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Daddy's Performance Recipe" G80 스포츠 vs GS450h F스포츠

조회수 2017. 11. 28. 13: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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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같은 자식들을 위해 언제나 묵묵히 희생하는 아버지지만, 그들의 가슴 한 켠엔 영원히 철 들지 않는 소년이 숨겨져 있다. 온 가족을 위해 7000만원이 넘는 대형 세단을 살 때도, 이 소년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 게 남자다. 아빠들의 젊은 시절 로망을 실현해 줄 세단 두 대를 모아봤다. 화끈한 디자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같지만 알싸한 퍼포먼스를 구현해 줄 레시피는 조금 다르다.

SUV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와중에도 E-세그먼트 세단의 위세는 대단하다. 국산차 중에는 제네시스 G80이 매달 4000대 넘게 팔리고, 수입차 1, 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주축도 E 클래스와 5 시리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 상승으로 말미암아 성공한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그랜저 이하 준대형 세단은 이제 보급형 모델이 됐고,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이 교차하는 E-세그먼트 세단이 그 자리를 꿰찼다.

이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명료하다. 충분히 넓고, 고급스럽고, 직접 운전할 만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타기에 손색없지만 기사를 둬야 할 정도로 크지도 않다. 그러면서 달려 있을 건 다 있다. 국산과 수입 모델의 가격 차이가 크지도 않아 선택 폭도 넓다. 그야말로 2017년의 패밀리 세단이다.

차가 커지면 으레 운전의 즐거움은 포기해야 한다. 서스펜션은 퍼포먼스보다 승차감 중심으로 세팅되고 우렁찬 배기 사운드 대신 고요함만 남는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지만, 아버지들에겐 서운한 일이다.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아랫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오고 하루가 다르게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도 억울한데, ‘왕년에 좀 달렸던’ 끓는 질주본능마저 포기하라니 해도 너무한다. 평상시에는 온 가족을 태우다가도 늦은 밤 나홀로 드라이빙을 즐길 땐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스포츠 세단이 탄생한 이유다.

마음 같아서야 500마력이 넘는 BMW M5나 메르세데스-AMG E63 같은 V8 세단을 사고 싶지만, 이런 차들은 좀 과하다. 그저 고속도로에서 자꾸만 꽁무니에 붙어 알짱거리는 스포츠카들과 대등하게 달릴 정도면 충분하다. 300~400마력대 스포츠 세단들은 이런 아재들의 꿈을 현실로 구현해낸 차다.

렉서스 GS450h는 한국에서 상당히 선구자적인 존재였다. 대형 세단에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를 더한 것도 모자라, 4.5L급 자연흡기 엔진과 맞먹는 퍼포먼스까지 갖췄다. 4세대 GS에 이르러서는 전위적인 F 스포츠 디자인을 기본으로 둘러 카리스마까지 더했다. 하이브리드 엔진과 CVT의 조합이 고성능과 쉽게 매치되지는 않지만 달리기 성능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반면 이제 막 고성능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 제네시스의 G80 스포츠는 대놓고 하이 퍼포먼스를 표방한다. 화려한 바디킷과 3.3L 트윈터보 엔진이 그 증거다. 높아진 성능에 맞춰 시트와 스티어링 휠, 서스펜션까지 새롭게 손봤다. 프리미엄 브랜드 후발주자지만 퍼포먼스를 내세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게 G80 스포츠의 임무다.

몸집만 비교하면 G80 스포츠가 우위다. 전장 4990mm의 G80 스포츠는 동급 중에서도 가장 큰 편이다. GS450h는 110mm 짧다. 휠베이스 역시 GS450h는 2850mm에 그치지만 G80 스포츠는 3010mm나 된다. 제네시스는 크고 넓은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판매 대부분이 이뤄지다보니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렉서스에게 GS는 적당한 공간을 갖춘 스포츠 세단의 포지션이다. 불필요하게 몸집을 불릴 이유가 없다. 대신 체중은 GS가 200kg가량 가볍다. 무거운 배터리와 모터를 지고 있지만, 그래도 고도비만으로 유명(?)한 G80에 비할 바는 아니다.

 

디자인에 관한 평은 엇갈렸다. G80에게 ‘스포츠’ 뱃지는 아직 낯선 지, 곳곳에 멋을 부렸지만 대단히 혁신적이지는 않다. 이번에 준비된 차가 검은색이라 디테일이 덜 드러나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모습이든 뒷모습이든 취향을 타지 않고 대체로 호감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곳곳의 디테일에 절묘하게 드러난 구릿빛 포인트는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외모에 생동감을 더한다. 소매 긴 정장만 입던 범생이가 세련된 캐주얼 수트를 입고 멋을 부린 것 같다. 여전히 똑 부러지지만 심장을 쿡쿡 찌르며 달리기를 종용한다.

실내는 또 어떻고! 볼스터가 두툼한 스포츠 시트와 멋드러진 전자식 시프트 노브, 두툼해진 3-스포크 스티어링 휠까지 가속 페달을 밟으라고 유혹한다. 우는 아이와 부인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질 때는 뒷좌석에 태우면 된다. 동급 최대의 광활한 공간과 듀얼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각종 편의사양이 모든 불만을 잠재워줄 테니까.

렉서스의 ‘막 나가는’ 디자인은 이미 유명하다. 변신 로봇 같은 NX, 콘셉트카를 그대로 옮겨놓은 LC 같은 차들에 비하면 차라리 GS는 점잖아 보인다. 그럼에도 GS의 디자인이 ‘과하다’는 사람도 있고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아서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소심하게 흔적만 남겨뒀던 스핀들 그릴은 이제 어떤 경쟁자보다 강렬한 앞모습을 완성하고, 화살촉 모양 DRL을 헤드라이트에서 분리해 과감하게 배치했다. 밋밋했던 테일램프도 입체적인 그래픽을 더했다. 어느 방향에서 보나 이 차는 스포츠 세단이 맞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가릴 수 없다. 2011년 출시된 차라 최신 트렌드에 비하면 보수적인 비례다. G80 스포츠가 쿠페라이크한 롱노즈 스타일을 채택한 것과 달리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의 모습이다.

겉모습이 화려하게 바뀌어도 속은 점잖은 렉서스의 모습 그대로다. 최신 렉서스들은 좀 더 과감해졌지만, GS가 낯가림을 끝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F 스포츠 전용 스티어링 휠과 시프트 노브, 알루미늄 트림을 둘러 젊어지려고 애썼다.

최근에는 디지털 계기판이 워낙 흔해져서 감흥이 덜하지만, LFA에 적용됐던 애니메이션 미터계와 전용 8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로 흡사 사이버 포뮬러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뒷좌석이 초라한 건 흠이다. G80 스포츠가 쇼퍼드리븐급 안락함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GS450h의 뒷좌석은 중형 세단 수준이다. 넓지도 않고, 변변한 편의사양도 없다.

아무리 잘생겨도 얼굴값을 못하면 의미가 없다. 패밀리 카가 선데이 레이서로 탈바꿈할 시간이다. 준비물은 비슷하다. 멋진 외관과 스포츠 인테리어, V6 엔진, 스포츠 서스펜션. 하지만 두 맛집의 비법 양념은 조금 다르다.

제네시스는 강렬한 인공조미료를 쓰기로 했다. 3.3L 직분사 엔진에 두 개의 터보를 얹어 최고출력은 370마력, 최대토크는 52.0kg.m이다. 특히 1300rpm부터 터져나오는 최대토크 덕에 터보래그를 느낄 새도 없이 매섭게 가속한다.

렉서스는 자신들의 장기인 하이브리드를 유감없이 섞었다. 3.5L 엔진에 앳킨슨 사이클을 더해 효율을 높이고, 200마력의 힘을 내는 강력한 전기모터를 얹었다. 직·병렬 혼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최고출력은 343마력으로 G80 스포츠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전기모터의 강력한 초반토크 덕에 발진능력은 엇비슷하다. 이렇게 뛰어난 성능에도 공인연비는 복합 12.7km/L나 된다.

많은 이들이 트윈터보를 얹은 G80 스포츠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가속력 비교에서는 GS450h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최적의 회전수를 활용하는 CVT 변속기와 강력한 초반토크를 내는 전기모터 덕에, 정지 상태에서의 드래그 레이스에서는 되려 GS가 앞서나갔다.

물론,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면 출력이 떨어지는 전기모터와 달리 G80 스포츠는 갈수록 힘이 붙어 고속에서는 GS450h를 가뿐히 제친다. 게다가 비명을 질러대며 흐느적거리는 GS의 e-CVT와 달리 가파르게 진화한 G80의 8단 자동변속기는 기민하고 직결감도 뛰어나다. 아무리 CVT의 연비가 좋다 해도, 역시 일반 변속기에 비하면 손맛이 떨어진다. 우리가 아직 미래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보수적인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네시스의 손을 들어주긴 이르다. GS의 코너링은 그야말로 예술이기 때문. 렉서스의 종갓집인 도요타는 반세기 넘게 모터스포츠에 출전해 왔고, 렉서스도 브랜드 독립 후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술력을 다듬어 왔다. 레이스를 통해 벼려진 주행감각은 G80 스포츠와 현격하게 차이난다.

가변제어 서스펜션은 능글맞게 잔진동을 걸러내며 컴포트 세단인 척을 하지만, 작정하고 내달리면 예리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고속 안정성도 수준급이다. 175kg에 달하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싣고 있지만 차체 뒤편에 위치한 덕에 무게 배분이 좋은 것도 장점.

차세대 다이내믹 핸들링 시스템은 주행 환경에 따라 뒷바퀴까지 조향각을 제어해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을 낸다. 아무리 G80보다 작다지만 전장 4.9m에 달하는 세단이라곤 믿기 어려운 거동이다. 아찔한 후륜구동의 재미와는 거리가 있지만, 안정감과 밸런스는 월등하다.

G80 스포츠도 많이 좋아지긴 했다. 일반 G80과 비교하면 고속 안정성도, 코너링도 좋아졌다. 브레이크 용량이 모자란 감이 있지만, 거기까지는 봐줄 수 있다. 문제는 타이어다.

G80 스포츠의 출고 타이어는 콘티넨탈 프로콘택트. 트레드웨어 400짜리 사계절 타이어다. 척 봐도 GS의 브리지스톤 RE050A보다 접지력이 한참 떨어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접지력이 부족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2톤이 넘는 G80 스포츠를 지탱하기에는 사이드 월이 너무 물렀다.

조금만 깊은 코너가 나와도 타이어는 여지없이 주저앉았고, 제법 잘 세팅된 서스펜션에 비해 타이어의 한계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출고 타이어는 제조사가 그 차의 성능에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 세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는 G80 스포츠의 성능을 고작 이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는 건가?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 모든 것을 망쳐놓는 옥에 티다.

지금까진 1승1패다. GS450h는 발군의 달리기 실력을 뽐내면서도 기름값에 등골이 휘지 않도록 연비를 챙기는 살뜰함까지 갖췄다. G80 스포츠는 비록 와인딩 코스에선 쩔쩔매겠지만 고속도로에선 제왕이 될 수 있다. “패밀리 카로 샀어”라고 핑계 댈 수 있는 공간과 편의성도 강점이다.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고민은 깊어진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 AWD의 기본 가격은 6900만원.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와 뒷좌석 편의사양을 몽땅 집어넣으면 7700만원이 된다.

렉서스 GS450h F 스포츠는 8633만원이나 한다. 하이브리드 보조금 143만원을 받으면 8490만원이다. 여전히 비싸다. 물론 우수한 연비와 저공해2종 자동차의 각종 혜택을 따져보면 몇 년 안에 본전을 찾을 수 있다. 아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두 브랜드는 근사한 패밀리 스포츠 세단을 만들어냈다. 두 개의 심장이 달린 하이브리드, 혹은 두 개의 터빈이 달린 트윈터보? 선택은 아버지의 몫으로 남겨두자.


이재욱 에디터 jw.lee@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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