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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시승] 메르세데스-벤츠 GLS 500 4매틱 vs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조회수 2017. 11. 20.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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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동네엔 유명 씨름 선수들이 모여 살았다. 족히 2m는 돼 보이는 키에 우람한 어깨, 짐승 같은 장딴지 등 나와 다른 세상 사람 같았다. 까칠한 동네 건달들과 달리 친절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약간의 동경심도 있었다. 오늘 만난 두 차는 자동차계의 씨름 선수다. 남다른 외모와 파워는 물론 기대 이상 친절하고 나긋나긋하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최진호 실장(pd@gooood.co.kr)

시승차를 받던 날 아침. 처음 씨름 선수를 보고 느낀 감정이 20년 만에 되살아났다. 엄청난 체격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한 덩치 하는 SUV들도 이들 앞에선 고개 숙인 남자로 변신.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메르세데스-벤츠 GLS 500 4매틱이 각각 5,145×1,960×1,895㎜.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5,180×2,045×1,900㎜로 한 술 더 뜬다.

두 차 모두 거대한 골격까진 비슷한데, 인상은 사뭇 다르다. GLS는 천하장사 강호동처럼 둥글둥글하다. 눈매와 라디에이터 그릴, A필러 등을 의도적으로 부드럽게 다듬어 큰 덩치를 교묘히 숨겼다. 또한, 차체 곳곳에 스민 AMG의 흔적도 눈에 띈다. 그릴과 범퍼엔 벌집 패턴을 빼곡히 심었다. 굵직한 보닛 주름과 방열구 장식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GLS의 옆모습은 다분히 SUV답다. GLE 쿠페처럼 한껏 멋을 낸 동생들과 다르다. 교과서처럼 반듯한 비율을 뽐낸다. 윈도우 라인마저 끝마디까지 곧게 뻗었다. 꽁무니도 개성보단 안정감을 높이는 데 치중했다. 언뜻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뒷바퀴 펜더를 불룩하게 빚어 지루함을 덜었다. 네 발엔 21인치 AMG 알로이 휠을 신겨 ‘훈남지수’를 높였다.

반면 에스컬레이드는 수트 빼입은 이봉걸 선수처럼 선이 굵고 단단하다. 곡선을 찾기 힘들 정도다. 표정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캐딜락 특유의 방패 모양 그릴을 중심으로 양쪽에 길쭉한 눈매를 심고, 보석처럼 빛나는 5개의 LED를 일렬로 ‘툭툭’ 박았다. 우뚝 솟은 보닛 덕분에 유독 웅장하고 거대하다. 천하의 강호동도 ‘인간기중기’ 앞에선 주눅 들어 보인다.

뒤태도 에스컬레이드의 자랑거리 중 하나. GLS처럼 크롬 팁 머플러나 디퓨저 등 별다른 장식을 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멋스럽다. 범퍼와 테일램프, 창문 등을 모두 반듯하게 썰어 얹은 까닭이다. 그래서 엠블럼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상당하다. 휠은 무려 22인치. 표면을 모두 ‘반짝이’ 크롬으로 뒤덮어 자극적이다. 가족을 위해 이 차를 산다고? 천만에.

자상한 GLS, 터프가이 에스컬레이드

둘은 겉모습만큼이나 속살도 천차만별.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실내로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GLS 500 4매틱은 주변 SUV들에게 “난 너희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몸이 닿는 모든 부위를 촉촉한 나파가죽으로 감쌌다. 퀼팅 박음질도 빼꼭히 채웠다. 대놓고 럭셔리를 뽐내는 녀석인데, 어째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에스컬레이드 역시 처음 탔지만 낯설지 않다. CT6 등 형제들과 비슷한 표정을 지은 까닭이다. 캐딜락 최고급 모델인 만큼, 고급 소재로 두루 감쌌다. 압권은 도어트림. 가죽과 스웨이드, 우드를 차례로 엮어 빚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색감은 차가운 알루미늄으로 식혔다. 115년 역사의 ‘고급차 전문가’다운 노하우가 잔뜩 스몄다.

GLS에서는 구형 GL-클래스의 잔상이 희미하게 비친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숫자 버튼과 공조장치 다이얼, 시트 조절 버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에스컬레이드는 그야말로 ‘터치 천국’이다. 에어컨 바람의 세기나 오디오 볼륨 조절 등을 모두 터치로 주무른다. 그러나 작동 여부를 눈치 채기 힘들어 쓰면서 눈이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두 차는 모두 7인승이다. 그런데 의자 구성은 제 각기다. GLS 500 4매틱은 2열에 세 명, 3열에 두 명이 앉을 수 있다. 버튼 하나로 2열 좌석을 간편하게 접고 세울 수 있다. 따라서 맨 뒷좌석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다. 또한, 모든 의자를 나파가죽과 퀼팅 박음질로 마감해 안락하고 멋스럽다. 좌우 앞좌석 머리받침대 뒤쪽엔 10인치 모니터를 하나씩 챙겼다.

에스컬레이드는 2열에 두 명, 3열에 세 명이 앉는다. 앞좌석과 같은 모양의 시트를 2열에도 얹은 게 특징.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만큼 뒷자리에 앉고 싶은 욕구도 샘솟는다. 천장에 자리한 9인치 모니터로 고화질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문제는 3열 시트다. 굴곡진 바닥 때문에 편안하게 앉기 힘들다. 트럭(픽업)에 뿌리를 둔 사다리꼴 뼈대의 한계다.

초기 에스컬레이드는 GM 산하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인 GMC 유콘을 밑바탕 삼아 태어났다. 그래서 바닥을 평평하게 빚을 수 없었다. 에스컬레이드는 이번에 ‘GMT K2XL’ 섀시로 업데이트했다. 그러나 태생은 어쩔 수 없다. 반면 벤츠는 GLE-클래스의 유니보디 플랫폼으로 GLS를 만들었다. 그 결과 건장한 남자 셋도 3열에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뚜렷한 개성만큼 선택도 쉬워

내가 씨름 선수처럼 큰 체격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두 차가 이 같은 상상을 현실도 만들었다. 이 두 차에 타서 보면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온 세상이 아기자기해 보인다. 탁 트인 시야 앞세워 도로를 장악해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끼어주기 싫어 쥐 잡듯이 달려오던 운전자들도 ‘순한 양’으로 변한다. 여느 승용차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운전재미다.

둘은 덩치만큼이나 심장도, 폐활량도 우월하다. GLS 500 4매틱의 엔진은 V8 4.7L(4,663㏄) 바이터보다. AMG 63이 품은 M178 계열 V8 4.0L 트윈터보와 다르다. 5,250rpm에서 최고출력 455마력을 뿜고, 1,800~4,000rpm까지 최대토크 71.4㎏‧m을 토한다. 고회전보단 실용 영역에서 큰 힘을 뽑는 데 초점을 맞춘 엔진이다.

에스컬레이드는 V8 6.2L(6,162㏄) 가솔린 자연흡기 심장을 얹는다. 쉐보레 콜벳과 카마로 SS 등 그룹 내 ‘화끈이’ 스포츠카들이 나눠 쓰는 심장이다. 5,600rpm에서 426마력, 4,000rpm에서 62.2㎏‧m를 뿜어낸다. 개인적으론 공차중량 2,650㎏의 거구로도 제 성능을 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변속기는 벤츠가 자동 9단, 캐딜락이 자동 8단을 짝 지었다.

먼저 GLS 500 4매틱의 운전석에 앉았다. 가장 놀라운 건 운전 자세. 시트와 스티어링 휠의 조절 범위가 크다. 심지어 사이드 볼스터를 무려 7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큰 덩치가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대시보드 높이와 창문 각도 등을 절묘하게 빚은 결과다. 몸집 크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 없었다.

시동을 걸자 우렁찬 기침과 함께 깨어난다. 가속력이 엄청나다. 성능제원으로도 그렇다. GLS 500 4매틱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을 5.3초에 마친다. 0→100m 달리기를 12초에 마치는 강호동처럼, 2.5톤(t)의 몸무게는 무시해도 좋다. 시트로 옆구리를 바짝 조이고 웅장한 8기통 연주를 곁들이니 페달 밟는 게 신이 난다.

갖고 있는 재주도 다양하다. 주행모드는 무려 6가지. 스포츠 모드에선 에어 서스펜션을 15㎜ 낮춰 바퀴를 짓누른다. 또한, 인디비주얼을 통해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 모드처럼 입맛대로 각각의 세팅을 조합할 수도 있다. 압권은 험로 실력. 100% 디퍼렌셜 록 기능까지 챙겨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하품하면서 달린다.

‘첫 인상 3초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처음 만나 3초 내에 사람의 인상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에스컬레이드도 그렇다. 운전대를 쥐는 순간 느낌이 온다. 이 차의 모든 성격이 시동 거는 3초에 집약됐다. 펄펄 끓는 엔진과 으르렁대는 머플러로 기선을 제압한다. 기어레버도 평범하지 않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하는데, 포도청 포졸의 몽둥이만 하다.

그러나 GLS 500 4매틱처럼 재주가 많은 건 아니다. 주행모드는 투어(Tour)와 트랙(Track), 스노우(Snow) 등 3가지. 차고를 오르내릴 수도 없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다이얼로 2H, 4H, 4L, 오토 등 4가지 중에 고를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초. GLS 500 4매틱보단 느리지만, 충분히 빠른 성능을 뽐낸다.

서스펜션은 앞 독립형 코일-오버, 뒤 5링크 구조. 에어 서스펜션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대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후 MRC)을 품었다. 댐퍼 안의 자성을 띤 금속입자가 전류 흐름에 따라 정렬하고(단단하게) 흩어지면서(부드럽게) 댐핑 압력을 제어한다. 캐딜락에 따르면 MRC는 1초 당 무려 1,000회 이상 노면 상태를 감지한다.

그러나 실제 MRC의 성능을 오롯이 느끼긴 어렵다. 날뛰는 심장과 큰 덩치를 소화하기엔 너무 부드럽다. 방지턱 만나는 게 두려울 정도. 굽잇길에선 허둥지둥 노면을 제대로 붙들지 못한다. 브레이크도 마찬가지. GLS 500 4매틱보다 디스크 지름과 피스톤 개수가 부족하다. ‘거인’ 이봉걸 선수처럼 에스컬레이드 또한 상대적으로 부실한 하체가 유일한 약점이다.

연비는 의외였다. 3톤에 육박하는 무게와 큼직한 심장까지 에스컬레이드의 구성은 연비와 담을 쌓았다. 그런데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최고 연비는 10.9㎞/L, 평균은 7.1㎞/L로 기대 이상이었다. 비결은 엔진이다. 가속 페달 밟은 오른발에 힘을 살포시 빼면, 8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숨통을 끊는다. 반면 GLS는 조심조심 몰아도 평균 6.2㎞/L 안팎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00 4매틱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서로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매력을 어필했다. GLS는 누가 몰아도 다루기 쉽다. 편하고, 자상하며 똑똑하다. 가족과 함께 타기에도 좋다. 반면 에스컬레이드는 문을 열고 올라타는 과정부터 평범하지 않다. 큰 덩치 치곤 주변 시야도 퍽 불편하다. 차가온 외모처럼, 승객에게 너그럽지 않다.

하지만 일단 몸을 섞고 나면 마법이 시작된다. 운전할 때의 감각,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주변 풍경, 기어레버, 의자 구성 등 모든 게 특별하다. 평범한 도로를 별 생각 없이 달리는 순간마저 독특한 경험으로 바꾼다. 주변 사람들은 연거푸 “멋있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오늘 하루 씨름선수로 빙의한 난, 실제 나와 180° 다른 에스컬레이드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메르세데스-벤츠 GLS 500 4매틱,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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