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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시피] 자동차 온라인 판매 어디까지 왔을까?

조회수 2017. 11. 28. 13: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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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 몬스터에 재규어가 정가보다 700만 원 할인되어 올라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제동을 걸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일 자체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라는 이슈가 제기된 중대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조금씩 자동차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시도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우리 곁에 얼마나 다가왔을까요?

자동차 온라인 판매 왜 안됐을까?

티몬-재규어 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쉽게 시도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자동차 유통 구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수입차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딜러십 체계든, 국산차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직영 구조든 오프라인 영업망의 협상력은 타 산업에 비해 강한 편이며 때문에 온라인 판매는 오프라인 영업망의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전부터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과거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불었을 때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사례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모두 제조사와 오프라인 영업망이 물량 공급을 거부하면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또한 온라인 판매 얘기가 나올 때마다 오프라인 영업망측에서 피력하는 것처럼 분명 자동차는 오프라인의 역할이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동차는 전시장에서 실차를 직접 보고 시승해봐야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속성이 있으며,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딜러의 세부 사양 추천, 출고 기간 안내, 등록 대행 및 A/S등 사전/사후 관리가 매우 유용합니다.

스마트폰의 시대,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든 이유를 고려하더라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언젠가 닥쳐올 흐름입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에 3~4시간에 이를 정도로 모든 활동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입니다. 이를 활용해 더욱 저렴한 가격, 편리한 구매 과정 등 명확한 소비자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온라인 판매에 사람들이 몰릴 것은 자명합니다. 최근 소비자와 시장 환경의 변화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 매장에서 체험 공간으로 오프라인 영업망의 성격 변화

과거에는 오프라인 영업망에 방문해 딜러와 상담을 하면서 차종 추천을 받거나 차에 대한 정보를 얻는 등 딜러의 판매 영향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수많은 전문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오프라인 영업망을 단순히 실차를 확인하는 체험 공간과 계약 용도로만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도 점점 매장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체험 공간을 늘려나가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영업망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② 비공식적인 온라인 할인 판매의 활성화

두 번째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지금도 온라인을 활용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신차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제조사-딜러사-딜러 마진으로 이어지는 유통망 때문에 같은 차를 사더라도 구매 시기,딜러 비공식 프로모션에 따라 가격이 천차 만별인 경우가 많아 아무리 제조사/딜러사가 정가 판매를 강조하고 온라인 영업을 금지하고 있어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신차 견적 앱을 통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차를 판매하는 딜러를 찾는 일은 이미 흔합니다. 즉 공식적인 온라인 판매가 없을 뿐이지 이미 다양한 루트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③ IT/금융/유통의 신사업 소재

마지막으로 다양한 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판매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같은 IT 회사들은 카카오 페이, 카카오 모빌리티 등을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과 솔루션 판매 측면에서, 캐피탈/카드사들은 신사업의 일환으로 자동차 온라인 판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티몬,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 역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을 인지하고 있는데다가 이들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을 가지고 있어 이들과의 협력은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또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차피 판매량을 확대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점차 이들과의 협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티몬-재규어 이후의 시도들

티몬-재규어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온라인 판매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나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지속적으로 자동차 온라인 판매와 관련한 시도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산차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영업 거점 숫자가 가장 적고,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협의가 가능한 쉐보레와 르노삼성이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르노삼성은 작년 9월부터 온라인 쇼룸에서 차량 견적을 직접 내고 계약금을 카카오페이로 지불하는 방식을 국내 최초로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쉐보레는 옥션에서 500만 원 캐시를 제공하며 아베오 10대를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계약 과정만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이후 과정은 근처 대리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 메리트는 없이 접근성만 향상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쉐보레의 경우 1회성 프로모션 성격이 강했으며, 이마저도 판매 노조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즉 아직까지는 온라인에서는 최소한의 단계만 진행하는 형태만 시도됐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폭스바겐이 카카오와 손잡고 차량 정보제공, 시승, 견적, 결제까지 차량 구매 전 과정을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온라인 플랫폼 역시 최종 차량 인도 단계에서는 딜러사가 개입되긴 하지만 기존 대비 저렴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제조사가 영업망과의 협의를 통해 시도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례보다 더 진보한 사례입니다.

또한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이러한 온라인 판매 모델이 어느정도 성공적이고 노하우가 누적됐다고 판단한다면, 꾸준히 한국 진출을 모색 중인 스코다를 런칭하면서는 오프라인 딜러와의 계약을 최소화하고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통해 가격 파괴에 나설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어떤 방식으로든 닥쳐올 미래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냉장고나 TV, 에어컨 같은 가전 제품들은 무조건 매장에 가서 샀습니다. 가구나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매장/영업이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곳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의 선택지가 조금 더 저렴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다원화 됐을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내 사례 외에도 해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판매 모델들이 시험 중입니다. 볼보, 메르세데스 벤츠 등 해외 유명 브랜드도 이미 온라인 판매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영국에서 Rockar(https://rockar.com)라는 사이트를 통해 이미 온라인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다양한 사례가 누적되다보면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 두 개로 자연스럽게 이원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들은 온라인과의 경쟁을 위해 변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시대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캐치하고 제시하는 회사들이 시장을 리드해왔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어떤 회사가 리드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김진석 객원기자 carrecipe@encar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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