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시피] SUV는 어떻게 대세가 됐을까?

조회수 2017. 11. 28. 13: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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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SUV는 “대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해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에서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자동차 시장을 SUV의 성장이 주도해왔습니다. 국내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SUV시장은 2011년 21만 6,889대에서 2016년에는 45만 2,295대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SUV는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훔친 것일까요? 국내 시장의 흐름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SUV; 야성이 살아있는 자동차

SUV는 태생부터 야생용으로 개발된 차량입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군은 군사 작전에 활용할 수 있는 사륜 구동 차량을 입찰했고 최초의 SUV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윌리스 MA가 탄생했습니다. 이 윌리스 MA가 윌리스 MB로 이어졌고 군에서 “지프”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지프를 필두로 등장한 SUV는 험로 주파와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농, 축산업을 비롯한 분야와 포장 도로 비율이 낮았던 교외 지역에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 야성”이 강한 차량이라 험로 주행 등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포장도로 위주의 도심 일상생활에 매일매일 사용하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스포티지가 1991년 최초로 도심형 SUV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후에도 오랜 기간 마찬가지였습니다.

애초에 SUV 탄생에 승용차의 중요한 덕목인 편안한 승차감은 고려될 필요가 없는 데다가, SUV는 험로를 주파하기 위해 지상고가 높게 설계되어 주행 안정감, 공력 성능 면에서 승용보다 불리했습니다. 또한, 험로 주행에는 토크가 강한 디젤 엔진이 적합했기 때문에 가솔린에 비해 시끄러운 디젤 엔진 위주로 엔진 라인업이 꾸려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폭넓게 어필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저렴한 디젤 가격과 7인승 세제 혜택 덕분에 SUV 시장이 일시적으로 붐이 불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포장도로 같은 SUV 특유의 목적성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차로 인식되었습니다.

도시의 생활에 녹아든 CUV의 등장

그런데도 SUV는 매력이 있는 차종이었습니다. 어떤 소비자들은 SUV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상생활용으로 세단 대신 SUV를 선택했으니까요.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SUV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보다 일상생활에 적합한 SUV를 고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세단의 장점을 흡수한 CUV(Cross over Utility Vehicle)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가속화됩니다. 국내에서 이러한 SUV 열풍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은 3세대 스포티지(SL)와 싼타페(DM)입니다. 이들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SUV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의 SUV 디자인은 SUV의 강인하고 투박한 원형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조금 더 날렵한(Sleek) 이미지를 추구한 끝에 나온 형태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기존의 SUV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기만 했다면 강인하면서도 세단 못지않은 세련된 느낌으로 도시에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실내 디자인은 기존 SUV와는 다르게 세단과 같은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운전 측면에서는 디젤 엔진이 개선되면서 정숙성도 개선되었고, 연비 역시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SUV 특유의 넓은 적재 공간과 유리한 시계, 개방감, 사륜 구동, 안전 등 세단 대비 유리한 요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SUV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세단 대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개선되면서 세단보다 범용성이 넓은 차량으로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최근의 SUV(CUV)들은 야생의 늑대와 도시의 개 사이에 나온 '울프 독'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CUV는 비포장 도로 보다는 포장 도로에 초점을 맞추어서 기존의 SUV의 원형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동차 회사들도 SUV라기보다는 CUV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다소 생소한 CUV라는 용어보다는 SUV라는 이름을 더욱 자연스럽게 생각했으며, 기존의 SUV들도 CUV의 포장도로 지향적인 디자인을 계승해서 후속 모델을 출시하면서 자연스럽게 CUV라는 이름은 잘 사용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내 사회적 환경의 변화; 레저 열풍

초중고 전면 주 5일 수업제(12년) 대체 휴일제(14년) 등이 시행되면서 여가가 늘어나고, 사회적으로도 일과 휴식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던 2010년대 초반에 방영한 '아빠 어디가'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가족 캠핑 열풍을 촉진했습니다.

캠핑뿐만 아니라 수상 레저 등 다양한 야외 활동 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어울리는 차량인 SUV 역시 성장의 호기를 맞았습니다. 마침 일상생활에도 어울리는 우수한 상품성의 SUV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었으니 SUV 시장이 골고루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화룡점정: 소형 SUV의 등장

SUV는 비슷한 크기의 세단 대비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가격 진입 장벽이 세단보다 높은 편이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SUV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을 더욱 활용하려면 SUV에 대한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등장한 것이 기존 대비 더욱 작은 소형 SUV(B-SUV)입니다.

이러한 SUV들은 기존의 SUV 원형과 꽤 멀어져 SUV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SUV도 SUV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덕분에 트랙스를 필두로 QM3, 티볼리까지 차례로 등장하면서 몇 년 만에 연 10만 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까지 등장하면서 SUV 열풍의 화룡점정을 찍고 있습니다.

SUV 시장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까?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SUV 시장의 성장은 야생에서의 다목적성을 추구하며 탄생한 SUV라는 장르가 우리 일상생활에 더 적합하도록 세단의 장점을 흡수한 덕분입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분석해보면 세단, 해치백 등 승용의 수요를 SUV가 흡수해온 것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현재 국산 자동차 시장의 승용과 SUV 비율은 2011년 4.15에서 2016년 기준 1.87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SUV가 발전하더라도 승용차 고유의 매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승용의 경차, 고급 차 수요를 생각하면 1.5~1.7:1 정도가 가능한 최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SUV는 최초 등장 때보다 훨씬 범용적인 장르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SUV에 대한 관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성격의 SUV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진석 객원기자 carrecipe@encar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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