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소형 SUV 듀오를 향한 다른 온도차

조회수 2017. 11. 28.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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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 vs 1500. 각각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의 사전계약 대수를 표현한 숫자다. 코나는 사전 계약 기간 동안 7,000대가 넘는 사전 계약 수를 기록했으나, 스토닉은 1,500대에 불과했다.
특히 영업일 기준으로 사전계약 일수가 거의 같았음을 감안하면 두 형제의 예비 성적표 점수 차이 굉장히 크다. 또한 이는 소비자에게 던져진 코나와 스토닉이라는 새로운 선택지 싸움에서 코나가 우위를 지녔음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소비자들은 현대차 그룹의 두 소형 SUV에 대해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상품의 매력도에 따른 차이였던 것일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자의 소형 SUV를 한달 터울로 출시했다. 현대차 그룹이 동급 모델을 이렇게나 짧은 간격으로 출격시킨 전례가 거의 없어 상당히 이례적인 전략으로 비쳐졌다.
 
일각에선 코나가 더 이른 시점에 출시되어 스토닉의 대기수요를 잡아먹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판매 간섭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동일 세그먼트 모델 사이의 이야기이기에, 두 브랜드가 다소 민감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막상 두 브랜드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접 `플랫폼부터 다른 포지셔닝이 상이한 모델`이라고 언급하며 간섭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코나와 스토닉 모두 현대차 그룹의 플랫폼 분류상 중소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지만, 코나는 해당 플랫폼의 확장형으로 개발되어 개발 당시 코드네임도 `OS`를 지녀 벨로스터나 i30와 같은 C세그먼트급 모델과 동일 선상에 위치한다.
 
반면 스토닉은 프라이드 후속의 코드네임 `YB`를 포함한 `YB CUV`로 개발되어 정확히 B세그먼트급 차량으로 상대적으로 국산 소형 SUV 시장의 중저가 구간 공략에 힘을 쓰고자 한 면모들이 보인다.

이러한 상이한 상품 전략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코나와 스토닉은 명목상 같은 세그먼트를 바라보는 형제 모델이지만, 차근차근 뜯어보면 각 브랜드가 강조하는 내용이 다르다.
 
일단 현대차의 경우 기아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RV 라인업이 부실하다. 기아차는 체급별 SUV는 물론 중형 MPV, 박스카, 미니밴까지 갖춘 명실상부 최고의 RV 라인업을 지녔다. 물론 이는 자가잠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차 그룹에서 기아차를 RV 특화 브랜드로 키워내려 한 데에 원인이 있다.
 
이 풍부한 RV 라인업 덕에 기아차는 C세그먼트 SUV 미만 시장에서 이미 니로와 쏘울을 갖췄다. 니로는 하이브리드 소형 SUV로 포지셔닝하여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울러 쏘울 역시 판매량 자체는 높지 않지만 틈새 시장을 담당하며 나름대로 분업을 잘하고 있다.
 
따라서 스토닉이 노려야 하는 곳은 정해져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모델의 가격대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소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표출해야 한다. 기아차가 설정한 것은 높은 가격대비 가치. 시쳇말로 `가성비` 높은 소형 SUV를 지향한 것이다. 실제로 기아차는 나머지 두 모델들과의 자가잠식을 최소화 하기 위해 상품 전략과 포지셔닝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스토닉은 시장을 포괄해야 하는 범위가 넓은 코나보다 부담감이 훨씬 덜하다. 기아차는 실제로 스토닉의 월간 판매량을 1,500대 정도로 잡았다. 현재 QM3와 트랙스가 1,000~1,500대 정도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굉장히 겸손한 수치다. 아울러 신차효과가 발휘되는 판매 최적 시점임에도 기아차는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현대차는 폐사의 첫 `글로벌 소형 SUV`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코나로 하여금 부담감을 한껏 불어넣었다. 출시 초기 라인업 구성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1.6리터 디젤 엔진으로 구성하여 여타 경쟁자들과는 다른 포지셔닝을 잡았다. 또한 낮고 넓은 다이내믹한 스타일에 1.6 가솔린 터보 엔진 및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탑재로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했다.
 

물론 기아차 역시 스토닉을 소개함에 있어 브레이크 제어 방식 토크 벡터링이나 견고한 차체를 강조하며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췄으나, `퍼포먼스`를 논하기엔 엔진도 1.6리터 디젤 단일 구성이며, 심지어 출력도 코나보다 20마력 낮다.


상대적으로 고급 지향 모델이니 장비 수준도 격차가 어느 정도 있다. 코나에는 스토닉이 품지 못 한 전방주차보조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통풍시트, KREL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지녔다. 그리고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최대 휠 사이즈도 코나가 1인치씩 더 크다.

아울러 트림 가짓수도 스토닉은 3개에 불과하나, 코나는 6개에 달한다. 보다 촘촘한 트림 및 장비, 그리고 가격대 구성으로 스토닉, 쏘울, 니로가 포진한 시장을 모두 섭렵하고자 한다.
 
기아차는 스토닉에 대해 꾸준히 가격대비 가치를 강조한 만큼, 1,800만원대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디젤 소형 SUV임을 역설했다. 중저가 시장을 겨냥했으나 그럼에도 자사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전 트림에 기본화하여 안전도 빠짐없이 챙긴 것도 기특하다.
 
결론적으로, 일견했을 땐 현대차 그룹이 뒤늦게 참전한 소형 SUV 시장을 단숨에 점령하기 위한 물량 공세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중저가형 스토닉과 상대적으로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코나를 동시에 투입하여 현재 드러난 소형 SUV 시장의 틈새를 완벽히 메운다는 그럴듯한 가정하에 이루어진 출시 전략이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했던 사전계약자 수의 차이는 소비자들이 소형 SUV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이 드러난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경제 논리로만 보면 보다 저렴하고 경제성도 뛰어나 상대적으로 합리적 구성을 지닌 스토닉에 소비자들이 몰려야 정상이다. 그러나 자동차는 일반적인 재화로 보기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도 복합적이다.
 
따라서, 소형 SUV 시장에 발을 들이는 소비자들도 현대차 코나를 시작으로 흔히 말하는 `감성`에 포인트를 두기 시작했다고 생각된다. 중형차 이상을 바라보는 높은 수준의 편의장비은 물론, 뛰어난 주행 성능과 캐스캐이딩 그릴을 중심으로 풀어낸 현대차의 과감한 디자인 결과물까지 말이다. 작은 차라 할지라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한 선택지가 코나였던 셈이다.
 
한편, 코나는 다소 빈약했던 현대차의 RV 라인업에 간만에 추가된 신참으로서 올해 가장 뜨거울 국산 소형 SUV을 점령해야 할 책임이 생겼다. 사전계약수로 보아하니 일단은 성공적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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