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같은 여유로움, 인피니티 QX60

조회수 2017. 7. 24. 1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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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오늘 만난 모델은 바캉스 파트너로 제격이다. 이름은 QX60. 7명의 성인이 질 좋은 가죽과 탁 트인 주변 경치를 느끼며 떠날 수 있는 대형 SUV다. 인피니티 특유의 ‘훈남’ 얼굴과 꼼꼼한 마감으로 호감도를 높였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최진호(pd@gooood.co.kr)

올해는 유독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산차 시장에선 쌍용자동차 G4 렉스턴이 등장했다. 기아자동차 모하비와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선 포드 익스플로러가 인기 만점이다. 지난달에만 무려 790대의 익스플로러가 고객의 품으로 돌아갔다. 라이벌 혼다 파일럿은 214대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비슷한 덩치의 독일산 SUV는 가격이 비싸다. 또한, 대중 브랜드가 내놓은 ‘덩치’들은 소재와 마감 부분에서 2% 부족하다. 이러한 틈새를 메꿀 매력적인 대안이 바로 인피니티 QX60이다. 차체 길이는 약 5.1m, 휠베이스는 2.9m에 달하는 SUV다. 가격은 6,290만 원.

실물이 주는 압도감은 수치보다 거대하다. 한 덩치 하는 기아자동차 쏘렌토도 QX60 앞에선 고개 숙인 남자로 변신할 정도. 하지만 매끈해 보이는 디자인 덕분에 둔해 보이지 않는다. 가령, 차체 표면은 곡선을 써서 풍성하게 빚었다. 직선 사용한 곳을 찾기 힘들다. 또한, 그릴에 스민 벌집무늬 패턴도 남다른 존재감을 건드는 요소다.

QX60의 압권은 다름 아닌 옆태다. 헤드램프의 끝선과 앞바퀴 펜더를 이어 볼륨감을 극대화했다. 인피니티의 자랑인 초승달 D필러도 빠짐없이 챙겼다. 또한, 도어 아래엔 두툼한 크롬 라인을 덧댔고 20인치 휠로 방점을 찍었다. 타이어는 235/55 R20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DUELER H/P 스포트 AS. 비슷한 체급의 대형 SUV보다 너비가 작은 게 특징이다(포드 익스플로러 255㎜, 혼다 파일럿 245㎜).

엉덩이도 비례감이 좋다. 차체 너비는 1,960㎜. 길쭉한 테일램프와 크롬 라인 덕분에 수치보다 더욱 안정감 있어 보인다. ㄴ자 모양으로 불 밝히는 LED(발광다이오드)도 포인트. 창문 위쪽에 자리한 지붕 일체형 스포일러는 예쁜 뒤태뿐만 아니라 공력 성능을 높이는 데 한 몫 거든다. 참고로 QX60의 공기저항계수는 Cd 0.34. SUV치곤 칼끝이 꽤 날카롭다.

문을 열면 외모에서 느낀 호감이 다소 반감된다. 반짝이는 우드그레인과 계단식 센터페시아, 스티어링 휠의 버튼 등이 다소 고전적이다. 기어레버 앞쪽에 덩그러니 놓인 시거잭도 세월의 흔적을 대변한다. 그러나 가죽의 질감과 고급감은 다분히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도어트림과 센터콘솔에 모두 촉촉한 가죽을 씌워 만족스럽다. 게다가 각 이음새는 하얀 실로 메꿔 세련미도 챙겼다.

드넓은 뒷좌석은 QX60을 사야할 이유 중 하나다. 의자 밑에 레일을 달아 앞뒤로 최대 14㎝까지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열선 기능뿐만 아니라 등받이 각도도 큰 폭으로 눕힐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했다. 대개 7인승 SUV의 3열은 구색 갖추기 용도가 많다. 그러나 QX60은 성인 남성 두 명도 편안히 앉을 수 있다. 무릎 공간은 2열이 1,059㎜. 3열은 782㎜다.

단순히 공간만 넓은 건 아니다. 맨 뒷자리에도 컵홀더를 양쪽에 각각 두 개씩 총 4개나 마련했다. 또한, 버튼 하나만으로 의자를 펼칠 수 있어, 무더위에 의자 젖히느라 힘들일 필요 없다. 트렁크 용량은 3열을 펼치고도 쌍용자동차 티볼리보다 크다(447L). 2열까진 1,277L, 모두 접으면 최대 2,166L까지 늘어난다. 양손 가득 짐이 있을 땐, 외부에서 간단한 발차기 시늉으로 트렁크 도어를 열 수 있다.

조용한 파워트레인, 아쉬운 연비

QX60의 보닛 속엔 V6 3.5L 가솔린 자연흡기 심장이 자리했다.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에 15번이나 뽑힌 명기 중의 명기. 최고출력 269마력, 최대토크 34.3㎏·m를 뿜는다. 구형보다 압축비를 10.3:1에서 11.0:1로 높이고, 실린더 벽 내부 코팅을 통해 완성도를 키웠다. 하지만 공차중량 2,110㎏의 QX60과는 궁합이 좋지 않았다.

가령, 엔진의 보어&스트로크는 96:81이다. 엔진의 회전수를 높일수록 출력이 나오는 전형적인 숏 스트로크 타입이다. 6,400rpm에서 최고출력이 나오고 4,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때문에 굽잇길을 오르거나 짐이 가득할 때 저속에서 다소 굼뜬 반응을 보인다. 회전수를 높이며 힘 있게 달리니 연비도 예상보다 낮았다.

반면, 일반적인 도심 주행에선 가솔린 심장의 진가가 드러났다. 엔진의 소음뿐만 아니라 풍절음, 노면 소음 등을 단칼에 제압했다. 럭셔리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게 QX60의 매력이다. 파트너로 자리한 3세대 X-트로닉 무단변속기는 엔진과 ‘찰떡궁합’이다. D-스텝 기능 덕분에 D레인지에서도 마치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처럼 기어 단수를 주무른다. 또한, 기어레버를 수동모드에 놓고 최대 7단까지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뻥 뚫린 고속도로는 QX60에게 가장 자신 있는 무대 중 하나다. 특히 시속 80~110㎞ 영역에서의 만족감이 크다. 엔진과 차체, 서스펜션이 주는 시너지가 탑승자를 기분 좋게 만든다. 노면의 자잘한 요철들을 말끔하게 무시하며 항속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운전이 쉬우니 음악 감상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QX60의 실내엔 15개 스피커로 무장한 보스 오디오가 똬리를 틀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에도 연료 효율은 낮았다. 정부공인 복합연비는 1L 당 8.3㎞.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연비는 7.8㎞/L다. 2.1t(톤)이 넘는 무게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만큼은 확실하다. QX60은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최고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받았다.

스티어링 휠은 록투록 2.9회전이다. 조작 범위가 큰 편이다. 또한,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 답력이 지나치게 무겁다. 때문에 주차를 하거나 유턴할 때 때로는 조작이 수고스럽게 느껴진다. 더욱이 운전대와 방향지시등 레버 사이의 간격이 넓어, 손이 작은 여성 운전자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

부족한 안전·편의장비

QX60을 시승하며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안전 및 편의장비다. 가령, 차선을 변경할 때 요긴한 후측방 경고 시스템은 ‘그림의 떡’이다. 북미 사양에 있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차선이탈 경고(LDW), 사각지대 모니터링(BSW) 장비도 마찬가지. 6천만 원대 가격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인피니티 코리아는 지난 4월, 신형 QX60을 출시하며 ‘인피니티 인터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새롭게 심었다. 디스플레이 모니터의 그래픽을 키우고 스마트폰의 화면처럼 메뉴를 어플리케이션 형태로 구성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과의 호흡이 좋지 않았다. 예컨대, 골목을 지나갈 때 스스로 화면을 바꾸고(어라운드 뷰) 충돌 경고음을 울린다. 그런데 골목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다시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바꾸지 않는다. 운전자가 직접 BACK 키를 눌러 일일이 원상복구 해야 하는데 무척 번거롭다.

험로 주행도 문제없어

사실 QX60과 미니밴과의 차이를 찾기 힘들었다. 쾌적한 실내 공간과 의자 배열, 광활한 수납공간 등은 SUV보다 미니밴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 녀석의 숨은 정체성을 찾기 위해 험로를 찾았다. 랜드로버나 지프처럼 사륜구동을 따로 조작하는 버튼은 없다. 그냥 일반적인 D모드에 놓은 채 비포장도로를 헤쳐나갔다.

기대와 달리 QX60은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도심을 달릴 때처럼,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험로에서도 기분 좋은 승차감을 빚어냈다. 또한,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엔진의 힘을 앞뒤로 최대 50:50까지 나누며 의외의 주파 능력을 뽐냈다. 아름다운 VQ 엔진의 선율을 감상하며 화끈하게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도 험로 주행이었다. QX60이 가진 패를 모두 엿볼 수 있어서다. 때로는 미니밴처럼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푹신한 의자에 앉아 풍요로운 여정을 즐길 수 있고, 때로는 SUV답게 미니밴이 갈 수 없는 깊숙한 곳으로 캠핑을 떠날 수도 있다. 

<인피니티 QX60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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