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는 게 어때?", 미니 컨트리맨 SD ALL4

조회수 2017. 11. 28. 13: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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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패션만큼 유행에 민감하다. 1980년대 대한민국은 소형차에서 중형 세단으로 유행이 번졌다. IMF를 겪으면서는 유류비 싼 미니밴이 각광받았다. 또 불과 몇 년 전엔 수입 디젤차가 번갯불에 콩 볶듯 팔려 나갔다. 최근엔 활용도 높은 SUV가 유행의 중심에 서 있다.

SUV의 인기는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많은 제조사가 SUV를 시장 확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2002년 카이엔으로 신항로를 개척한 포르쉐를 본보기 삼아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수퍼카 제조사까지 SUV 시장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미니도 예외는 아니다. 커가는 SUV 시장에 발맞춰 성장 호르몬 주사를 다량 투여해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2010년, 미니의 첫 번째 SUV 미니 컨트리맨이 등장했다. 인간의 욕심이 미니 가문의 거인을 만들었다. 1세대 컨트리맨은 미니 역사상 최초로 4m 넘는 길이를 뽐냈다. 키는 기존 미니보다 15㎝나 더 컸다.

2세대 컨트리맨은 더 이상 미니가 아니다. 명절이면 “못 본 사이에 이렇게 컸어?”라고 말씀하며 나를 바라보던 삼촌의 놀란 눈으로 컨트리맨을 마주했다. 컨트리맨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4,299×1,822×1,557㎜. 휠베이스는 2,670㎜로 현대 투싼과 완전히 같다. 몸무게는 1,675㎏로, 1세대보다 자그마치 330㎏이나 살을 찌웠다. 미니가 작정하고 뒷자리도 탈만 한 SUV를 만든 셈이다.

여전히 단단하고 호쾌한 미니

‘타키(Takhi)’. 몽골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의 이름이다. 몽골인들은 타키를 길들여 가족으로 맞이하고, 타키는 몽골인의 발이 되어준다. 그런데 야생마인 만큼 길들이기가 쉽지 않다. 타키를 처음 길들이는 모습은 마치 로데오를 연상케 한다. 올라탄 사람을 떨어뜨리려는 야생마의 움직임은 혼을 쏙 빼놓을 지경이다. 하지만 길들이기가 끝나면 인간과 말은 한 몸이 되어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다.

컨트리맨 SD의 성격은 타키를 빼닮았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마자 엉덩이에 전해지는 진동. “한 손 운전으론 나를 길들일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 무거운 스티어링 휠. 여기에 노면 충격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단단한 하체까지 맞물려 컨트리맨에 적응하기까진 꽤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반면 엔진 반응은 의외다. 자동 8단 변속기와 맞물린 엔진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가속을 이어 나간다. 미니 컨트리맨 SD의 보닛 아래엔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 엔진이 들어찼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m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7.4초, 최고속도는 시속 218㎞다. 조랑말 크기의 타키에게 경주마의 폭발적인 성능을 기대했다면 접어두는 게 좋다. 운전대 뒤 패들시프트를 당겨 다그쳐도 컨트리맨은 놀라는 기색이 없다.

‘S’ 배지를 품은 면모는 고삐를 쥐어 틀 때 빛을 발한다. 미세한 스티어링 휠 조작에도 움찔움찔 반응하는 몸놀림과 운전자와 한 몸이라도 된 듯 달리는 직결감이야말로 미니 컨트리맨의 진정한 재미다. 경주마는 빠른 방향전환에 넘어지기 일쑤지만 컨트리맨은 고삐를 잡아당기는 대로 휙휙 돌아선다. 여기에 미니는 네 바퀴 굴림 시스템 ‘ALL4’까지 더해 더욱 믿음직스러운 컨트리맨을 완성했다.

어깨에 힘을 좀 빼는 건 어때?

오랜만에 만난 미니다운 컨트리맨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컨트리맨은 여전히 미니 마니아들의 입맛에 맞춘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확고한 색깔 유지는 양날의 검과 같다. 골수팬을 만들긴 쉽지만 소비자 확대가 어려워 제조사의 경영 악화를 초래한다.

포르쉐는 카이엔을 처음 선보이며 팬들의 빈축을 샀다. 하지만 포르쉐의 결단은 팬들에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카이엔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더욱 포르쉐다운 스포츠카를 선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니도 일부 모델을 시작으로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클럽맨과 컨버터블은 천방지축이었던 소년의 모습을 지우고 점잖은 신사의 걸음걸이를 곧 잘 따르고 있다. 클럽맨엔 여느 미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동 시트까지 적용했다.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컨트리맨은 한 술 더 떠 전동 시트는 물론 트렁크 전동버튼까지 심었다. 하지만 야생마의 성격을 버리진 않았다. 타키에 올라탄 몽골인 마냥 들썩이는 엉덩이를 다잡으며 컨트리맨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씨름하기 바빴다.

난 이런 미니가 좋다. 앞으로도 쭉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길 바라는 미니의 골수팬이다. 하지만 미니의 세력 확장을 위한 첨병인 컨트리맨은 조금 힘을 뺏으면 좋겠다. 불특정다수에게 컨트리맨 팔아 번 돈으로, 야생마다운 나머지 미니 형제의 수명을 더 연장시켰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 이현성 기자

사진 MINI, 이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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