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롱텀 ②] '각쿠스' 연비, 고속은 괜찮다고?

조회수 2019. 7. 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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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가 창밖으로 100원을 던지고 다닌다면, 에쿠스는 500원 던지며 다니는 격이야.’ 1세대 현대 에쿠스가 현역이던 시절, 익히 듣던 이야기다. 실제 에쿠스를 가져보니 기름은 정말 아낌없이 퍼먹는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있다. 바로 대배기량이 유리하다는 고속 연비. 지난 주말, 에쿠스와 함께 780㎞를 달려 장거리 주행 실력과 효율을 살펴봤다.

글, 사진 윤지수 기자

<[올드 롱텀 1] '각쿠스 왜 샀니?> 다시 보기

먼저 간략한 차 소개부터. <올드 롱텀> 주인공은 지난 2월 클래식카로 간직하기 위해 가져온 2007년식(후기형) 1세대 에쿠스다. V6 3.3L 가솔린 엔진을 얹은 JS330 모델로, 공인 연비는 8.2㎞/L다. 지난 네 달간 누적 연비 L당 7.4㎞를 기록하며 화끈한 먹성을 보여줬다.

780㎞ 장거리 주행은 서울특별시와 광주광역시를 왕복하는 구간이다. 개인적으로 자주 왕복하는 길이다. 기자의 운전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 과거 전력을 살펴보면, 같은 구간을 기아 포르테쿱 2.0(수동) 16.7㎞/L, 현대 그랜저XG V6 2.0(수동) 16.4㎞/L 효율로 달렸다. 적어도 에쿠스도 L당 10㎞ 정도는 달려주지 않을까?

출발부터 길이 막혔다

극악의 연비로 시작하다

80L 연료통을 가득 채운 후 출발. 주말 서울 도심 빠져나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막힌다. 당연히 효율은 뚝뚝 떨어진다. 이날 트립컴퓨터 평균 연비 5㎞/L를 처음 봤다. 1,965㎏, 즉 2t에 육박하는 덩치를 이끌고 가다 서다 반복하는 상황이니 이해는 한다.

다행히 서울을 벗어나며 정체는 뚫리기 시작했다. 효율을 발목 잡던 2t 무게는 이내 풍요로운 승차감으로 보답한다. 80~120㎞/h가량 속도에서 낭창한 서스펜션을 무겁게 짓누르며 묵직하게 흔들린다. 무게의 관성으로 노면 충격을 꿀꺽 삼켜버리는 승차감은 무거운 대형 세단 만의 매력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고속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V6 엔진은 항속 중 바람소리 뒤로 자취를 감추고, 가속할 땐 6기통 엔진의 풍부한 회전 질감이 드러난다. 특히 철저히 틀어막은 바닥 소음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17인치 작은 휠에 씌운 두툼한 타이어도 그렇지만, 출시 당시 현대차가 밝힌 대로 흡음재를 아낌없이 두른 까닭이다. 사륜구동도 아닌 이차가 이토록 무거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살펴본 트립컴퓨터 연비는 11.5L/100㎞. 즉, L당 8.69㎞다

그렇게 도착한 첫 번째 행선지는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트립컴퓨터 연비는 L당 8.69㎞를 기록했다. 아직 정체 때 주행의 여파가 남았기 때문이리라. 희망의 끈을 놓긴 이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하기 어렵도록 비가 쏟아졌다

고속연비, 오르긴 오른다

상황은 나빠지고 있었다. 뻥 뚫린 도로에서 누적 연비를 회복해야 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맛비에 바닥에 물이 고이면서 바퀴 회전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옆구리로 물을 튀기며 흔들릴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재밌는 사실은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동력 조절 장치)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점. 웅덩이를 조금만 밟아도 계기판에 TCS 등이 부리나케 깜빡이며 바퀴 미끄러짐을 제어한다.

그래도 연비는 오른다. 일단 남쪽으로 내려오며 교통량이 대폭 줄었기에, 트립컴퓨터 평균 연비는 서서히 올랐다. 그 오르는 속도가 매우 느려, 고속 항속 시 순간 연비는 대략 10㎞/L 쯤 되는 듯하다.

3.3L 가솔린 엔진 최고출력은 247마력, 최대토크는 31.5㎏․m다

시속 100㎞로 항속할 때 엔진 회전수는 약 1,850rpm. 요즘 차와 비교하면 다소 높지만, 5단 변속기를 생각하면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대략 1,700rpm부터 3.3L 배기량 두툼한 토크가 나와 힘은 여유로운 편이다.

고속에서 가속 페달을 놓으면, 마치 중립 넣은 듯 rpm이 떨어진다

그런데 100㎞/h 항속이 길어지자 마치 변속 기어를 중립 넣은 듯 rpm이 1,000으로 뚝 떨어진다. 이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수동변속기 자동차 클러치 연결하듯 rpm이 다시 치솟는다. 마치 제네시스 G70에 들어간 주행 중 중립 기어를 넣어 연비를 높이는 ‘에코 코스팅’ 기능을 보는 듯하다.

동광주 휴게소 톨게이트. 누적 연비는 9.3㎞/L다

물론 그렇다고 연비가 눈에 띄게 오르진 않는다. 실제로 지난날 시승했던 G70 3.3T 역시 에코 코스팅을 적극적으로 썼음에도 연비는 매우 나빴다. 에쿠스 역시 마찬가지다. 첫날 광주광역시까지 총 402㎞를 달린 후의 트립컴퓨터 연비는 9.3㎞/L. 90% 이상이 고속 주행이었음에도 L당 10㎞를 넘기질 못했다.

광주에 도착해 기름을 가득 넣자 40.913L가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연비는 L당 9.82㎞/L다

도착 후 기름을 가득 넣어 소모한 기름으로 연비를 가늠하는 ‘풀투풀’ 계측 결과는 어떨까? 광주에서 연료를 집어넣자 40.913L가 들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연비는 L당 9.82㎞/L. 흥미롭게도 풀투풀 계측 결과가 트립컴퓨터보다 더 높다.

광주에서 출발할 때 도로는 매우 한산하다

오래된 대형 세단

내려왔으면 다시 올라갈 차례다. 주말을 광주에서 보낸 후 서울로 출발했다. 돌아가는 길은 비가 그치고 도로는 한산해 한결 쾌적하다. 주말 간 광주 시내 주행과 무등산을 오르내리는 등의 주행 때문에 트립컴퓨터 연비는 소폭 줄어든 상태였다.

한적한 길, 웬만하면 정속 주행으로 달렸지만, 추월 가속할 땐 기름을 아끼지 않았다. 답답하게 달려 최대로 끌어낸 연비 결과는 실제론 아무짝에도 쓸모없기 때문. 에쿠스 추월 가속은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하다. 넉넉한 배기량으로 성능을 끌어내는 만큼, 고속에서 힘 빠지는 느낌은 없다. 6,500rpm에서 기어를 바꿔 물 땐, 나름대로 시원스러운 음색의 6기통 소리와 약간의 변속 충격이 쾌감을 더하기도 한다.

정안 알밤 휴게소에서의 누적 평균 연비는 L당 8.8㎞다

덕분에 연비는 하락세다. 세상에, 그 잠깐 숨통 트인 주행에 효율이 떨어졌다. 중간 경유지인 정안 알밤 휴게소에서의 누적 평균 연비는 L당 8.8㎞를 기록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연비를 생각하면, 광주에서 출발 후 기록한 연비는 훨씬 나빴다는 뜻이다. 이차로 맘껏 밟고 다니려면 역시 주유소 사장님 정도는 돼야 할 듯하다.

오히려 적당히 교통량이 있을 때 효율이 더 높다. 추월 가속 상황이 적고, 80~90㎞로 항속하는 까닭이다. 물론 이보다 더 교통량이 늘면 첫 출발했을 때처럼 연비가 뚝뚝 떨어진다.

처음 기름을 넣었던 주유소에서 다시 기름을 넣었다
편도로 올라왔을 때 총 34.142L를 소모했다. 그간 쓴 기름은 총 83.972L.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연비는 L당 9.28㎞다.

한참을 달려, 시계가 밤 11시 50분을 가리킬 때 즈음 드디어 출발 전 기름을 넣었던 서울 한 주유소에 다시 도착했다. 누적 주행거리는 총 780㎞, 주행 환경은 고속 주행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승차 인원은 세 명이었다. 연비는? 트립컴퓨터는 9.17㎞/L를 가리켰고, 풀투풀 계측은 총 83.972L를 소모해 9.28㎞/L 연비를 기록했다. 결국 고속주행에서도 에쿠스는 10㎞/L 벽을 넘지 못했다. 왕복 유류비는 약 12만 원. 바로 이전 차였던 기아 포르테쿱(약 6만8,000원)보다 두 배 조금 덜 들었다.

충남 서천 바닷가에서

1세대 에쿠스와 함께한 780㎞ 서울-광주 왕복. 장거리 주행 실력부터 먼저 말하면 ‘매우 만족’이다. 2t 덩치의 묵직한 승차감과 풍부한 6기통 엔진, 폭신한 시트 등 매우 오랜 시간을 함께 달렸어도 피곤하지 않을 만큼 편했다. 그러나 효율은 ‘기대 이하’다. 많이 바라지도 않았다. 10㎞/L만 넘기를 바랐건만, 9㎞/L 수준에 그쳤다. 역시 오래된 대형 세단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범퍼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벌레 사체는 되도록이면 그날 바로 지워야 쉽다

한편, 서울-광주 왕복길, 내려갈 땐 빗줄기가 문제였지만, 올라올 땐 벌레에 시달렸다. 서울 도착했을 때 즈음엔 벌레 사체가 앞 유리창을 가릴 정도였다. 어릴 적 손세차장에서 일했던 경험상, 벌레 자국은 당일 바로 지워야 편하다. 물 뿌리고 조금 있다가 스펀지나 솔로 닦아주면 손쉽게 사라진다. 기자가 12시 넘은 늦은 시간에 세차장을 찾은 까닭. 오래 놔두면 벌레 사체가 마르면서 딱딱하게 굳을뿐더러 도장을 파고들어 지우기 무척 어려워진다.

<올드 롱텀>은 아직은 클래식카라고 부르기엔 이른 1세대 현대 에쿠스를 오래도록 타기 위해 유지·관리하며 생기는 이야기를 다채롭게 다룰 기획 기사다. 앞으로도 엔진 오일 자가 교체기, 요즘 차에도 없는 에쿠스 만의 기능을 소개하는 내용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할 계획이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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