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 감성 그득히 담은 SUV, 메르세데스-벤츠 GLE350d 쿠페 시승기
메르세데스 벤츠가 빚어낸 쿠페 스타일 SUV, GLE350d 쿠페를 시승했다. 시승차는 진한 검은 빛에 1억 700만원의 가격표를 지녔다.
GLE 쿠페는 한 때 `M 클래스`라 명명되었던 GLE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실루엣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지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모델들 특유의 얼굴 이외에는 접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AMG 패키지가 적용된 외관은 검은 빛깔 페인트와 어우러져 묵직한 카리스마를 자아낸다. 특히 여유로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전면부는 꽤 오랫동안 봐 온 얼굴인데도 여전히 역동적이면서 우아하다.
해당 구성은 페이스리프트 이전, 즉 3세대 M 클래스의 구성을 이어온 것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 모델답게 투박한 구성이 눈에 띈다. 고급감을 위해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싸고 알루미늄 트림을 아낌없이 썼지만 단조롭게 나열된 구성 덕에 크게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각을 잡고 재단되어 정돈된 모습을 보였으나, 센터페시아의 각도 자체가 수직에 가까워 인체공학적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변속기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M` 버튼을 굳이 이곳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크기도 지나치게 크다. 서스펜션 조작 다이얼도 크기를 좀 줄였으면 한다. 센터플로어에 할애하는 공간이 지나치게 많다. 그래도 북미 시장을 겨냥한 만큼 컵 홀더 만큼은 제대로 만들었다. 냉장 및 온장 기능이 제공되어 여름이나 겨울철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인 편의장비 측면에선 살짝 불만이다. 1억원이 넘는 차량임에도 최근 타 제조사의 컴팩트 모델들에도 제공되는 통풍시트나 열선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의외라는 생각을 넘어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유려한 디자인은 2열 공간뿐만 아닌 적재 공간에도 꽤나 큰 손해를 불러왔다. 토대인 `GLE`는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000리터가 넘는 적재 용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GLE 쿠페의 경우 동일 조건에서 최대 적재 용량이 1,720리터에 불과하다. 트렁크 입구도 상대적으로 높게 설계되어있어 무거운 물건을 적재하는 것도 비교적 어렵다.
정리하자면, 바깥에서 바라본 GLE 쿠페는 감탄을 멈출 수 없는 관능미를 지녔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간 실내 공간에선 M 클래스의 흔적에 탄식했고, 관능적인 디자인은 공간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한마디로 일장일단이 있는 구성이란 소리다.
저회전 영역에서 발휘되는 높은 토크 덕에 움직임은 빠릿하다. 여기에 기어비도 GLE 쿠페만을 위해 새로 다듬었다. 따라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발진 가속도 7.0초를 기록하여 55kg이 가벼운 `GLE` 보다 0.1초가 빠르다. 아울러 디젤 엔진과 궁합을 맞추는 9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러운 변속 감각이 특징이다. 덕분에 기어가 9개나 있는데도 적정한 속도를 위해 단수를 바꾸는 걸 체감할 수 없다.
부드러운 변속기와 두툼한 감각의 엔진, 그리고 잘 짜진 N.V.H 대책 덕에 드라이빙은 한결 여유롭다. 그러나 `쿠페`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뇌쇄적인 외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또한 에어매틱 (Airmatic) 서스펜션 채용으로 개인 취향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하체를 단단히 가다듬고, 엔진 반응도 예민하게 설정한다. 조금 더 긴박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원채 섀시의 성격이 화끈해서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한다.
광폭 타이어 장착과 더불어 가속에 더욱 초점을 맞춘 기어비 세팅 탓인지 복합연비 리터당 10.1km에 불과하고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을 해도 연비는 대략 리터당 13km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2.4톤을 상회하는 둔중한 몸뚱아리를 감안하면 무난한 셈이다.
그러나 GLE 쿠페는 SUV 특유의 터프한 매력과 더불어 쿠페의 다이내믹한 운전 감각, 그리고 뇌쇄적인 일말의 감각도 잘 챙겼다. 이성보다 감성이 중요시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