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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타본 '포뮬러 경주차'..한계가 없다

조회수 2019. 9. 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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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엄청 답답하구나!’ 포뮬러 경주차 첫 느낌이다. 31°C 더위에 패딩 같은 레이싱 수트를 입고 어깨 짓눌린 공간에 갇혀있으려니 꼭꼭 감춰놨던 폐소공포증이 솟아날 지경이다. 그러나 페달을 밟는 순간, 내 공간은 어느새 서킷 전체로 바뀌어 있었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미쉐린, 윤지수



포뮬러 경주차를 탄 무대는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2019.’ 지난 20년간 매년 열어온 미쉐린 타이어와 여러 경주차를 체험할 수 있는 서킷 행사다. 올해는 말레이시아 세팡 F1 인터내셔널 서킷에 둥지를 텄다.

포뮬러 4 경주차. 차체를 탄소섬유 소재로 빚어 무게가 470㎏에 불과하다

F1 트랙에서 포뮬러 경주차를 몰다니, 일생일대의 기회다. 다만 우리가 탈 차는 포뮬러 경주차 중 가장 아래급인 포뮬러 4(F4) 경주차다. 1.6L 엔진 최고출력은 겨우 141마력. 실망은 이르다. 서스펜션 구조를 모두 드러낸 차체는 그마저도 탄소섬유로 빚었다. 몸무게 겨우 470㎏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만큼은 윗급 경주차 못지않다.

마치 진짜 선수처럼 장비를 모두 갖춰 입는다


시작은 안전 장비부터다. 본격 경주차인 만큼, 진짜 선수처럼 입는다. 두툼한 레이싱 수트를 입고, 레이싱 슈즈, 레이싱 글러브, 발라클라바(헬멧 안에 입는 안감), 헬멧, 그리고 목 보호대까지. 모든 피부를 꽁꽁 싸맨다.

F4 운전석은 매우 비좁다

이렇게 입고 비좁은 운전석에 몸을 욱여넣는다. 다리가 수평으로 뻗을 만큼 엉덩이는 바닥과 딱 달라붙는다. 엄청나게 불편하다. 너비가 좁아 어깨는 짓눌리고, 다리는 실내 굴곡에 눌린다. 옴짝달싹 못하는 차체에 끼인 채 머리만 내놓은 답답함은 온 몸이 묶인 기분과 비슷하다. 불이라도 나면 정말 생지옥이 따로 없겠다.

4점식 레이싱 벨트를 마치 화물 동여매듯 힘껏 당겨 맨다

운전대 붙이고 4점식 레이싱 벨트 매면 출발 준비 끝이다. 벨트는 옆에서 마치 트럭 화물 동여매듯 힘껏 당겨준다. 그 장력이 얼마나 강한지 허리가 살짝 굽는다. ‘이래도 되냐’고 묻고 싶지만, 손들기도 힘들고 영어 실력도 부족해 가만히 있었다.


F4 경주차는 뒤통수에서 우렁찬 소리를 뿜어낸다

드디어 출발. 당연히 수동이다. 클러치 밟고 시동 버튼 누르면 엔진이 깨어난다. 1.6L 엔진이라고는 믿을 수없이 우렁차다. 엔진 소리 외엔 주변 소리가 모두 묻힐 정도. 이때 클러치 떼면 바로 출발이다. 클러치가 민감한 편이지만, 경주차도 자동차다. 수동 변속기 익숙한 사람이라면 겁먹을 필요 없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온몸을 동여맨 불편함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시야 아래를 매운 앞바퀴가 곧 두 팔이고, 뒷바퀴가 두 발이다. 모든 조작에 유격이라곤 없다. 근육을 움직이는 순간 바로바로 반응한다. 운전자와 차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가속력은 말해 무엇 할까. ‘수퍼 카트’를 타는 기분이다. 실제 가속은 앞서 달리는 페이스카 포르쉐 718 카이맨을 뒤쫓는 수준이지만, 시야가 아스팔트에 달라붙어, 체감 속도는 훨씬 빠르다. 뒤에서 울려 퍼지는 화끈한 소리도 마찬가지. 시속 100㎞로 만 달려도 전율이 감돈다.



변속기는 정신을 빼놓는다. 운전대 뒤 패들시프트를 ‘딸깍’ 당기는 순간, ‘쾅’ 소리와 함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진짜 변속 ‘충격’이다. 변속기를 당기며 고개에 힘을 잔뜩 넣어도 소용없다. 변속할 때마다 뒤에서 걷어차인 듯 고개는 자꾸 하늘을 향한다. 참고로 F4 경주차 5단 시퀀셜 변속기는 출발 후엔 클러치 조작이 필요 없다.

페이스카는 포르쉐 718 카이맨이다

대략 두 바퀴를 돌자, 이 화끈한 머신도 슬슬 손에 익기 시작한다. 앞서 달리는 페이스카 뒤에 살짝 붙어보니 이제야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인다. 직선 구간에서 풀 가속. 아쉽게도 F4는 엄청 빠르지는 않았다. 직선 주로에서 분명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는데도, 카이맨과 거리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 아무리 가벼워도 141마력이니까.



코너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카이맨이 미끄러질 듯 빠른 속도로 돌아봐야 상대가 안 된다. 레이싱 게임을 해봤다면 한 번쯤 겪어봤을 포뮬러 경주차의 말도 안 되는 가벼운 움직임. 그게 현실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코너를 돌 때마다 느린 카이맨 때문에 괜히 속도를 줄여야 했다.


바닥에 스칠 듯 낮은 차체 높이와 뒤 날개, 미쉐린 슬릭 타이어(왼쪽부터)

470㎏ 차체, 바닥에 달라붙은 무게 중심, 앞뒤 거대한 날개가 만드는 다운 포스, 그리고 민무늬 미쉐린 슬릭 타이어 조합은 상상을 초월했다. 운전대를 꺾으면 꺾는 그대로 반응한다. 무게중심이 바퀴보다 낮아, 쏠림도 없다. 운전자는 그저 수평 방향으로 짓눌릴 뿐이다. 일부러 가장 빠른 궤적(레코드 라인)을 벗어나 급격히 운전대를 꺾어도 상관없다. 기자의 담력으로는 이 차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었다.

피트에 들어온 F4 경주차

그렇게 4~5바퀴를 돈 후, 피트에 들어섰다. ‘드디어 쉬겠구나.’ 무거운 운전대를 돌리고 진동에 시달리다 보니 온몸이 ‘파김치’가 된 상황. 그런데 한 번 더 달리란다. 인스트럭터가 오더니 “매우 잘 달렸다”며, “이번엔 더 빠른 페이스로 달린다”고 설명한다. 그러고는 “혹시 달리기 힘든가?”라고 묻는다. 부리나케 손사래 치며 대답했다. ‘노, 노, 노, 고! 고!’



두 번째 주행은 엄청나게 빨랐다. 물론 그래봐야 F4 손바닥 안이다. 가속은 비슷하지만, 코너에선 카이맨을 여유롭게 압박한다. 계기판 볼 여유도 생겼다. 대략 6,300rpm에서 변속 시점을 뜻하는 초록불이 켜진다. 굉장히 우렁차지만, F1보다 음색이 두꺼운 이유다.



기자와 인스트럭터는 카이맨이 달릴 수 있는 거의 최고 속도로 달렸다. 다른 F4 경주차를 두어 번 추월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역시 미쉐린 슬릭 타이어는 미끄러질 기색조차 없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커녕 ABS도 없는 차가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줄이야.



총 9~10바퀴를 모두 돌고 진짜로 트랙 주행이 끝났다. 차에서 내리자 어깨와 팔이 얼얼하다. 운전대가 워낙 무거웠던 까닭이다. 그러나 운전 중엔 이마저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온 정신을 주행에만 집중했다. 헬멧을 벗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은 후에야 트랙을 달리던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F4 트랙 주행. 짜릿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말도 안 되는 감각과 우렁찬 소리가 여전히 생생하다. 근육통이 생긴 몸도 그 감각을 착실히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달렸는데도 F4는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보다 더 빠른 F1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그 성능을 모두 끌어내는 선수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슬릭 타이어
무늬가 없다. 최대한 바닥과 달라붙기 위해서다

한편, F4 경주차가 신은 미쉐린 슬릭 타이어는 도로를 최대한 붙들기 위해 접지면에 무늬(트레드)를 넣지 않은 민무늬 타이어다. 부드러운 콤파운드를 사용해 끈적하게 노면과 달라붙으며, 90°C까지 최고의 접지력을 끌어낼 수 있다. 다만, 무늬가 없는 만큼, 비가 오면 쉽게 미끄러져 일반 자동차엔 쓸 수 없는 경주차 전용 타이어다. 그래서 드라이 타이어라고도 부른다.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2019에서 점프 중인 포드 레인저 랩터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한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 2019’는 F4 트랙 주행 외에도 미쉐린 신제품 ‘파일럿 스포츠 4 SUV’ 비교 실험, 포드 레인저 험로 주행, 세아트 레온 TCR 경주차 택시 주행 등 다채롭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로드테스트>는 이를 차례차례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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