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란치아 V4 엔진 편

조회수 2017. 11. 28. 16: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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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다섯 번째 이야기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이탈리아의  란치아(Lancia)에서 개발한 V형 4기통 엔진의 이야기다.


독특한 설계, 작은 크기 – 란치아  V4 엔진

V형 4기통 엔진은 직렬 4기통 엔진에 비해 크랭크샤프트 길이가 짧고,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으며, 밸런스를 맞추기가 용이하여, 진동이 거의 없는, 깔끔한 회전질감이 장점이다. 오늘날에는 직렬4기통 엔진 기술의 발달과 제작 단가가 높은 등의 단점으로 인해, 이륜자동차에서나  일부 사용되고 있는 엔진 형태다. 최근에는 포르쉐가 WEC 등에  출전하는 경주차 `919`의 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란치아의 V4 엔진은  란치아가 1920년대 초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사용한 엔진으로, 오늘날 사륜차 업계에서는 사용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세로배치 V형 4기통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또한,  가장 넓은 것이 20도, 가장 작은 것은 고작 10도에 불과한 극단적인 협각 실린더 배치 역시 란치아 V4 엔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이와 유사한 협각의 실린더 배치는 한참 나중에 등장한 폭스바겐의 VR5와 VR6 엔진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뱅크각을 줄인 이유는 바로 크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당시의 자동차들은 보닛과 휀더가 서로 분리되어 있었던 시절이었고, 이 때문에 엔진룸이 오늘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비좁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엔진의 소형화 설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V형 엔진의 극단적인 협각화는 엔진의 체적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였다. 폭스바겐 VR5와 VR6 엔진의 협각 설계 역시, 2.5~3리터급에 달하는 대배기량의  엔진을 골프의 비좁은 엔진룸에 배치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렇게 뱅크각을 극단적으로 란치아의 V4 엔진은 당대에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컴팩트한 크기를 자랑했다.


란치아 V4 엔진은  실린더 헤드도 일반적인 V형 엔진의 것과는 달랐다. 일반적은  V형 엔진은 실린더가 크랭크축을 중심으로 V자 형태로 배치되는  특성 상, 좌우 2개의 실린더 헤드를 갖게 되는데 란치아의  V4 엔진은 직렬4기통 엔진과 같이, 단 한 개의 실린더 헤드만을 갖는다. 이는 10~20도 수준에 불과한 극단적인 뱅크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란치아 V4  엔진만의 독특한 방식이었다. 실린더 헤드는 세대 불문하고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밸브트레인은 OHV(OverHead Valve), SOHC(Single  OverHead Cam), DOHC(Double OverHead Cam)의 형태가 모두 존재한다.


 

란치아 V4 엔진은  1922년 파리 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람다(Lambda)’에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세상에 나왔다. 란치아 람다는  세계 최초의 모노코크 섀시 채용과 전륜 독립식 서스펜션 채용에 빛나는, 실로 선진적인 설계를 자랑하는  자동차였다. 또한, 세계에서 최초로 V형 엔진이 도입된 승용차이기도 하다.


람다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란치아의 초기 V4 엔진은 20도에 불과한 뱅크각을 지녔다. 실린더 보어(실린더 내경)가  서로 다른 3종의 바리에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며, 스트로크(행정 길이)는 세 엔진 모두 120mm였으며, 보어에 비해 스트로크가 긴, 전형적인 롱스트로크 타입의 엔진이었다. 총배기량은 보어에 따라 각각 2.1리터(2,119cc, 75mm), 2.4리터(2,370cc, 79.37mm), 그리고 2.6리터(2,568cc, 82.55mm)였다. 최고출력은 배기량에 따라, 2.1리터 사양은 49마력/3,250rpm, 2.4리터 사양은 59마력/3,250rpm, 2.6리터 사양은 69마력/3,500rpm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람다를 통해 시장에 데뷔한 란치아 V4 엔진은 1931년 등장한 람다의 후속작, 아르테나(Artena)에도 사용되었다. 란치아 아르테나는 람다의 선진적인 모노코크 차체구조를 포기하고 프레임-온-바디로 회귀했는데, 이는 자동차 제조사가 섀시를 제작하고 차체 및  각종 의장품은 카로체리아에서 제작하여 완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당대의 일반적인 자동차 생산 과정에 맞추기 위함이었다. 아르테나에 실린 V4 엔진은 람다의 2.6리터 사양을 기반으로, 보어는 유지하고 스트로크를 보다 일반적인  수준에 가까운 90mm로 줄여, 1.9리터(1,927cc)의 배기량을 가졌다. 최고출력은 55마력/4,000rpm을 발휘했다.


 

란치아의 V4 엔진은  1932년 파리 모터쇼를 통해 등장한 란치아의 소형 모델인 아우구스타(Augusta)에도  사용되었다. 아우구스타에 탑재되었던 란치아 V4 엔진은 소형차인  아우구스타의 설계에 맞춰, 기존 엔진에 비해 훨씬 작은 1.2리터(1,196cc)의 배기량을 갖게 되었다. 3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란치아의 창업주이자,  뛰어난 기술자였던 빈센초 란치아(Vincenzo Lancia, 1888~1937)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인 아프릴리아(Aprilia)에도 란치아의 V형 4기통 엔진이 사용되었다. 1937년 등장한 란치아 아프릴리아는 빈센초  란치아의 유작이자, 란치아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차로, 혁신적인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과 람다에 이은 모노코크 차체구조 채용, 전후륜 모두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도입하는  등, 시대를 크게 앞선 걸작이었다.


란치아 아프릴리아에 탑재된 V4 엔진은 OHC 밸브트레인을 사용했다. 아프릴리아의 V4 엔진은 전기형과 후기형으로 나뉘는데, 1937~39년까지 생산된 전기형은 1.3리터를 조금 넘는 총배기량 1.352cc 사양이었고, 1939년부터 49년까지 생산된 후기형 아프릴리아의 엔진은 배기량이 1,486cc로  배기량이 증대되었다. 전기형 엔진은 실린더 보어 72mm, 스트로크82mm였으며, 47마력/4,300rpm의  최고출력을 냈다. 후기형은 전기형에 비해 보어와 스트로크가 각각  2.6mm, 3mm가 증가하였으며, 48마력/4,300rpm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란치아의 V4 엔진  중에는 배기량이 1리터에 못 미치는 사양의 엔진도 존재했다. 1939년  출시한 소형차, 란치아 아르데아(Ardea)에 실린 V4 엔진이 그것으로, 908cc의 배기량으로 30마력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란치아 V4 엔진  중 뱅크각이 가장 좁은 엔진은 1953년 등장한 소형 세단, 아피아(Appia)에 탑재되었던 엔진이다. 이 엔진은 좌우 2기의 실린더 간 뱅크각이 고작 10도에 불과한 초협각 V형 엔진이었다. OHV 밸브 트레인과 보어 68mm, 스트로크 75mm의 실린더  4기로 구성된 이 엔진은 1.1리터(1,090cc)의  배기량으로 사양에 따라 38~6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최후기형에  해당하는 60마력 사양은 8.8:1의 압축비와 웨버 사의  트윈초크 카뷰레터를 장비하고 있었다.



란치아의 마지막  V4 엔진 탑재 모델은 1963년 등장한 란치아의 마지막 독자모델, 풀비아(Fulvia)였다. 란치아  풀비아는 V4엔진을 비롯하여 전륜구동 방식, 독립식 전륜  서스펜션과 4륜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갖췄다. 풀비아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란치아의 빛나는 랠리 역사에서 첫 번째 우승을 안겨준 차로, 70~80년대 WRC 무대를 휩쓴 란치아의 랠리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기도 한 명차다.


란치아 풀비아의 V4엔진은  뱅크각이 13도에 불과한 협각 V4 엔진으로, 양쪽 실린더가 실린더헤드를 공유하는 구조를 구현함은 물론, DOHC 구조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은 크기를 자랑했다. 란치아 풀비아는 엔진의 배치 또한 특이했는데,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서 엔진을 45도 기울인 형태로 배치되었다. 트윈초크 카뷰레터로 연료를 공급받는 풀비아의 1.2리터 V4엔진은 8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후기 모델에서는 배기량이 1.6리터까지 늘어났으며, 1.6리터 V4엔진은 최고출력이  132마력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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