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장인(匠人)의 혼이 깃든 차..렉서스 LC

조회수 2017. 11. 28.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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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C

그간 렉서스는 ‘강남 쏘나타’로 불리던 ES 외엔 이목을 끌만한 차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렉서스의 브랜드는 상당히 고루하고 재미없는 브랜드 정도로 여겨졌다.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IS가 있지만 그 주변엔 3시리즈, C클래스 등의 걸출한 경쟁상대가 있었고, LF-A라는 슈퍼카가 있었지만 구경 한번 해보기도 어려운 그림의 떡이었다.

그리고 렉서스가 최근 LC라는 스포츠카 라인업을 공개했다. 양산형과 콘셉트카의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 차는 LF-A처럼 한정 생산되는 차량도 아니고, ES처럼 고리타분한 차량도 아니었다.

가을이 오는게 느껴졌지만, 내 손바닥만은 여름이 오지 않았던 어느 초가을날, 렉서스 LC500, LC500h를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시승했다.

■ 본적 없는 디자인..“이거 양산형이에요?”

렉서스 LC

호 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LC의 디자인은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것이라는데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서울모터쇼에 공개된 LC를 처음 보고 렉서스 담당자에게 ‘이거 진짜로 양산형이에요?’ 라고 묻던 기자의 철없는 모습이 생각나서일까, LC를 바라보고 있자니 순간 코웃음이 나온다.

실제로 LC의 외관 디자인은 LF-LC 콘셉트의 외형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런 형상을 ‘양산형’으로 만들어내는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싶다.

외관 디자인은 ‘매력적인 디자인과 신기술의 융합’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GA-L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완벽한 차체 비율과 럭셔리 쿠페로서의 분위기는 어디서도 본적 없는 감각이다. 도어보다 크게 부풀어 오른 전면과 후면 펜더는 보다 와이드한 인상을 풍기며, 안정감있고 역동적인 느낌도 동시에 제공한다.

때문에 LC의 디자인은 모든 이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렉서스의 상징인 전면 스핀들 그릴에서부터 측면의 플로팅 필러, 카본루프, 와이드한 후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이 차가 ‘고성능 쿠페’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뿐더러, 얼마쯤 할지 가격에 대해서도 전혀 유추하기 어렵다.

렉서스 LC

이 밖에도 초소형 3-BEAM LED, 플러쉬 타입 도어핸들, 인피니티 미러가 적용된 후면의 테일 램프 디자인 등 다양한 디테일 구성은 렉서스 중에서도 가장 앞서나가는 렉서스 디자인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장인들의 고집이 보이는..세심함으로 가득한 전형적인 일본차

플러쉬 타입의 도어 핸들 왼쪽 끝을 꾹 누르면 도어 캐치가 튀어나온다. 오른편을 잡아당겨서 문을 열면 호화롭기가 그지없는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반기게 된다.

약간은 알싸한 특유의 가죽 냄새는 제법 기분 좋은 느낌이다. 렉서스는 이러한 운전자의 오감 등에도 제법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 딜러들이 차량을 설명할 때 우선적으로 차에 먼저 앉아볼 것을 권한다는 건 괜한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손에 닿는 모든 곳들의 터치감도 만족스럽다.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감기는 가죽 소재의 질감과 빈틈없이 견고하게 짜여진 내장재는 이 차가 ‘장인정신’에 입각해 만들어졌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하는 부분이다.

렉서스 LC

LC의 뛰어난 실내 마감 품질은 타쿠미(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세심한 바느질 패턴이 돋보이는 스티치 라인과 손에 꼭 맞는 기어노브, 투어링이나 고성능 주행 어느 상황에서나 몸에 꼭 맞는 시트의 착좌감 모두 만족스럽다.

이 밖에도 앰비언트 일루미네이션, 도어 트림의 드레이프 장식, 10.3인치 EMV(Electro Multi Vision) 디스플레이 등은 탑승자에 대한 오모테나시(환대)를 표현한다는게 렉서스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렉서스를 의미하는 ‘L’자 패턴을 실내 각 부분에 배치하며 렉서스만의 스포티함 또한 강조했으며, 13개의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으로 차량 전체를 감싸는 풍부한 음향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접촉하게 되는 스티어링 휠은 렉서스 특유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각 위치마다 굵기가 다르게 세팅되어있는데, 드라이버 타쿠미(장인)가 직접 감압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스티어링 조작 시의 압력 분포를 해석한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스티어링 휠은 누구에게나 꼭 맞는 최적의 그립감을 실현하고 있다.

■ 밸런스 돋보이는 ‘LC500h' 와일드한 감성 강조된 ‘LC500’

렉서스 LC

보여지는 것은 이정도로는 충분하고, LC의 내실은 어떤지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서킷으로 들어갔다.

처음 시승한 차량은 가솔린 모델인 LC500. 477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자연흡기 V8 엔진이 적용됐다. ‘자연흡기’ 엔진...고성능차에도 다운사이징 추세가 이어지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것에 문득 반가웠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차’라는 렉서스의 별명은 이 차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시동을 걸자마자 잘 조율된 그럴싸한 엔진음이 운전자의 귀를 때린다.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Sport +)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용인 스피드웨이 공략에 나섰다. 첫 주행은 이 차와 익숙해지기 위해 가벼운 주행으로 시작하는게 인지상정.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아주 천천히 세 개의 코너를 안정적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직선주로, “자 이 구간에서는 풀 가속으로 한번 진행해보죠”라는 인스트럭터의 말에 핸들을 고쳐 잡고 기어를 몇단 낮춘 뒤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즈려 밟았다.

렉서스 LC

렉서스에 기대한적도 없는 가속감이어서였을까, 순간 ‘우왁’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LC500은 ‘폭발’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거친 엔진음을 토해내며 거칠게 가속을 이어나갔다.

정신을 차린 건 소위 ‘팝콘을 튀긴다’고 하는, 배기음이 연달아 터져 나올 때였다. 제때 기어를 변속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C는 당장 변속이라도 하라는 듯 LCD 계기판에 빨간 경고등을 띄운 채 힘겨운 엔진음으로 변속을 유도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팝콘을 튀기는 듯 ‘퍼버벙’하는 배기음과 함께 V8 자연흡기 엔진은 또 한번 운전자를 몰아붙인다. 감속 구간에 다다를 때 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떠있는 속도는 220km/h 남짓.

급제동을 지시하는 인스트럭터에 말에 브레이크를 힘껏 움켜쥐었다. 200km를 넘는 속도로 돌진하던 렉서스는 이내 뒤가 스르륵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이내 안정을 찾아가며 순식간에 속도를 떨어트렸다.

블라인드 코너와 헤어핀 코너를 지나 페이스를 찾고 다시 가속, 어느 정도 차와 익숙해졌다는 자신감에 공격적으로 서킷을 공략해나갔다. LC의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은 운전자로 하여금 충분한 자신감을 불러 일으킨다.

렉서스 LC

다소 부족한 운전실력일 수 있겠으나, 이런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운전의 재미를 선사한다는건 렉서스에게 감사한 일이다. 다만 더 높은 수준의 운전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LC의 이러한 움직임은 과도한 전자장비의 개입으로 재미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코너를 지나고 나서 마주한 마지막 코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 탄력만으로 연속된 코너를 지나고 난 뒤 코너를 탈출하는 순간 다시 급가속, 그리고 이내 뒤가 스르륵 흐르는듯한 움직임이 보인다.

기자보다 더 눈이 빨랐던 인스트럭터, 기자의 인스트럭터로 선행을 하던 권봄이 드라이버는 “스티어링 조향 침착하게 하시구요, 다음번엔 속도 충분히 줄이고 진입하세요”라는 지시를 내린다.

아마 M이나 AMG였다면 그대로 차체의 뒤가 벽으로 충돌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 그럼에도 LC는 전자장비들의 개입으로 운전자가 다시 정상 페이스를 찾도록 돕는다.

3랩을 마무리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인 LC500h로 갈아탔다. 하이브리드 답게 시동을 걸어도 걸렸는지 모르는 고요함만이 운전자를 감싸고 있다.

렉서스 LC

LC500h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3.5리터 V6 엔진과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299마력의 엔진과 40마력급 모터가 결합된 시스템 출력은 359마력을 발휘한다.

조용하고 나긋한 하이브리드 특성상 스포츠 주행에서는 가상의 엔진음을 만들어내는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도움을 받는다. 인공적으로 스피커에 송출되는 이 엔진음은 LC500보다는 다소 얇고 높은 톤의 엔진음을 발생시킨다.

LC500과는 약 120마력 수준의 차이가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엔진파워라는건 자명한 사실. LC500h는 의외로 컴포트하고 더 안정적인 주행 감각이 인상적이다.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LC500을 주행할 때보단 더 빠른속도로 코너 공략을 이어나갔다. 방금 전 미끄러질 뻔한 그 구간에서도 LC500h는 이보다 더 높은 속도로도 코너 공략이 가능하다는 듯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나간다. 쉽게말해 LC500보다 LC500h의 핸들링 성능이 더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코너를 탈출하는 순간 가속을 이어나가도 다소 부담스럽게 뒤가 따라오던 LC500의 움직임과 달리 무언가가 뒤를 꾹 눌러준 채 나아가는 것처럼 빠르고 안정적인 코너 탈출이 가능한 수준의 핸들링 성능은 하이브리드라는 이유를 떠나 오롯이 이 차를 선택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렉서스 LC

하이브리드 모델이 핸들링이 더 좋았다는건 단순히 기분 탓일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사토 코지 렉서스 LC 치프 엔지니어는 “정확히 봤다”며 기자의 의견에 공감해줬다. LC500h는 배터리가 탑재된 탓에 약 60kg의 중량이 더해졌지만, 이는 오히려 LC의 무게배분에 유리하게 적용했다는게 사토 코지 LC 치프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 렉서스 LC, 보수적인 브랜드의 진보적인 차.

LC의 가격은 LC500이 1억7000만원, LC500h가 1억8000만원으로 형성됐다. 포르쉐 911 시리즈 혹은 메르세데스-AMG GT를 바라볼 수 있는 가격이다.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포르쉐와 누구에게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벤츠를 두고 렉서스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배지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LC는 훌륭한 차다. 일본차들이 지닌 장인정신의 정점이며, 어디서도 본적 없는 독특한 디자인은 한번쯤 이 차를 뒤돌아보게 만들 훌륭한 무기다.

렉서스 LC

특히나, 보여지는걸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에도 아주 부합하다. 일관된 디자인의 포르쉐, 다소 흔해진 벤츠보다는 이쪽이 훨씬 유니크해보이니까 말이다. 마세라티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원인과 비슷하다고 하면 딱 맞겠다.

렉서스의 소비자들은 다소 보수적인 구매층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뿐, LC는 그런 인식도 초월할 수 있는 보수적인 브랜드의 진보적인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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