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필살기의 부재, 제네시스 G70

조회수 2017. 9. 21. 16: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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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잡을 데 없었다. 남다른 생김새와 뛰어난 소재, 호쾌한 달리기 실력까지. 후발주자로서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 베스트셀러의 꽁무니를 바짝 좇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프리미엄 컴포트&다이내믹’이라는 거창한 철학을 품었다. 그러나 경쟁자를 압도할 만한 무기는 찾을 수 없었다. 왜 우리는 여전히 ‘가성비’라는 단어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D 세그먼트 세단, G70을 선보였다. 가장 많이 팔아야 하는, 또 영역을 넓혀야 하는 첨병이다. 그 만큼 제네시스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가령, 벤틀리 출신 듀오 루크 동커볼케(현대디자인센터장)와 이상엽(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디자이너의 터치, 알버트 비어만(현대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의 조련으로 준비를 단단히 했다.

오늘 시승은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출발해 경기 포천까지,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치렀다. 주인공은 G70 3.3T 스포츠. 보닛 속에 V6 3.3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고 최고출력 370마력 뽐내는 화끈한 녀석이다. 이력서를 보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은 BMW 320i와 기아 스팅어, 메르세데스-AMG C 43 시승기를 펼쳤다. G70은 이들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운전석에 앉아 제네시스가 추천하는 자세를 찾아봤다. 이른바 ‘스마트 자세 제어’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키와 몸무게 등을 입력하자, 체형에 알맞은 자세를 차가 제안한다. 의자의 높낮이와 거리뿐만 아니라 옆구리 받침, 스티어링 휠까지 스스로 조절한다. 제안 받은 자세가 썩 마음에 들 진 않았지만, 편안하게 운전하는 덴 ‘안성맞춤’이었다.

출발하려던 찰나, 현대차 직원이 문을 ‘똑똑’ 두드렸다. 주행 모드를 조절해준다고 한다. 기어레버 옆에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딸깍’ 움직이자 계기판이 붉게 물 든다. 스포츠 모드로 변신했다. 그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길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컴포트&다이내믹’을 주장한 G70의 철학. 그 순서가 모호해진 까닭이다.

멋스러운 문구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기면 눈에 띄는 구석이 없다. 가령, 프리미엄 제조사의 D 세그먼트 모델은 ‘컴포트’를 첫 번째 레이어로 삼는다. 아니, 그래야 한다. 아무리 BMW 3시리즈와 재규어 XE가 탄탄하다곤 하지만, 이 성향은 두 번째 레이어로 덧칠한 조미료다. 이들의 장르는 뒷좌석과 트렁크가 있는 세단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카가 아니다.

승차감을 결정하는 요소는 비단 서스펜션에만 있지 않다. 질 좋은 가죽과 편안한 시트 등 다양하다. 제네시스보다 오랜 역사 품은 고급 제조사는,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이 같은 특징을 모두 품었다. 물론 내 주장에 제네시스가 반박할 여지는 있다. 바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신조어)’다. “동급 경쟁자보다 사양이 뛰어나면서 가격이 합리적이다”라는 말이다.

나는 ‘가성비’에 현혹되기 싫었다. 남들이 갖지 못한 G70의 매력으로 유혹하길 바랐다. 그래서 시승을 통해 직접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주행 모드는 다시 컴포트에 놓고 가진 패를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놀란 건 시야. A필러를 얇게 빚은 결과다. 앞 창문이 뒤로 바짝 누웠지만, 주변 풍경이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운전 자세도 좋다. 의자와 텔레스코픽(스티어링 휠을 앞뒤로 움직이는 장치)의 조절 범위가 크기 때문. 또한, 센터 콘솔의 높이가 절묘하다. 기어레버에 오른손을 올려놓았을 때 세상 편안하다. 몸과 닿는 모든 부위를 촉촉한 가죽으로 감싸 기분도 좋다. 기아 스팅어에게 부족한 2%를 모두 채운 느낌이다. 동그란 공조장치 다이얼의 작동 질감도 멋스럽다.

개인적으로 앞좌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위가 있다. 바로 발의 위치다. G70은 시트와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알맞게 놓았다. 또한, 동승석 바닥도 굴곡 없이 매끈하게 빚었다. 발목의 꺾임 각도도 정강이와 직각에 가깝다. 앞좌석의 완성도는 지금껏 타본 D 세그먼트 중 만족도가 가장 높다.

물론 단점도 있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레버 주변부의 은색 플라스틱 마감이 불만이다. 햇빛을 받으면 그대로 반사해 눈을 방해한다. 빛을 흡수하거나 다른 색으로 바꾸면 더 좋겠다. 이제 논란의 뒷좌석으로 옮기자. 많은 소비자가 좁은 공간을 문제 삼았다. 스팅어보다 지붕이 높아 머리 공간이 쾌적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협소한 건 매한가지다.

따라서 신장 175㎝ 이상의 성인이라면 뒷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다. 무릎 공간은 경쟁 모델과 비슷한 수준. 그러나 소재와 착좌감은 기대 이상이다. 엉덩이와 등, 옆구리를 포근하게 감싼다. 게다가 열선 기능을 3단계로 마련한 점도 특별하다. 일부 “쿠페 수준의 뒷자리 공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3시리즈, C-클래스와 비슷한 공간을 뽐낸다.

디자인, 최선인가요?

현장엔 다양한 컬러의 G70이 모두 자리했다. 내가 배정받은 컬러는 마블 화이트. 많은 소비자가 선택할 색상이다. 은은한 펄 입자를 머금어 여느 흰색보다 고급스러운 게 특징이다. 하지만 그릴과 범퍼 주변 크롬 장식이 도드라져 퍽 부담스럽다. G70에겐 ‘로얄 블루’ 또는 ‘그레이스풀 그레이’ 같은 어두운 옷이 더 어울린다.

얼굴이 짓는 표정은 다분히 제네시스답다.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끝마디에 길쭉한 헤드램프를 펼쳤다. 3,750만 원의 가장 엔트리 사양에도 풀-LED(발광다이오드) 램프를 넣어 기능성과 고급감까지 모두 챙겼다. 하지만 현대차 식구들과 비슷한 포인트가 산통을 깬다. 가령, 안쪽의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은 아반떼 스포츠, 쏘나타에게 빌려왔다. '닛산과 인피니티', '토요타와 렉서스'의 관계처럼 제네시스만의 독창성을 살리는 게 어땠을까?

옆모습은 활시위 바짝 당긴 활대처럼 긴장감 넘친다. 길쭉한 보닛과 짧은 오버행, 날렵한 지붕 라인 등 뒷바퀴 굴림 세단의 비율을 고스란히 담았다. 또한, 앞바퀴 펜더 뒤쪽에 에어벤트를 뚫고, 사이드 미러 안쪽에 에어핀을 심는 등 공력 성능을 높이는 데도 신경 썼다. 볼륨감 풍성한 뒷모습도 ‘호감지수’를 쑥쑥 높인다. 범퍼 중앙의 방열구도 가짜 장식이 아닌 ‘진짜’다.

<표1 크기 비교>

트렁크 공간은 경쟁 모델과 비슷한 수준.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도 방음 소재로 꼼꼼히 뒤덮어 만족스럽다. 그러나 5,200만 원에 달하는 최고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전동식 개폐 버튼은 온 데 간 데 없다. G70이 주장하는 ‘프리미엄 컴포트’의 완성도를 깎아내리는 요소다. 트렁크 바닥면을 들추면 스페어타이어 대신 타이어 리페어 킷이 자리했다.

컴포트와 다이내믹, 그 사이

강변북로를 빠져나와 구리-포천 고속도로에 올랐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놓자 사이드 볼스터가 옆구리를 바짝 조인다. G70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단 4.7초. 스팅어보다도 0.2초 더 빠르다. 시승차는 HTRAC 품은 네 바퀴 굴림 사양이다. 여기에 미쉐린이 빚은 파일럿 스포츠 4 타이어를 신었다. 고속에서도 노면을 붙드는 실력이 압권이다.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 사이의 간격은 여느 국산차보다 넓다. 느슨했던 하체를 단단히 만져 도로를 장악해나간다. 그러나 ‘다이내믹’이라는 철학을 내세우기엔 2% 부족하다. V6가 연주하는 선율 위해 스피커로 가상 엔진 사운드를 더했지만, 조용한 꽁무니가 다소 아쉽다. 스포츠 배지를 붙인 만큼, 메르세데스-AMG C 43처럼 이따금씩 ‘콩 볶는’ 소리를 첨가하면 어땠을까?

출발 전, 행사에 참여한 조훈현 프로 드라이버는 “N.V.H(소음·진동·불쾌감) 설계에 공을 들였다”며 “G80, EQ900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님들보단 분명 한 수 아래다. 이중접합 차음 유리로 풍절음은 제압했다. 그러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모두 잡지 못했다. 원인은 타이어.

스팅어의 경우 고객이 여름용 타이어 또는 사계절 타이어 가운데 직접 고를 수 있다(19인치 휠 기준). 그러나 G70 3.3T 스포츠는 써머 타이어 한 가지만 마련했다. 주행 성능을 높이는 덴 좋지만, 겨울철엔 반드시 윈터 타이어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수고스러울 수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구매 고객에게 이를 안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굽잇길에 올랐다. 이번엔 브렘보가 빚은 대용량 브레이크가 고개를 내민다. 고성능 타이어와 만나 환상 궁합을 뽐낸다. 특히, 제동 답력이 일정 구간에 몰려 있지 않아 만족스럽다. 게다가 뒷바퀴까지 충분히 제동력을 끌어내며 침착하게 멈춰 선다. 취향에 따라 캘리퍼를 빨간색 또는 은색으로 칠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G70은 스팅어보다 휠베이스가 70㎜ 짧다. 더욱 민첩한 선회 실력을 기대했지만, 빗나갔다. 스팅어가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노면을 짓누르며 나간다면, G70은 좀 더 부드럽게 매만졌다. 두 차의 타겟이 다르다는 방증이다. 보편적인 세단의 실루엣을 지닌 만큼, 스팅어보다 다양한 고객을 포용하려고 한다.

앞 45, 뒤 35 사이즈의 낮은 편평비가 승차감을 해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통해 극복했다. 물론 스팅어보다 굽잇길이 재미없는 건 아니다.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과 기계식 차동 제한장치(M-LSD) 등 소위 ‘코너링 전문가’들을 조수로 모셨다. 말끔하게 선회 궤적을 그릴 때마다 점점 자신감이 쌓여간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몰 수 있는 게 G70의 매력이다.

물론 G70의 고삐를 풀 수도 있다. 여느 제네시스 형제들과 달리, ESC(전자식 자세 제어 장치)를 Full Off 기능을 마련했다.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의 입김이 컸다. 그는 행사장에서 “예전엔 전자장비가 개입할 때 불쾌감을 주었지만, 스포츠 세단에 걸맞게 세팅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자장비의 개입 여부를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매끄러웠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승 전, 내게 던진 “G70의 으뜸 매력을 찾아라!”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 G70은 우리 반 1등 철수처럼, 특정 과목(ex 디자인, 소재, 성능, 준자율주행 기술 등) 편식하지 않고 다 잘한다. 하지만 전교 1등을 무너트리기엔 한 방이 부족했다. 독일과 일본 선수가 도달한 영역에 도착했지만, 한 발자국 더 앞서갈 필살기는 찾을 수 없었다.

교과서 같은 이들이 다시 한 번 달아날 건 불 보듯 뻔하다. G70과 마찬가지로 후발주자였던 인피니티 Q50은 상대에 없는 DAS(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와 센터페시아에 모니터를 두 개 심어 빈틈을 공략했다. 나파 가죽과 퀼팅 패턴도 좋지만, G70만의 개성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면 어떨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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