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런 기능이? 올드카 신선한 장비들

조회수 2019. 8. 14. 0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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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차는 거의 만능에 가깝다. 알아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주차도 척척 해내며, 체형에 맞춰 운전 자세까지 찾아준다. 이런 첨단 기능을 맛보면 구형 차들은 텅 빈 깡통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무시하지 마시라. 요즘 차 ‘풀옵션’에도 없는 옛날 차만의 신선한 기능을 소개한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현대 1세대 에쿠스 실내

손으로 조절 금지! 전동조절 룸미러

룸미러는 당연히 손으로 조절한다고 생각했다. 운전석에서 손이 바로 닿기 때문에 손으로 조절할 때 가장 직관적이고 빠르니까. 그런데 90년대 후반 현대 에쿠스(1세대)와 쌍용 체어맨은 손을 들어 올리는 불편함까지 해결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룸미러에 모터를 심어 전동조절 기능을 더했다.

사이드미러 조절 레버를 위쪽 'ROOM' 방향으로 당긴 후 조절하면 룸미러가 움직인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이드미러 조절 레버를 위로 ‘딸깍’ 민 다음 조절하면 룸미러가 모터 소리 내며 움직인다. 실제 써보면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어 좋고, 주행 중 쓰기도 편하다. 다만, 실제 소유주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리운전이나 발레파킹 맡길 때마다 손으로 억지로 조정하는 바람에 고장 걱정으로 가슴을 졸인다고.

1세대 에쿠스와 뒷좌석 전용 에어컨
쌍용 뉴체어맨 실내. 세단에도 뒷좌석 전용 테이블을 달았다

이 밖에 에쿠스는 뒷좌석 선반 에어컨 송풍구를, 체어맨은 뒷좌석 전용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치열한 편의장치 경쟁을 벌인다.

스윙 루버 기능을 품은 포텐샤

좌우로 움직이는 송풍구, 스윙 루버

선풍기에 당연히 들어가는 바람을 흩뿌리는 ‘회전’ 기능, 왜 차에는 없을까? 아니다. 있었다. 과거 기아 포텐샤와 콩코드엔 전동으로 송풍구 날개를 움직이는 ‘스윙 루버’라는 기능이 들어갔다.

기아 콩코드

당시 콩코드 홍보 책자에서는 ‘다중팬이 상하좌우로 회전하는 스윙무버를 국내 최초로 장착하여 쾌적한 실내 냉·난방 효과를 이룩하였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과거 포텐샤를 잠깐 타본 기자의 기억엔 좌우로만 움직였었는데, 설명을 보니 위아래로도 움직였던 모양이다.

당시 입소문이 날 만큼 신기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좁은 차 안에서는 냉·난방 효과가 빠른 만큼, 제조 원가 대비 효과가 적어 후속 차종까지 물려주지는 못했다.

현대 다이너스티

좁은 실내에서 누리는 사치, 동반석 릴렉스 시트

옛날 대형 세단은 지금처럼 길지 않았다. 현대 2세대 그랜저 길이가 4,980㎜이니, 딱 요즘 준대형 세단 수준이다. 그러나 당시 그랜저는 뒷좌석에 고위 관료 또는 회장님을 태우는 쇼퍼드리븐이었다. 좁은 실내에서 쇼퍼드리븐다운 편안함을 누려야 했기에 ‘동반석 릴렉스 시트’가 등장한다.

기아 엔터프라이즈 동반석 릴렉스 시트

좁은 무릎 공간을 해결하고, 다리받침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다. 구조는 간단하다. 동반석 등판 가운데만 네모나게 잘라 뒤쪽으로 눕힌다. 동반석 등받이 각도와 뒷좌석 높이를 맞춰주면 끝. 네모난 홈이 좁아 다리를 다소곳이 모아야 하지만, 리무진 부럽지 않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현대 2세대 그랜저, 다이너스티, 기아 엔터프라이즈 등에 들어갔다. 참고로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를 오가는 강아지 통로로 쓰기에도 손색없다.

제네시스 G90 리무진 실내. 동반석을 앞으로 당겨 널찍한 다리 공간을 확보한다

요즘은 대형 세단이 워낙 커지는 바람에 굳이 동반석 등받이를 분리하기보다는 쭉 앞으로 당겨 뒷좌석 다리 공간을 확보하는 추세다. 다리를 다소곳이 모을 필요도, 동반석 시트 더러워질 걱정도 없는 방식이다.

전동조정식 페달 버튼

전동조정식 페달 다 어디 갔니?

가만 생각해보니 다 사라졌다. 과거 현대 그랜저(4세대), 싼타페(2세대), 기아 그랜드카니발, 모하비 등 여러 차종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던 전동조정식 페달이 자취를 감췄다. 비단 국산차뿐만은 아니다. 여러 수입 브랜드도 조용히 기능을 삭제했다.

기아 모하비는 처음 출시 당시 전동조정식 페달이 들어갔으나, 상품성 개선을 거치면서 조용히 사라졌다

전동조정식 페달은 말 그대로 전동으로 페달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다. 페달이 서있는 세단보다는 비교적 누운 미니밴이나 SUV에서 특히 유용했다. 여전히 덩치 큰 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나, 쉐버레 서버번 등에 남아있는 이유다. 그래서 모하비나 카니발 빈자리가 다소 아쉽다.

오르간 방식 페달. 축이 바닥에 붙어있다

전동조정식 페달 멸종의 가장 의심스러운 이유는 원가절감이다. 시트 조절만으로도 높이와 거리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기에 굳이 페달까지 전기 모터를 넣을 이유가 없었을 테다. 또 대세로 떠오른 오르간 방식 페달 등장도 한몫했다.

쌍용 체어맨
현대 다이너스티 실내

옛날 차에만 있던 신기한 기술들. 찾다 보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급 승용차에 들어간 기능들이 자연스레 모였다. 아무래도 고급차로서 일반 승용차보다 더 많은 기능을 품어야 했던 까닭이다. 비록 후속 신차로 이어지지 않은 ‘헛발질’이었으나, 이런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오늘날 합리적이고 편안한 신차의 밑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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