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의 모든 것]2018 펄크럼 레이싱 제로 - 알루미늄 레이싱 휠세트의 정점

조회수 2017. 11. 28.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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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이클리스트가 레이스에서 알루미늄 휠을 사용하는 모습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다. 동호인 사이클리스트들이 아마추어 레이스에서 사용하는 휠도 알루미늄에서 카본으로 바뀐 지 오래고, 예전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의 카본 휠도 나오는 마당에 알루미늄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카본이 아닌 알루미늄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고, 여기에는 필자 또한 포함됨을 고백한다. 카본 휠을 갖고 있음에도 평소 사용하는 휠은 알루미늄제 림을 사용한다. 그만큼 알루미늄은 신뢰할 수 있는 소재고, 특히 비 오는 날과 거친 노면, 가파른 내리막을 포함해 어떤 주행상황에서도 카본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탈리아의 자전거 컴포넌트 메이커 펄크럼은 다양한 레이스용 휠로 유명하다. 펄크럼 휠은 초경량 에어로 모델도 있지만 한편으로 최고급 알루미늄 휠을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펄크럼 ‘레이싱 제로(RACING ZERO)’는 국내의 동호인 라이더 사이에서도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자, 첫 모델이 등장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개량을 거듭하며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고성능 알루미늄 휠세트다.

 

레이싱 제로 - 필요한 모든 것을 최고로 담았다

그날의 코스에 따라 성능과 특성이 다른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이 요즘 레이스의 상식이다. 자전거 휠도 마찬가지다. 평지에서는 무게가 나가더라도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휠을, 산악에서는 일단 가벼운 휠을 사용한다. 펄크럼 레이싱 제로는 어떤 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는 올라운더 성향의 휠이지만, 평지와 산악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필자는 후자에 더 적합하다고 말하고 싶다.

레이싱 제로의 앞뒤 휠세트 전체 무게는 1,518g이다. 찾아보면 1,000g대의 극초경량 휠도 나오는 시대지만, 알루미늄 휠로 이정도면 충분히 가벼운 편이다. 가벼움만을 중시한 휠이 아니다. 언덕에서 마음껏 댄싱하며 자전거를 비틀어대고, 내리막을 질주하다가 코너를 앞두고 풀 브레이킹하더라도 부담 없는 그런 내구성을 가진 휠이다.

펄크럼 레이싱 제로는 림뿐 아니라 바큇살도 알루미늄제를 썼다. 프론트 휠이 16개, 리어 휠이 21개의 스포크를 사용하는데 2:1(Tow to One)이라는 독특한 좌우 비대칭 패턴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휠의 스틸 스포크를 소면에 비유한다면, 레이싱 제로의 스포크는 칼국수다. 폭 4mm, 두께 1.5mm로 납작하고 두꺼운 것이 실제로 그렇게 생겼다. 알루미늄 스포크를 사용한 이유는 레이싱 제로가 ‘단단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레이싱 제로는 실제로 낭창거리지 않고 단단하기로 정평 높은 휠이다. 다리가 페달을 꾹 밟을 때, 체인이 스프라켓을 끌어당겨 허브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회전하는 허브는 다시 스포크를 잡아당겨 바퀴를 움직인다. 가늘고 탄력있는 스포크를 사용할 때와 두껍고 딱딱한 스포크를 사용할 때의 휠의 반응성과 승차감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해 허브의 디자인도 특별하다. 두툼한 전용 스포크의 머리가 허브에 단단히 맞물리게 디자인되었고, 허브는 스포크가 맞물리는 플랜지의 직경을 키웠다. 회전할 때 스포크를 더 강하게 잡아당길 수 있는 각도를 만들어내고, 이는 휠의 빠른 반응성으로 이어진다. 2:1 패턴은 뒷바퀴 허브의 카세트스프라켓이 장착되는 드라이브사이드(오른쪽)에 X자로 교차된 2개의 스포크를 배치하고, 반대편에 I자로 뻗어나가는 래디얼 패턴으로 스포크를 배치했다. 사실 휠 전체를 보면 캄파뇰로의 샤말 등에 사용된 ‘G3’ 패턴을 살짝 변형했다. 펄크럼이 캄파뇰로의 자회사라는 것은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비밀 아닌 비밀이다. 

당연히 레이싱 제로에는 캄파뇰로 휠과 비슷한 점도 많은데, 적용된 기술을 보면 거의 유사하거나 심지어 똑같은 이름을 확인할 수도 있다. 허브에는 세라믹 울트라 스무드 베어링(CERAMIC ULTRA SMOOTH BEARINGS™)의 약자로 ‘USB’라는 기술이 적용되며, 뒷바퀴의 프리허브는 플라즈마 전극 처리해 표면경도를 높였는데 이 또한 캄파뇰로의 최신 휠에 적용된 것과 동일하며, 부품도 호환된다.

앞뒤 바퀴의 림은 높이가 다르다. 앞바퀴 림 높이가 27mm, 뒷바퀴가 30mm로 앞보다 살짝 높다. 본격적인 에어로다이내믹스를 적용한 휠은 아니지만, 앞바퀴가 옆바람을 맞을 때의 영향을 줄여 핸들링을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

림과 스포크가 결합되는 부분은 두껍지만, 나머지 부분을 밀링가공으로 깎아냈다. 필요한 강도를 확보하면서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림의 폭은 22.5mm로 전통적인 알루미늄 로드바이크 림보다는 살짝 넓다. 사실 레이싱 제로는 예전 모델의 무게가 아주 조금 더 가벼운데, 신형이 넓은 림을 적용했음에도 1,518g의 무게를 달성했으니 충분히 선방했다고 할 만하다.

림의 안쪽에는 공기주입을 위한 밸브 홀을 제외하면 구멍 하나 없이 매끄럽다. 튜브리스타이어를 장착할 때 공기가 샐 틈 없이 완벽하게 밀봉하기 위함이며, 자전거를 조립할 때 스포크를 고정하는 니플은 밸브 홀을 통해 림 안쪽에 집어넣은 다음, 자석을 통해 꺼내 조립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번거로운 과정 때문에라도 결국 레이싱 제로는 100%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조립하게 된다.

 

단단함으로 정평 높은 올라운더를 원한다면

어떤 사이클리스트라도 언덕을 오른 다음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다. 때로는 비를 만날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큰 충격에 자전거가 튀어 오르는 일도 있고, 아스팔트 포장을 벗어나 거친 길을 달려야 할 때도 있다. 펄크럼 레이싱 제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만한 휠이다. 모든 것을 다 갖췄기에, 레이스용 카본 휠보다는 조금 더 무겁고 공기역학적으로 살짝 불리하다. 그러나 한 대의 자전거와 휠로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동호인 사이클리스트라면 이만한 파트너가 또 없다. 

게다가 그저 가볍기만 한 휠이라면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가성비를 목적으로 장착된 대부분의 알루미늄 휠과는 차원이 다른 구름성능과 단단함, 이것이 펄크럼 레이싱 제로의 아이덴티티다. 휠을 바꾸고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치고나가는 순간, 대부분의 카본 휠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반응감각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카본 휠을 사용 중인 라이더라도 레이싱 제로와 함께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 이건 카본과 다른 알루미늄의 맛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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