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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 감성 그득히 담은 SUV, 메르세데스-벤츠 GLE350d 쿠페 시승기

조회수 2017. 11. 28. 16: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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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열풍은 여전하다. 아니 이전보다 더 뜨겁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SUV 라인업을 꽉꽉 채우고 있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하이퍼 럭셔리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자사의 최초 SUV들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수익이란 단어 앞에선 브랜드 지위를 막론한다.
BMW는 2007년, SAC (Sport Activity Coupe)라는 자신들만의 표현을 통해 SUV에 쿠페의 감성을 담아낸 `X6`를 빚어냈다. 당시 다양한 SUV들 사이의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든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안목은 정확했던 것인지, 쿠페형 SUV들은 현재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범람하고 있다. 이에 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의 주력 SUV인 `GLE`에 쿠페 특유의 뇌쇄적 매력을 스며들게 하고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빚어낸 쿠페 스타일 SUV, GLE350d 쿠페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진한 검은 빛에 1억 700만원의 가격표를 지녔다.

 

GLE 쿠페는 한 때 `M 클래스`라 명명되었던 GLE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실루엣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지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모델들 특유의 얼굴 이외에는 접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AMG 패키지가 적용된 외관은 검은 빛깔 페인트와 어우러져 묵직한 카리스마를 자아낸다. 특히 여유로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전면부는 꽤 오랫동안 봐 온 얼굴인데도 여전히 역동적이면서 우아하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했던 차체는 GLE 쿠페만을 위한 새로운 설계 덕에 조금 더 길어지고, 폭은 무려 95mm가 늘었다. 여기에 전고는 45mm 낮췄다. 따라서 한층 당당한 위압감을 전한다. 낙차 폭이 컸던 GLE의 윈드실드 각도에 비해 매우 완만해진 루프와 윈드실드 라인은 GLE의 쿠페의 특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루프라인을 따라 역동적으로 표현한 그린하우스와 쿼터패널 디자인, 휠아치를 꽉 채우는 거대한 21인치 타이어 등은 이름만 빌려 썼을 뿐, GLE와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녔다고 외치는 모습이다.또한 BMW와 같이 새로운 차명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기존 GLE의 차명에 `쿠페`라는 타이틀을 자신 있게 더한 이유를 보여준다.
 
후면부 디자인 구성은 다름아닌 S클래스 쿠페부터 이어온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쿠페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이는 이 변종 SUV가 `쿠페`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클리셰인 셈이다.
 
쿠페와의 접목을 통해 완벽한 차별화를 이뤘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GLE의 것을 그대로 옮겨왔다. 2016년에 최초로 등장한 최신예 모델임에도 어디선가 본듯한 실내 구성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GLE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은 이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명확히 알 수 있다.
 

해당 구성은 페이스리프트 이전, 즉 3세대 M 클래스의 구성을 이어온 것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 모델답게 투박한 구성이 눈에 띈다. 고급감을 위해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싸고 알루미늄 트림을 아낌없이 썼지만 단조롭게 나열된 구성 덕에 크게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각을 잡고 재단되어 정돈된 모습을 보였으나, 센터페시아의 각도 자체가 수직에 가까워 인체공학적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모를 보였다.

 
그럼에도 AMG 전용으로 마련된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감성을 불어넣는 최고의 재료다. 굵직한 림과 고급스러운 소재 덕에 운전대를 잡는 순간이 즐거워진다. 아울러 2실린더 타입으로 구성된 계기판에는 내부에 체커기를 연상케하는 그래픽을 집어넣어 AMG 감성을 첨가했다. 계기판 내부 숫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아 시인성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센터 플로어에 위치한 커맨드(COMAND) 컨트롤러는 디자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만 조작에 따른 편의성 측면에서는 익숙지 않기 때문인지 매우 불편했다. 주변에는 서스펜션 및 차체를 조작하는 버튼들과 에어매틱 서스펜션을 조작하는 다이얼이 마련된다.
 

그런데 변속기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M` 버튼을 굳이 이곳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크기도 지나치게 크다. 서스펜션 조작 다이얼도 크기를 좀 줄였으면 한다. 센터플로어에 할애하는 공간이 지나치게 많다. 그래도 북미 시장을 겨냥한 만큼 컵 홀더 만큼은 제대로 만들었다. 냉장 및 온장 기능이 제공되어 여름이나 겨울철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인 편의장비 측면에선 살짝 불만이다. 1억원이 넘는 차량임에도 최근 타 제조사의 컴팩트 모델들에도 제공되는 통풍시트나 열선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의외라는 생각을 넘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반면, 안전장비나, 주행 관련 편의 장비들은 알차게 품어냈다. 360도 어라운드 뷰 카메라를 달아 차체를 사방을 관찰하고 자동주차를 지원한다. 그리고 긴급 제동 기능을 포함한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와 프리 세이프, 어텐션 어시스트 등을 더했다. 그러나 차선 유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건 의외다.
 
쿠페를 동경한 루프라인 때문에 2열 공간에선 조금 손해를 봤다. 물론 2.9미터를 상회하는 휠베이스 덕에 무릎 공간에는 여유가 있지만, 키 180 이상의 성인 남성이라면 머리 공간은 협소하게 느껴질 만했다. 한편, 1열 시트 뒤편에는 LCD 모니터를 내장하여 2열 승객에게 풍부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

유려한 디자인은 2열 공간뿐만 아닌 적재 공간에도 꽤나 큰 손해를 불러왔다. 토대인 `GLE`는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00리터가 넘는 적재 용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GLE 쿠페의 경우 동일 조건에서 최대 적재 용량이 1,720리터에 불과하다. 트렁크 입구도 상대적으로 높게 설계되어있어 무거운 물건을 적재하는 것도 비교적 어렵다.


정리하자면, 바깥에서 바라본 GLE 쿠페는 감탄을 멈출 수 없는 관능미를 지녔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간 실내 공간에선 M 클래스의 흔적에 탄식했고, 관능적인 디자인은 공간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한마디로 일장일단이 있는 구성이란 소리다.

 
이런 달콤쌉싸름한 맛이 입가에 맴도는 순간에 운전대를 잡았다. 시트는 상당히 편안하게 상하체를 감쌌다. 스티어링 휠은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전동으로 지원하여 운전 자세를 다잡는 것도 쉽다. 시트 조절 버튼들이 매우 직관적인 구성을 지닌 것도 한몫 했다. 널찍한 전방시야와는 달리 누워있는 리어 윈드실드와 폭이 좁은 사이드미러 때문에 전반적으로 후방 시야는 답답한 편이다.
 
1억원이 넘는 고급 차량답게 엔진이 크랭크를 힘차게 돌리는 와중에도 실내는 고요하다. 손 끝으로 전달되는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도 잘 억제되었다. 보닛 아래에는 3리터 디젤 엔진이 담겨있다. 해당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에 최대토크는 63.2kgm의 성능을 내며 2.4톤을 상회하는 둔중한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저회전 영역에서 발휘되는 높은 토크 덕에 움직임은 빠릿하다. 여기에 기어비도 GLE 쿠페만을 위해 새로 다듬었다. 따라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발진 가속도 7.0초를 기록하여 55kg이 가벼운 `GLE` 보다 0.1초가 빠르다. 아울러 디젤 엔진과 궁합을 맞추는 9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러운 변속 감각이 특징이다. 덕분에 기어가 9개나 있는데도 적정한 속도를 위해 단수를 바꾸는 걸 체감할 수 없다.


부드러운 변속기와 두툼한 감각의 엔진, 그리고 잘 짜진 N.V.H 대책 덕에 드라이빙은 한결 여유롭다. 그러나 `쿠페`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뇌쇄적인 외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멋들어진 형상의 AMG 휠이 장착된 거대한 21인치 타이어는 앞,뒤 폭과 편평비가 다른 설정이다. (앞 – 275/45R, 뒤 – 315/40R) 이는 본래 다이내믹한 감성을 강조한 스포츠 세단이나 쿠페 등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포르쉐 카이엔을 겨냥한 퍼포먼스 SUV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실제로 이 광폭 타이어 덕에 코너링 성능에서 상당한 이점을 보였다. 본래 SUV는 무게 중심이 다소 높아 횡축 이동에는 다소 취약하나, 단단히 조여진 하체와 떡 벌어진 어깨를 연상시키는 광폭 타이어 덕에 굽이진 길을 격하게 돌아나가도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는다.
 
GLE와 차별화된 섀시도 특장점이다. 스티어링에는 스포츠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 (Sports Direct-Steer sytem)을 탑재하여 AWD가 적용된 모델임에도 사륜구동 특유의 텁텁한 조향 감각을 지웠다. 예상보다 예리하고 적당히 가벼운 조향 감각 덕에 그립감 뛰어난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즐거움이 크다.

또한 에어매틱 (Airmatic) 서스펜션 채용으로 개인 취향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하체를 단단히 가다듬고, 엔진 반응도 예민하게 설정한다. 조금 더 긴박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원채 섀시의 성격이 화끈해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한다.

 
하체는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임에도 노면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들도 매우 부드럽게 흡수한다. 그러면서 자세를 다잡는 모습도 SUV로서는 매우 훌륭하여 메르세데스-벤츠의 뛰어난 하체 설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광폭 타이어 장착과 더불어 가속에 더욱 초점을 맞춘 기어비 세팅 탓인지 복합연비 리터당 10.1km에 불과하고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을 해도 연비는 대략 리터당 13km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2.4톤을 상회하는 둔중한 몸뚱아리를 감안하면 무난한 셈이다.

 
사실 쿠페형 SUV는 볼륨모델이 되기란 힘들다. `스타일 혁신`에 대한 과금을 받는 것인지 기반이 되는 GLE350d보다 1000만원 가량 비싸다. 여기에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때문에 공간 여유도 상대적으로 적어 대중적인 선택지라 여겨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GLE 쿠페는 SUV 특유의 터프한 매력과 더불어 쿠페의 다이내믹한 운전 감각, 그리고 뇌쇄적인 일말의 감각도 잘 챙겼다. 이성보다 감성이 중요시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진다.

 
BMW X6를 시작으로 펼쳐진 프리미엄 브랜드들 간의 쿠페형 SUV 전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조금 늦은 시점에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저 X6의 아류작일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자사의 `쿠페` 아이덴티티를 심어낸 작심한 완성도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M클래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인테리어 개선은 언젠간 꼭 벗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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