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경차 스포츠카 봤니.. 혼다 S660에 담긴 일본의 저력

조회수 2017. 11. 28. 13: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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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럭셔리 경차 상품군에는 스포츠카까지 구비돼 있다. 2015년 4월 일본에서 발표한 혼다 S660이 주인공이다. 2인승 스포츠카로 경차 규격인 658㏄ 배기량에 터보를 달았다.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리얼 펀(Fun)카’다. 시트 뒤쪽에 엔진을 두고 뒷바퀴를 굴리는 MR(Midengine, Rear-wheel-drive) 구동방식이다. 정통 스포츠카의 구동계다. 여기에 컨버터블로 변신하는 탈착식 소프트톱도 갖췄다. 가격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럭셔리 경차의 세계는 한계가 없다. 

혼다 S600은 200만엔(약 2100만원)이 넘는 럭셔리 경 차 스포츠카다. 차체 레이아웃만으로는 페라리ㆍ람보르기니 같은 정통 슈퍼카가 부럽지 않다. 아쉬운 것은 동력 성능이다. 터보 엔진을 달았지만 출력은 100 마력은커녕 64마력 뿐이다. 배기량 660cc 이하를 만 족시켜야 하는 경차 규격이 발목을 잡는다. 이 차의 크기는 길이×너비×높이(3395×1475×1180mm)에 불 과하다. 모두 일본 경차 규격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 다. 사실상 엔진 배기량만 보면 대형 오토바이 절반에 불과하다. 혼다는 S660 개발 배경에 대해 “경차 스포츠카를 개발해 더 많은 사람이 스포츠카를 모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S660은 한국에도 병행 수입돼 10여대 정도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자는 이 차를 2015년 가을 도쿄에서 2박 3일간 시승을 해 봤다. 일본에서 두 번이나 거주한지라 오른쪽 핸들은 익숙하지만 왼손으로 수동 변속기를 넣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꾸 1단에서 4단으로 변속이 돼 시동을 끌 번한 경우가 여러 번 이었다. 다행히 한 번만 꺼져 뒤 운전자에게 살짝 손을 들어 줬다.

일본에서 잘 팔리는 경차는 대부분 박스형이다. 경차 의 작은 차체 규제 때문에 박스형이라야 비교적 여유로운 실내 설계가 가능하다. 다이하츠 탄토, 혼다 N-박스 같은 베스트셀링 경차는 기아 레이 생김새 처럼 박스형이다(사실 레이가 일본 박스형 경차의 카피 모델이다). 시판 중인 50여 종의 경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박스형이다.



고급스럽고 다양한 편의장비를 지닌 박스형 경차가 대세인 가운데 혼다 S660은 2인승 정통 스포츠카를 추구했다. 이유는 혼다의 스포츠카 유전자 때문이다. 혼다는 1930년대 오토바이로 시작해 1960년대 초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첫 양산차를 출시 전 인 1963년 이미 전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F1 그랑프리에 참가했다. ‘잘 달리는 차’에 대한 열정을 갖은 브랜드다.

2000년대 들어 수익성이 높은 RV 출시에 역량을 집중해 과거의 카리스마가 크게 희석되기도 했다. 전기가 찾아온다. 일본의 진정한 슈퍼카로 인정받 는 초대 NSX 개발 엔지니어 출신인 이토 다카노부 가 2009년 혼다의 9대 사장에 취임하면서 다시 ‘재미있는 차’에 눈길을 돌렸다. 그는 먼저 혼다의 성지 (聖地)나 다름없는 F1 그랑프리에 엔진 공급자로 재진출 하는 것을 결정했다. 또 NSX 후속 모델 개발을 재가동하는 등 ‘혼다=잘 달리는 차’라는 이미지를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으로 생산시설 가동률이 떨어지고 다카타 에어백 결함에 따른 리콜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5년 2월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후임 하치고 타카히로 사장은 오딧세이(북 미형 1세대)와 CR-V(2세대)의 개발을 이끈 엔지니어 출신이다. 혼다는 전통적으로 이공계 연구소 출신이 사장 자리에 오른다. ‘엔진의 혼다’로 불렸던 자신만의 DNA다.

경차라도 ‘운전의 재미’가 있어야

이토 다카노부 사장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 혼다기술연구소 50주년을 기념해 사내에서 신상품 기획전이 열렸다. 어린 시절부터 혼다를 동경해오다 입사한 연구원 무쿠모토 료는 “유지비가 저렴하고 출퇴근용으로 탈 수 있는 친근한 스포츠카라면 오랫동안 사랑 받는 차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기초로 S660의 콘셉트를 구상한다. 1991년 데뷔한 경형 스포츠카 비트의 계보를 잇는 MR 구동계와 소프트톱을 지닌 소형 스포츠카다.

입사 4년차 고졸 모델러인 료의 제안은 800여 개 응모작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어 2.0L급 중소형 승용차나 정통 스포츠카 개발을 고민하던 경영진에게도 전달됐다. 최종적으로 경형 스포츠카를 개발을 결정했고‘ 최초 콘셉트를 제안한 자가 프로젝트 책임을 맡는다’는 혼다의 전통에 따라 료가 개발팀장이 됐다. 스포츠카 개발에 일가견을 지닌 베테랑 엔지니어가 추가되면서 프로젝트 팀이 완성됐다.

개발팀은 단순히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경형 스포츠카가 아닌 정통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춰 더 많은 운전자가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혼다 스포츠카의 시발점인 S500, S600의 연장선상에 있는 S660을 차명으로 채 택한 배경이다.



차체는 사이드 빔과 센터터널을 강화해 S2000을 상회하는 비틀림 강성을 지니도록 했다. 리어에는 경 차 최초의 알루미늄 서브 프레임을 갖췄다. 모두 무게를 늘리지 않고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는 해법이다.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위해 연료탱크를 시트 뒷바닥에 최대한 붙이고 배터리는 앞차축 가까이 배치했 다. 미드십 스포츠카의 특징을 살린 프론트는 전형적인 쐐기형 보디에 롤바를 겸하는 B필러와 에어로핀 형태의 엔진 후드가 더해져 스타일이 살아났다. 떼어낸 소프트톱은 말아서 보닛 아래 화물공간에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시속 70km 이상에서 작동하는 팝업식 리어윙도 갖췄다.

실내는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기능성을 제대로 살렸다. 스포츠 시트,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이 스포츠카 로서의 분위기를 돋운다. 운전석을 감싸듯 곡면을 그린 센터페시아에는 공조장치 스위치와 오디오를 배치했다. 오픈 스포츠카의 특성을 고려해 탑승자의 하체에 냉난방 송풍을 집중했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정말 비좁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렇게 작은 차를 어떻게 타지”라고 금새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자주 타고 내리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덩치가 큰 사람은 동승석이 정말 불편할 수 있다. 2인승 경량 로드스터는 혼자 타는게 재미의 극상이다.

MR구동에 팝업 리어윙, 롤바까지



3기통 658cc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4마력, 최대토 크 10.6kgㆍm를 낸다. 수치적으로는 보잘 것 없지만 낮은 회전 영역에서는 민감하게 작동하는 터보가 원활한 토크 분출을 돕는다. 6단 수동의 경우 엔진 회전수 레드존을 최고 7700rpm(7단 수동 기능 의 CVT 모델은 7000rpm)까지 끌어올려 고회전까지 쭉 밀어붙인다. 혼다 특유의 고회전 엔진의 특징을 제대로 살린 셈이다. 작은 엔진이지만 사운드는 박력 넘치게 설계했다. 대구경 브레이크와 어자일 핸들링 어시스트(코너에서 좌우 브레이크를 조작해 코너링을 돕는 장치)를 더해 안정적으로 기민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타이어는 앞 15, 뒤 16인치다. 정숙성은 그다지 기대할 게 없다. 작은 배기량을 터보로 쥐어 짜내다 보니 날카로운 엔진음이 실내로 그대로 유입된다.

혼다 S660의 트림은 두 가지다. 알파(218만엔)와 베타(198만엔)로 5월 10일 기준 환율(1005원/100엔)로 1990만~2190만원이다. 추가 비용 없이 6단 수동변속기나 CVT를 선택할 수 있다. 펄화이트 보디에 레드 소프트톱을 얹어 660대 한정 판매하는 컨셉트 에디 션(238만엔)은 출시 한 달 만에 완판됐다. 이 차는 매달 800여 대를 생산한다.

가장 인기 있던 경차 다이하츠 탄토의 가격이 122만 ~187만4000엔(약 1250만~1910만원), 혼다 N-박스가 127만~201만5000엔(1300만~2052만원)를 비교해보면 S660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저가 경차인 스즈키 알토의 69만7000~140만5000엔(704만~1415만원)과 견주면 차이가 더 커진다. 심지어는 위급 소형차와 비교해도 그렇다. 도요타 아쿠아가 176만 1000~276만5000엔(1810만~2850만원)이라 S660 가격이면 준중형차도 충분히 장만할 수 있다.



일본 경차 시장에서는 S660은 매우 비싸고 희귀한 존재다. 그렇다고 혼다에게 수익을 남겨주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 조립공정이 수작업이라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혼다는 반세기만에 경형 스포츠카를 양산한다. 이는 자동차가 주는 이동의 자유,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마니아 계층을 두텁게 하고 골수 혼다 팬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일본은 이미 2000년대부터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가 줄고 있다. (한국도 요즘 운 전면허 취득자가 감소하는 추세다)젊은층을 중심으로 “대중교통이면 족하지 자가용은 필요 없다”는 신세대사고가 자리를 잡으면서다. 혼다는 이를 자동차 업체의 가장 큰 위기로 본다. 운전의 즐거움을 줄 수 없는 대중차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얘기다. 지금 인기인 박스카나 세단은 일본 시장에서 업무용과 고령자 이외에 젊은 층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없다는 인식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는 오직 내수시장에서 잘 팔리는 차종 개발에만 전력한다. 현대 차에 경차가 한 모델도 없고, 컨버터블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개발조차 하지 않은 게 그런 방증이다. 현대기아 팬은 고작하고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꿈을 주는 자동차 한 모델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다. 경차 S660 한 대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의 여유와 저력이 느껴진다.


김태진 에디터 carguy@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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