타입 컨버터블은 닫아도 매혹적인 캔버스 탑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의 E-타입은 그것을 아예 제거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차체와 일체감을  이루는 독자적 디자인의 패널로 마무리하고, 그 위에 자사의 엠블럼을 아로새겼다. 또한, 오리지널 E-타입  컨버터블보다 낮은 높이의 윈드스크린을 갖는다. 이는 이글이 E-타입에  가한 현대화 작업의 일부다.


 


차체는 오리지널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다. 오랫동안 E-타입을 복원해 온 경험 덕분이다. 심지어는 차체 뒤쪽에서 앞으로  향해 열리는 보닛 힌지의 움직임까지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엔진  역시 자체개발한 것을 사용한다. 그들의 엔진은 4.7리터  배기량의 알루미늄 블록 직렬6기통 엔진이다. 이 엔진의 원형은 E-타입의 XK계열의 직렬 6기통  엔진으로, 여기에 직분사 기구까지 설치했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심지어 헤드램프를 비롯한 등화류 및 각종 전장품에 이르는 모든 구성품은 오늘날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실내는 60년대의  E-타입을 대부분 보존하고 있다. 룸미러는 대시보드 위에  붙어 있고, 대시보드는 하나의 금속판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외형은 한없이 클래식에 가깝지만, 그 안의  구성품 하나하나는 모두 현대의 기술로 재창조된 것들이다. 특히 좌석은 이글의 오리지널 다지인이다.



이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그들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들의 또 다른 E-타입의 이름은 로우 드래그 GT(Low Drag GT). 이 차는  경주차로 쓰였던 1962년의 컴피티션 로우 드래그의 차체 형상을 가져온 것이다. 이름에 걸맞게 당대에도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가졌던 E타입의 차체  형상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로우 드래그 GT의  실루엣은 오리지널과는 크게 다르다. 오리지널 E-타입 쿠페는  2+2 배치로 뒷좌석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나, 로우 드래그  GT는 그렇지 않다. 오로지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다. 지붕의 높이 역시 오리지널보다 더 낮다. 그리고 더욱 매끈하고 속도감  있게 후방으로 이어진다. 로우 드래그 GT의 휠은 일견 스틸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틸휠의 모양을 한 알로이 휠이다. 최신의  기술로 구시대적인 감성을 끌어 올리는 그들만의 사상이 반영된 일면이라 할 수 있다.



이글의 E-타입은  이 외에도 오리지널과 같은 접이식 소프트톱이 설치된 스파이더 GT(Spyder GT)도 존재한다. 이 차는 오리지널 E-타입 컨버터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보다 전통에 가까운 차다. 또한,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오리지널 E-타입 쿠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GT 쿠페 모델 역시 제작된다. 하지만  그 속살은 위의 두 차종과 같이, 오늘날의 최신기술들로 채워진다. 원형은  그대로, 내용물은 최신 기술과 고급 소재를 듬뿍 넣어 마무리한 이글의 E-타입들은 현대적으로 복각된 E-타입 그 자체다.



이글의 E-타입은  철저하게 주문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구매자가 원하는 사양으로 자신만의 E-타입을 가질 수 있다. 올린즈의 최신형 서스펜션을 적용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외장색상이나 소재 선택도 가능하다. 가격은 스톡 차량을  기준으로 약 50만파운드(한화 약 7억 6,747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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