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QM6 가솔린, 틈새시장 공략 이번에도 통할까?

조회수 2017. 11. 28. 13: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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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시장에서 여전히 디젤이 강세지만, 최근 다양한 가솔린 모델이 추가되며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수입차 중에서는 가솔린 전 모델을 통틀어서도 늘 상위권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가솔린 SUV 트렌드를 이끌고 있고, 국산차에서는 티볼리를 위시한 소형 SUV 중심으로 가솔린 SUV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형 SUV에서는 디젤이 대세다. 차가 작고 가벼워 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형 SUV와 달리, 몸집이 크고 무거운 중형 SUV에 가솔린 엔진이 얹히면 연비가 영 부담스럽다는 게 소비자의 심리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소음과 진동을 감수하면서도 디젤 모델을 선택한다.

중형 SUV 1, 2위를 다투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별 재미를 못 본 가솔린 SUV 시장에, 3위인 르노삼성 QM6도 뛰어들었다. 이전부터 틈새시장 공략이라면 도가 튼 르노삼성이다. 이번에도 경쟁 모델들과는 확연히 다른 패키징으로 시장에 조용한 돌풍을 불러온다. 이달 1일 출시 후 2주 만에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며 올 상반기 라이벌 가솔린 SUV들의 누적판매량을 앞질렀다.

르노삼성은 이전부터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여러 번 선보였다. 극강의 연비와 개성 강한 디자인으로 출력과 편의사양의 열세를 극복한 QM3나 2.0 LPe 엔진을 탑재해 준대형 LPG 차량의 선택권을 넓힌 SM7 LPe같은 모델들이다. 이번 QM6 가솔린 역시 그런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상이다.

QM6 가솔린은 엔진부터 남다르다. 싼타페와 쏘렌토가 쏘나타 터보에 탑재된 2.0 터보 엔진을 얹어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QM6에는 SM6의 일반 버전에 탑재되는 2.0 GDe 엔진이 얹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2.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QM6에 얹히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유럽에서는 2종류의 디젤만 판매되고, 호주 시장에서 2.5 가솔린이 팔리는 정도다.

변속기 조합에서는 SM6와 차이를 보이는데, SM6가 게트락 7속 DCT를 조합하는 것과 달리 QM6는 자트코제 X-트로닉 CVT를 조합했다. CVT와 조합하면서 출력도 기존 150마력에서 144마력으로 낮췄다. 퍼포먼스보다는 연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차를 선택할 때 퍼포먼스가 그 기준이 되는 건 극소수 마니아층에 불과하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달리기 성능보다는 효율과 편의사양, 디자인 등의 요소를 중요시한다. 특히나 가족용 차로 사용되는 중형 SUV라면 더욱 그렇다. 2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모두 활용하는 운전자가 거의 없다.

프랑스 혈통의 브랜드들은 이런 필요충분의 성능과 효율의 타협점을 찾는 데 능통하다. 르노 뿐 아니라 푸조와 시트로엥도 그렇다. 꼭 필요한 만큼의 출력을 낭비되는 것 없이 알뜰하게 활용하면서 최대치의 효율을 만들어 낸다. 출력을 낮추고 CVT를 조합한 QM6 가솔린이 그렇다.

실제 주행에서도 출력 부족을 느끼기는 어렵다. 우선은 가벼운 차체가 한 몫 한다. QM6 가솔린의 공차중량은 1525kg에 불과하다. 싼타페나 쏘렌토 가솔린에 비해 200kg가량 가볍다. 풀옵션 중형세단 정도의 무게다. 출력이 낮아도 몸무게가 가벼우니 가속할 때의 답답함이 적다.

또 하나의 묘수는 CVT다. CVT 자동변속기는 매 순간 가속 페달의 전개량과 엔진 회전수에 맞춰 최적의 기어비를 설정해 준다. 적은 출력이라도 낭비하는 법이 없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순간 가속이 필요할 때는 가상 기어비를 설정하는 D-스텝 기능이 힘을 보탠다. 초고속 주행에서야 한계가 드러나겠지만 일반적인 주행속도에서는 출력 부족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차가 가볍고 출력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건, 곧 연비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QM6 가솔린의 복합 공인연비는 11.2~11.7km/L에 달한다. 한 자릿수 연비인 라이벌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시승 당일 20km/L이 넘는 연비를 기록한 기자도 있었다. 연비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주행해도 복합 10km/L 내외의 연비 정도는 쉽게 낼 수 있다.

막상 디젤 엔진이 달려 있어도 막히는 도심 주행에서는 가솔린 대비 큰 연비 우위를 지니기 어렵다. 게다가 몇 년째 유지되고 있는 저유가 기조 덕에 약간 연비가 나쁜 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체감 상 디젤과 연비 차이가 크지 않고 더 정숙하다면 가솔린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QM6가 처음 출시됐을 때, 많은 구매자들의 불만사항이 소음이었다. 경쟁 모델 대비 시끄러운 엔진과 특유의 ‘윙윙’대는 변속기 소음에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기자 역시 여러 차례 QM6를 시승했지만 다른 여러 우위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소음이 해결되니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시내를 달릴 때도 차 안은 조용하다. 기존에도 이미 실내의 만족도는 높았기 때문에 크게 흠잡을 점이 없다.

가격 역시 공격적으로 책정했다. 복잡한 터보 구성품이 빠지면서 2480만~2850만원에 그친다. 중형 세단 정도의 가격이다. 싼타페 가솔린은 2695만원, 쏘렌토 가솔린은 2855만원에서 시작해 3000만원대 초반에 주력 트림 가격이 형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300만~400만원가량 저렴하다. 보통 SUV는 동급 세단보다 한 등급 위의 가격대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경쟁력 있는 가격인 셈이다.

기존 디젤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RE 시그니처가 없는 것과 4WD 선택이 불가능한 점은 아쉽지만, 실속을 강조한 모델인 만큼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신 세단 급의 가격대를 얻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QM6 가솔린의 시장 반응은 뜨겁다. 기존 QM6가 월 2000대 미만의 판매 기조를 이어 온 것을 고려하면 2주 만에 가솔린 모델만 1000대 이상 판 건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그 수요가 SM6나 기존 QM6 디젤 소비자로부터 유출된 것이 아닌, 경쟁 모델을 고려하던 소비자들로부터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능숙한 르노삼성이지만 시장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수는 물론 르노삼성의 주 수출처인 유럽, 북미 등 선진시장의 신차수요는 갈 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SM6와 QM6는 출시 1년 만에 판매가 반감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QM6 가솔린을 통해 기존 중형 SUV 시장의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들었지만, 브랜드 성장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재욱 에디터 jw.lee@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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